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살배기 동생 살리고 자신은 숨진 아홉살 언니의 애틋한 가족애에 이탈리아 눈물바다

딸 줄리아의 어머니(가운데)가 장례식에서 작별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EPA·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정현 기자] 이탈리아 페스카라 델 트론토에서 발생한 지진에서 한 자매의 생사가 엇갈린 사연이 전해졌다. 비극적 사건의 주인공은 이탈리아 로마에 살던 줄리아(Giulia Rinaldi·9)와 조르지아(Giorgia·4) 자매다.

이탈리아 정부는 27일(현지시간)을 국가애도의 날로 지정하고 이번 지진으로 희생된 피해자들의 합동장례식을 열었다. 이 날 언니 줄리아는 희생자 명단에 이름을 올렸지만, 동생 조르지아는 다행히 목숨을 건져 네 번째 생일을 맞았다.

살아있었더라면 동생의 생일을 축하했을 언니는 죽기 전까지 동생을 꼭 껴안고 건물 잔해로부터 막아내며 자신의 몸으로 동생을 살렸던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로마에 살던 두 소녀는 방학을 맞아 부모님과 함께 외가가 있는 페스카라 델 트론토를 방문했다가 규모 6.2의 지진을 겪었다. 지진 충격으로 건물은 무너져 내렸고 두 자매는 잔해에 깔리고 말았다.

수색대가 구조에 나선 뒤 16시간 만에야 자매는 발견됐다. 그러나 언니 줄리아는 이미 숨져있었고 동생 조르지아는 입에 흙을 잔뜩 머금긴 했으나 숨이 붙어 있었다. 발견 당시 언니 줄리아는 동생을 보호하려는 듯 꼭 껴안고 있었고, 동생은 그 품에 안긴 모습 그대로 였다.

맨손으로 이들 자매를 꺼낸 소방관 마시모 카이코는 “자매가 지진이 났을 때 껴안고 잠을 잤거나 지진이 난 후 무서워서 껴안았을 것”이라며 “줄리아의 몸이 조르지아를 살렸다”고 이탈리아 신문 라 레푸 블리카와의 인터뷰에서 말했다.

동생 조르지아는 언니가 죽은 뒤 시신 아래서 16시간을 보낸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현재 조르지아는 사고 충격 때문인지 말을 하지 않는것으로 전해졌다. 줄리아의 장례식날, 세르지오 마타렐라 이탈리아 대통령은 조르지아가 입원한 병실을 찾아 인형을 선물로 주며 위로했다.

자매의 부모는 골절상을 입는 부상을 당했다. 줄리아의 장례식 전날과 당일 들것에 실려 현장을 방문한 어머니는 딸의 관으로 힘겹게 다가가 “안녕, 엄마는 너를 많이 사랑해”라고 작별 인사를 건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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