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미래대통령상·국가비전 제시 주력…상하원선거도 지원 '여유행보'

트럼프, 4차 TV토론 실현 가능성 적고 성차별 발언 여성표 이탈 '전전긍긍'

지지율 10% 이상 격차 고착화, '클린턴 승리' 확률 90% 이상 전망 잇달아

미국 민주당 대선후보 힐러리 클린턴. 사진=연합뉴스/AP
[데일리한국 김청아 기자] 차기 대통령을 선출하기 위해 오는 11월 8일(이하 현지시간) 치러질 미국 대선은 이미 끝났다?

민주·공화 양당의 대선후보인 힐러리 클린턴과 도널드 트럼프의 최근 행보를 살펴보면 이런 유추를 가능케 한다.

뉴욕타임스(NYT)·CNN·AP 등 해외언론들이 전하는 클린턴의 '대세 굳히기'와 트럼프 '막판 안간힘'의 대조된 움직임은 불과 보름 앞으로 다가온 미국 대선의 결말을 예고하는 듯 하다.

NYT 등은 22일 클린턴이 선거용 전용기에서 기자들에게 밝힌 “트럼프의 공격을 더 이상 걱정하지 않는다”는 발언을 보도했다.

트럼프가 제4차 TV토론을 갖자고 제안한 것에도 클린턴은 “나는 4시간 30분 동안(1~3차 전체 TV토론 시간) 논쟁을 했다. 더는 그에게 대응할 생각조차 없다”고 일축했다.

클린턴과 민주당 선거본부측은 트럼프와 지지율 격차가 10%포인트 이상 고착화되고 있는 것에 자신감을 얻고, 남은 유세기간 동안 미국 유권자들에게 미래 대통령으로서의 국가 비전과 지도자의 면모를 보여주는데 최대한 할애할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유세지역을 돌면서 대통령선거와 동시에 치르는 상·하원 선거의 해당지역구 민주당 의원을 적극 지원함으로써 행정부뿐 아니라 공화당에게 빼앗긴 의회권력마저 민주당이 차지, 당선 시 안정적인 국정 운영의 기반을 구축하는데 힘을 쏟고 있다.

클린턴은 23일 상원선거에서 박빙승부를 보이고 있는 노스캘롤라이나주를 방문해 “이번 대선에서 나왔던 분열의 말에 개의치 말고 분열을 기꺼이 넘어서려는 수많은 사람들이 있다”며 민주-공화로 분열된 미국사회의 통합을 강조했다.

전날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 연설에서는 상원선거에 출마한 공화당 현역의원 패트릭 투미를 깎아내리며 민주당 후보를 밀어달라고 부탁했고, 이어 25일 공화당 마코 루비오 상원의원의 지역구인 플로리다로 넘어가서 민주당 후보를 응원한다.

미국 정치전문 매체 폴리티코는 클린턴이 이번 선거에서 ‘다운밸럿(down-ballot) 효과’를 극대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다운밸럿 효과는 대선과 동시실시하는 미국 연방의원 선거에서 대선후보와 같은 정당의 상·하원 후보가 득표에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클린턴의 이같은 행보는 지지율에서 트럼프에 두자릿수의 격차를 계속 유지해온 데다 주요 경합 주에서 우위를 차지한데 따른 자신감과 차별화 전략에서 나온 것으로 풀이된다. 한마디로 대세론을 탄 클린턴의 여유 행보인 셈이다.

미국 ABC방송이 지난 20~22일 유권자 87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힐러리 클린턴은 지지율 50%를 얻어 38%에 그친 도널드 트럼프를 12%포인트로 크게 앞섰다.

따라서 여러 언론들은 클린턴의 대선 승리 확률을 일제히 90% 이상으로 전망하는 보도를 잇따라 내놓고 있다.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 사진=연합뉴스/AP

상황이 이렇다 보니, 트럼프와 공화당은 차츰 초조감을 드러내며 클린턴에게 4차 TV토론를 제안하는 등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트럼프측의 켈리엔 콘웨이 선거대책본부장은 23일 언론 인터뷰에서 “트럼프가 또 한차례의 토론을 클린턴과 하기를 원한다”며 4차 TV토로을 제안했다.

콘웨이 본부장은 민주당이 9월 한달에만 수백억원의 광고를 쏟아부으며 희망보다는 트럼프에 맞서는 자기파괴의 ‘네거티브 캠페인’ 광고에 몰두했다“고 비난하며 클린턴 깎아내기에 주력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그는 CNN과 인터뷰에서 “트럼프와 함께 거리에 나가보면 선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것을 느낄 것”이라고 역전 가능성을 언급하며, 전통적 공화당 텃밭인 애리조나·조지아를 지키고, 경합주인 플로리다·오하이오·아이오와·노스캐롤라이나에서 승리하는데 주력하겠다고 말했다.

트럼프 진영의 다급해진 고육지책으로 읽히는 대목이다.

그러나 언론들은 트럼프가 3차 TV토론에서 부자 증세를 설명하던 클린턴의 발언 중에 끼어들어 “정말 끔찍한 여자(nasty woman)”이라고 내뱉은 말이 여성비하의 성차별 논란을 일으키며 여성 표를 깎아먹고 있어 트럼프를 더욱 곤경에 빠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ABC방송이 23일 발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여성 응답자의 55%가 클린턴을 지지한 반면에 트럼프 지지는 35%에 그쳤다. 특히 대학졸업 백익 유권자 지지율에서도 클린턴이 62%를 획득, 30%에 머문 트럼프와 2배 이상 격차를 보였다.

더욱이 트럼프의 선거불복 시사 발언이 적절치 못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트럼프의 아들인 에릭 트럼프가 다시 ‘조건부 선거 승복’을 밝혀 구설수에 올랐다.

에릭 트럼프는 23일 ABC뉴스 방송과 인터뷰에서 “아버지가 선거결과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말한 적은 없다”면서도 “그는 선거가 공정하다면 100% 받아들일 것이라고 말했다”고 강조했다. 이는 “확실한 선거 결과만 수용할 것”이라는 부친의 이전 발언과 맥락을 같이 하는 내용으로 풀이된다..

에릭의 말에 ABC 앵커는 “실제로 어떻더라도 마치 선거결과가 불공정하다는 것을 가정하고 있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콘웨이 공화당 선대본부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뒤지고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수석전략가였던 칼 로브도 폭스뉴스에 출연, 남은 선거기간에 트럼프의 역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한편, 공화당 선거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패배 콘웨이 공화당 선대본부장은 NBC방송에 출연해 “대선에서 트럼프가 뒤지고 있다”고 솔직히 인정했다.

공화당의 조지 W. 부시(아들 부시) 전 대통령의 선거캠프 수석전략가였던 칼 로브도 폭스뉴스에 출연, 남은 선거기간에 트럼프의 역전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털어놓았다.

오히려 공화당의 관심사는 대선이 아닌 상하원 선거에 있다. 트럼프 악재로 대선은 물론 현재 공화당이 장악하고 있는 상·하원 의회권력마저 민주당에 내줄 수 있다는 우려감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공화당 슈퍼팩(PAC:정치활동위원회) 등은 상·하원 다수당 자리를 지키기 위해 민주당 의원들을 공격하는 광고를 본격적으로 언론을 통해 선보일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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