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탈퇴 진영과 반이민·고립주의·지지층 유사 '반전카드' 활용

클린턴측 "불확실성 시대 불안한 트럼프식 리더십 곤란" 역공

미국 공화당 대선후보 도널드 트럼프가 24일(현지시간) 영국 스코틀랜드 서부해안에 있는 자기 소유의 '트럼프 턴베리 골프장'에 도착, 백파이프 연주자들과 포즈를 취하고 있다. 이날 트럼프는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선택에 "그들은 그들의 나라를 되찾았다. 위대한 일이다"라며 경의를 표했다. 사진=연합뉴스/AP
[데일리한국 이찬미 기자]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즉 브렉시트(Brexit) 선택이 당사국인 영국과 EU뿐 아니라, 오는 11월에 치러질 미국 대통령선거에도 적잖은 파장을 몰고 올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여론조사 예상을 뒤엎고 열세였던 EU탈퇴 진영이 EU잔류 진영에 역전 드라마를 펼쳤다는 점에서 현재 미국 대선 판세에서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에 뒤지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에게 반전의 기회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브렉시트와 관련, 클린턴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나란히 ‘잔류’를 지지한 반면에, 트럼프는 ‘탈퇴’를 주장했기 때문에 영국민의 ‘이탈’ 투표 결과는 두 후보의 대선 전략뿐 아니라 미국 유권자들에게 의미있는 영향력을 끼칠 전망이다.

현재 스코틀랜드를 방문 중인 트럼프는 24일(현지시간) 브렉시트가 결정되자 “영국민은 자기네 국가를 되찾았으며, 그것은 위대한 일”이라며 환영의 입장을 나타냈다.

반대로 클린턴은 같은 날 성명을 내고 “브렉시트로 세계가 불확실성의 시대로 접어들었다”고 우려하면서도 “이런 불확실성 시대에 미국인의 지갑과 생계를 지키기 위해 조용하지만 꾸준하고 경험 있는 백악관의 리더십이 필요로 하다”며 트럼프의 돌출적인 언행과 가치관의 불안정성이 미국에 혼란을 가중시킬 것임을 우회적으로 시사했다.

그럼에도 미국 언론들은 영국 브렉시트 진영과 트럼프 간에 유사점이 있음을 지적하며 브렉시트 국면을 트럼프 선거캠프에서 적극 활용할 것이라는 예측을 내놓고 있다.

미 방송사 CBS는 브렉시트 지지세력과 트럼프 지지층의 공통점으로 분노와 불만을 꼽았다.

즉, 기성정치에 대한 분노, 이민자 등에게 일자리와 사회보장을 빼앗겼다고 생각하는 기득권층의 불만 등을 브렉시트 및 트럼프 지지자들이 공통적 정서를 갖고 있다는 설명이었다.

영국 BBC도 미국 대선 예비경선에서의 트럼프 열풍과 영국의 브렉시트 찬성 기류를 비교분석한 결과, 공통 키워드로 △유권자의 분노 △세계화 △이민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 △잃어버린 자부심 등 5가지를 제시하기도 했다.

이같은 미국과 영국 두 나라 국민들의 분노와 불만 정서를 간파한 브렉시트 진영과 트럼프 측은 반(反)이민주의, 고립주의를 내세워 정치적 목적을 이루려 한다는 분석이다.

특히, ‘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만들자’(Make America Great Again)는 트럼프의 정치구호와 ‘우리 나라를 되찾자’(Take back our country)는 브렉시트 진영의 탈퇴 캠페인 구호는 반이민주의를 넘어 양 진영의 고립주의를 대변해 주고 있다.

트럼프와 브렉시트 양 진영의 또다른 공통점은 지지층의 구성이다.

트럼프의 가장 강력한 우군은 고등학교 졸업 이하 학력의 백인이며, 영국 브렉시트 투표에서 탈퇴 지지층은 학력과 소득 수준이 낮은 계층이었다는 점에서 서로 닮았다.

중산층 아래의 계층에서 반(反)이민 정서와 고립주의에 대한 지지가 많다는 사실은 그만큼 두 나라 기저층의 일자리와 생계가 갈수록 어려워진데 따른 반감이나 반작용으로 풀이된다.

따라서, 브렉시트 국민투표 직전 발생한 영국 노동당 의원 총격피살 사건 용의자가 ‘영국 우선!(Briton First!)’이라고 구호를 외친 것이 영국민의 정서 일면을 보여준 것처럼, 보호무역과 나토(NATO:북대성양조약기구) 탈퇴를 언급하는 트럼프의 호소도 ‘세계화’와 ‘이민 포용주의’에 피로감을 느낀 미국인들에게 먹힐 가능성도 완전히 배제할 수 없다.

다만, 영국과 달리 이민을 통한 국가 건설과 경제 발전을 일궈온 ‘다인종 국가’ 미국에서 백인중심의 고립주의 정책이 트럼프의 호소대로 통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결국, 브렉시트에 따른 미달러의 강세로 미국 경제의 위축이 가시화될 경우 브렉시트 지지와 반대 입장을 폈던 클린턴과 트럼프 정책에 대해 미국 정치권과 유권자들이 어떤 평가를 내리느냐에 따라 11월 미국 대선의 향배도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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