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에 숄더백 메고 복구 자원봉사자와 인터뷰에 '발끈'

방송사 정직 처분에 '여론에 밀린 과잉 제재' 반론 나와

중국에서 선글라스와 양산을 쓴 채 수해복구 현장 취재를 해 논란이 된 여성 기자의 취재 모습.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최근 중국에서는 '웨이보'에 올라온 선글라스와 양산 차림을 한 여성의 사진 한 장이 논란이 됐다.

산뜻한 민소매 차림에 숄더백도 걸친 여성의 모습에서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한쪽 손에 마이크가 쥐어져 있다는 점이다. 사진 속 여성은 취재를 하고 있던 기자였다.

게다가 취재 현장이 중국 동남부를 강타한 태풍 므란티(Meranti)로 수해복구를 하던 현장이고, 인터뷰 대상도 복구에 나선 자원봉사자였다는 점이 알려지며 중국내 비난 여론이 빗발쳤다.

비판 여론이 거세지자 해당 여기자가 소속된 샤먼TV방송도 “우리의 여기자 중 한 명이 자사 취재규정을 따르지 않아 부적절한 인터뷰를 했다”며 “이런 기자의 모습은 대중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며 정직 처분을 내렸다고 발표했다.

그러나 방송사의 정직 처분은 네티즌 사이에서 더 큰 논쟁을 키웠다.

영국 BBC는 이 사건을 보도하며 해당 조치가 알려진 후 중국 네티즌은 “기자가 선글라스를 쓸 수 없다는 규정이 실제 있는지 분명하지 않다”며 “방송국이 대중의 분노와 압박 여론에 밀린 것 아니냐”는 의견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전했다.

또한 여기자의 사진을 처음으로 올린 장 양핑이란 인물도 BBC와의 인터뷰에서 방송국의 정직 처분은 그가 애초 사진을 올릴 때의 의도와 다르게 너무 거센 조치라는 의견을 표했다고 한다.

그는 “단지 여 기자가 인터뷰 중에 선글라스를 쓴 행동은 ‘실례(disrespectful)’였다는 의견을 대중과 나누려고 했다”고 말했다.

반면, 상하이에서 활동하는 TV저널리스트 린이징은 이번 사건은 중국 사람들이 기자에게 기대하는 바가 무엇인지를 보여 준 것이라고 분석했다.

중국인들은 똑똑하고 지적인 이미지만큼이나 더러운 곳에 발 담그기를 주저하지 않는 용감한 기자상을 동시에 갖고 있기 때문에 실망이 컸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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