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일(현지시간) 수입산 철강이 미국 안보를 침해하는지를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 사진은 서명에 앞서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한국과 중국을 비롯한 외국산 철강 수입이 미국의 안보를 침해하는지에 관해 조사하라고 상무부에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조사 결과에 따라 '세이프가드'(긴급수입제한) 발동 등 수입 제한 조치가 예상되는 만큼,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 장벽이 한층 강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미국 현지 언론 등은 트럼프 대통령이 20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윌버 로스 상무장관과 미국 철강업계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가운데 철강 수입에 관해 무역확장법 232조를 발령하는 내용의 행정각서에 서명했다고 전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서명식에서 "미국산 철강을 위한 역사적인 날"이라며 "미국 근로자와 미국산 철강을 위해 싸울 것"이라고 강조했다.

무역확장법 232조는 수입 제품의 미국 안보 침해 여부를 상무부가 조사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다.

무역확장법은 1962년 제정된 이후 2011년 철광석과 철강 반(半)제품에 대한 조사를 한 것이 유일한 법 적용 사례인데, 대통령이 직접 이 조항을 발령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 이 조항은 해당 업계나 부처·기관에서 요청이 있거나, 상무부가 자체 판단해 조사하도록 하고 있기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232조를 발령한 이 행정각서는 '국가 안보'를 명분으로 철강 수입을 제한하려는 수순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정부가 55년 된 무역확장법 232조를 되살려 국가 안보를 이유로 철강 수입에 새 무역장벽을 도입하려 한다"고 평가했다.

행정각서는 즉각 발효됐으며, 상무부는 앞으로 최장 270일 동안 조사를 진행한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상무부 조사가 "50일 만에 완료될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만약 조사에서 '안보 침해' 결론이 나면 트럼프 정부는 외국산 철강에 대해 세이프가드나 1980년대 일본 자동차 업체들에 적용했던 자발적인 수출제한(VER) 조치 등을 감행할 가능성이 높다.

미국 정부는 최근 한국과 중국, 호주 등 외국산 철강제품에 대해 반덤핑·상계관세를 부과하는 방식으로 수입 장벽을 강화해왔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번 조치가 북한 핵 해결을 위해 중국의 적극적인 협력을 끌어내기 위한 조치와는 관계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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