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고별사서 변화와 희망, 민주주의와 진보, 이해와 화합 메시지 전달

트럼프 정부의 오바마케어 폐지·인종차별정책에 분명한 반대 입장 표명

버락 오바마 제44대 미국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에서 가진 고별연설 도중에 감회에 젖은 듯 눈시울을 손수건으로 훔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AFP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변화는 보통사람들이 참여하고, 그것(변화)을 요구하기 위해 함께 뭉칠 때 일어난다.”

“부지런히 일하고, 이웃에 너그러운 마음을 갖고, 나라를 사랑하는 시민이 국가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것, 그것이 시민의 의무이다.”

“우리 모두는 어느 정당 편이냐를 떠나 민주주의 재건에 함께 헌신해야 한다.”

오는 20일(현지시간) 8년간의 미국 대통령직을 내려놓고 백악관을 떠나는 버락 오바마(56) 대통령의 고별사이다.

퇴임 열흘을 남겨놓고도 지지율 52~55%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고별사에서 미국민의 마음에 변화와 희망, 민주주의와 진보, 이해와 화합의 메시지를 새겨 놓았다.

오바마 대통령은 10일(현지시간) 미국 시카고의 컨벤션센터 매코믹 플레이스에서 가진 고별연설에서 “우리는 여러 세대 동안 미국을 더 나은 나라, 더 강한 나라로 만들었고, 진보를 향한 기나긴 이어달리기를 해 오면서 우리의 일이 늘 끝나지 않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오바마는 “인생을 살면서 평범한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비범한 일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깨달은 적이 수없이 많았다”면서 “미국 정치제도가 더 나은 나라를 만들려는 평범한 사람들에게 답을 할 것”이라며 미국인에 희망을 불어넣고, 국민적 단합을 주문했다.

이어 재임 8년을 보냈지만 여전히 변화의 힘을 믿고 있다고 밝힌 그는 “변화는 아메리칸 사고의 뛰는 심장이자 담대한 실험”이라고 강조했다.

퇴임을 앞두고 민주당 정권 재창출 실패에 아쉬움을 내비치기도 했다.

“우리는 두 걸음 나아가면 종종 한 걸음 뒤로 가는 것을 느낀다. 국가의 진보가 고르지 않다”고 토로한 오바마는 “그럼에도 미국은 일부가 아니라 전부를 껴안기 위해 전진과 끊임없는 건국이념을 확대하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며 민주주의와 진보를 거듭 강조했다.

고별사에서 오바마 대통령은 임기 동안 경제 성장과 건강보험개혁정책(오바마케어)을 자신의 ‘업적’으로 꼽았다.

2009년 취임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로 대공황 이래 최악의 경제 위기에 놓였지만, 이를 극복하고 실업률을 1년 만에 최저치로 낮췄다고 강조했고, 오바마케어로 서민들도 적은 비용으로 건강보험을 갖게 됐다고 힘주어 말했다.

해소되지 않고 있는 미국사회의 부의 양극화와 불평등 심화 비판에 대해 “불평등이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시키고 있고, 도시 빈곤층과 시골의 많은 사람이 ‘게임은 우리에게 불리하게 짜여져 있고, 정부는 가진 자들의 이익에만 봉사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고 지적하며 이런 불평등 의식과 자괴감이 정치 냉소주의를 낳고 있음을 우려했다.

이어 소설 ‘앵무새 죽이기’에서 소개된 주인공 애티커스 핀치의 말인 “사람을 이해하려면 피부 속으로 들어가 그 속에서 걸어라”를 인용해 미국민의 이해와 화합을 당부했다.

한편, 45대 미국 대통령으로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당선자와 공화당이 자신의 업적인 오바마케어의 폐지를 추진하는 것에 반대 입장을 피력하며 “(트럼프와 공화당이) 민주적으로 더 나은 대책을 만들면 공개적으로 지지할 의향이 있다”고 법 폐지보다는 개정을 통한 발전적 존치를 희망했다.

또한 트럼프의 ‘무슬림(이슬람교 신자)의 미국 입국 금지’ 같은 인종차별적 공약을 겨냥해 “미국은 민주주의와 인권, 여성 및 성(性) 소수자의 권리를 신장하는 국제적 싸움에서 물러서선 안 된다”며 반대 견해를 드러냈다.

이날 고별사 장소인 시카고는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2008년과 2012년 대선에서 승리를 거둔 뒤 승리 연설을 행했던 무대였다.

이를 반영하듯 오바마는 연설 무대에 오르면서 “헬로, 시카고!(Hello, Chicago!)”라며 친근한 인사말을 건네며 각별한 애정을 표시했다.

“시카고는 미셸(부인)과 나의 모든 것이 시작된 장소이며, 미국인의 힘과 근본적인 선량함을 보여준 도시”라고 소개했다.

특히, 부인 미셸 오바마 여사를 언급하며 고마움을 표시할 때는 말을 잇지 못하고 눈물을 글썽이며 잠시 손수건으로 눈물을 훔치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바이든 부통령에게도 각별한 감사의 뜻을 전하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50분에 걸친 장문의 연설을 마무리하면서 “미국인들을 위해 봉사한 것은 내 삶의 영광이었다”고 감사의 말을 재차 표시했다.

이어 미국민에게 마지막 당부 말을 잊지 않았다. “변화를 이뤄내는 나의 능력이 아니라 바로 여러분의 변화 능력을 믿어라”라며 역시 변화와 희망을 한번 더 주문했다.

끝으로 오바마는 “나는 멈추지 않을 것이며, 한 시민으로서 내 삶의 남은 시간을 여러분과 함께 거기에 있을 것”이라고 말한 뒤 “우리는 할 수 있고(Yes, We Can), 우리는 이뤄냈고(Yes, We Did), 우리는 또 할 수 있다(Yes, We Can)”는 구호로 연설을 끝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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