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 사설서 취임 전후 발언·정책 '배신 사례' 열거

시리아 공격 반대→전격 공습, 中환율조작 했다→안했다

의보 지원금 삭감 반대→찬성, 휴가 비판→주말마다 휴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3개월 가량 취임기간 동안 일관되게 보여준 행동의 패턴을 ‘배신(betrayal)’이라는 단어로 압축, 표현했다.

'배신'이란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전에 제기하고 공격했던 숱한 이슈들이 취임 뒤에 정책이나 발언을 통해 스스로 ‘말 바꾸기’로 일관했다는 일침이었다.

NYT는 편집위원단 명의로 실은 16일(현지시간)자 사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말을 얼마나 많이 어겼는지를 따라잡기조차 힘들다”며 말바꾸기 사례를 조목조목 열거했다.

먼저, 트럼프가 종전의 대외정책이나 입장을 뒤집었다고 NYT는 지적했다.

그 첫 사례로 지난 7일 단행된 시리아 알사드 정권의 화학무기 사용에 대한 미군의 대응방식을 꼽았다.

이미 2013년에도 시리아가 화학무기를 사용해 당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이 군사작전을 추진했을 때 트럼프는 ‘어떤 개입도 안된다’며 강력히 반대했다.

그러나 4년 뒤 똑같은 양상이 벌어졌고 정권을 잡은 트럼프는 시리아 정부군의 공군기지에 맹폭을 퍼부었다.

그것도 G2 경쟁자인 중국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자신의 플로리다 초호화판 별장에 모셔놓고 만찬을 즐기는 ‘절묘한 시간’에 맞춰, 또한 역대 어느 미국 정권보다 밀월관계로 기대되던 러시아 푸틴 대통령에 보란 듯이 무력시위를 펼친 것이었다.

NYT는 트럼프가 몇 년 동안 시리아와 연루돼 있는 러시아를 대선 과정에서는 줄곧 좋게 평가해 왔음을 상기시키면서, 지난 5일 ‘러시아가 시리아(화학무기 사용)와 연루돼 있다’는 확인되지 않은 이유를 빌미로 공습함으로써 미-러 관계가 이전보다 오히려 나빠졌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외국정책에서 말바꾸기 사례로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고 시진핑 주석과 정상회담을 앞둔 직전까지도 큰소리 쳤던 트럼프는 막상 정상회담 뒤에 “중국이 환율을 조작하지 않는다”고 꼬리를 내렸다고 NYT는 지적했다.

대선공약으로 의료보험 지원금을 삭감하지 않겠다는 약속을 내팽개치고 취임 뒤 ‘지원금 삭감’을 무기로 민주당을 압박하고 있으며, 의료보험 적용 처방약의 가격을 내리겠다고 공약했음에도 백악관에서 의료업계 최고경영자(CEO) 면담을 가진 뒤 ‘모르쇠’ 입장으로 돌변한 것도 ‘트럼프의 말 바꾸기’ 주요 사례로 거론됐다.

또한 오바마 전 대통령의 여름휴가를 비판하고 ‘집권하면 일이 너무 많아 백악관을 거의 비우지 않을 것’이라던 호언은 주말이면 플로리다 팜비치의 마라라고 리조트를 찾는 것으로 웃음거리가 돼 버렸다고 NYT는 비꼬았다.

이밖에 자신의 사업체에서 손을 떼겠다고 약속한 부분도 지키지 않고 있으며, 미국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의 저금리 기조를 공격했다가 다시 좋아한다고 말하거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가 테러리즘에 정면대응을 하지 못한다며 구닥다리라고 취급했다가 지난 주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뒤에는 “나토가 변했다. 한물 가지 않았다”는 등도 말 바꾸기 사례로 꼽혔다.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전과 후의 입장 변화에 일부에선 그가 정치세계의 현실을 직시하기 시작하면서 업무에 적응해 가는 모습이라고 긍정적 평가를 내렸으나, NYT는 트럼프의 변덕일뿐 이라고 평가절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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