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웨이관진룽 빌딩에서만 32명 숨져

사진 출처=EPA/연합뉴스
[데일리한국 김소희 기자] 춘제(春節·설) 연휴가 시작된 6일 새벽 대만 남부를 강타한 규모 6.4의 지진으로 주상복합건물 네 채가 붕괴하는 등 모두 9개 건물이 무너져 최소 34명이 숨졌다.

지진 매몰자의 생존 골든타임이 다가오면서 지진 피해 현장의 수색과 구조 작업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

대만 중앙재해대책센터는 7일 오후 10시(현지시간) 현재 타이난(台南) 시에서만 주민 34명이 목숨을 잃고 어린이 27명을 포함해 모두 121명이 실종된 상태라고 밝혔다.

특히 타이난 시 융캉(永康) 구에서 옆으로 무너져 내린 16∼17층짜리 웨이관진룽(維冠金龍) 빌딩에 피해가 집중돼 이 건물에서만 32명의 주민이 숨진 것으로 확인했다.

통상 지진 생존자의 구조 '골든타임'으로 알려진 72시간을 25시간가량 남긴 가운데, 대만 소방당국은 웨이관진룽 빌딩 현장에서의 구조 작업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소방대원과 자원봉사자 등을 포함한 2천여 명의 구조인력이 수색견과 생명탐지기 등을 활용해 이날 무너진 건물 잔해 속에서 생존자들을 속속 구출했다.

이날 오전 8층에 거주하던 20세 남성이 무너진 벽의 10㎝ 틈을 통해 구조대에 발견된 후 8시간에 걸친 작업 끝에 구조됐다. 매몰된 잔해더미에 있던 휴대전화를 찾아내 구조 요청을 해온 어린 자매가 구출되기도 했다.

오후 1시께에는 웨이관 대루 11층에서 생후 6개월 된 여자 아이가 구조돼 병원으로 후송됐으나 숨졌다.

대만중앙통신(CNA)은 지진 발생 이후 현재까지 모두 310명이 구출됐으며 이 가운데 100명이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조당국은 현재 주민 29명의 추가 생존 가능성을 확인한 상태라고 밝혔다.

웨이관진룽 빌딩 외에도 타이난 시 구이런(歸仁) 구에서 한 여성이 쓰러진 물탱크에 깔려 숨졌고 한 공장 창고에서 직원 한명이 지진 충격으로 떨어진 물건에 맞아 사망했다.

무너진 모양이 아코디언 같아 '아코디언 빌딩'이라고 불린 웨이관진룽 주상복합건물의 부실시공 사실도 속속 드러나고 있다. 내진설계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을 뿐 아니라 내력벽 기둥 속에서 폐식용유 통이 발견되기도 했다. 22년전 지어진 이 건물은 부실시공에 이어 1999년 대만 일대를 덮친 9·21 대지진 당시 크게 파손돼 16년전 이미 부실위험 진단을 받았는데도 장기간 이 건물을 유지해왔던 경위에 대해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이에 따라 대만 검찰이 수사에 착수했다. 하지만 웨이관건설은 이 건물을 시공한 직후 부도가 나 문을 닫은 상태여서 수사에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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