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초박빙 신승했지만 힐러리가 대선후보될 가능성 여전히 높아

공화당, 트럼프 예상 밖 고전..크루즈 1위에도 루비오 선전으로 3파전

민주·공화 양당 경선 모두 흥행 장기화할 듯

손병권(왼쪽) 교수와 정하용 교수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미국 대선후보 경선의 첫 번째 관문인 아이오와 코커스(당원대회)를 시작으로 미국 대통령 선거 9개월의 서막이 1일(현지 시간) 열렸다. 민주당에서는 힐러리 클린턴 전 장관(49.9%)이 고전 끝에 초박빙의 승리를 거둬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가운데 버니 샌더스(버몬트) 상원의원(49.6%)은 "사실상 동률"이라고 선언해 앞으로 대혈투를 예고했다.

공화당에서는 테드 크루즈(텍사스) 상원의원(27.6%)이 예상을 깨고 승리하며 '돌풍'을 일으켜온 도널드 트럼프 후보(24.3%)를 꺾었고, 마르코 루비오(플로리다) 상원의원(23.1%)이 3위를 기록하며 두 사람의 뒤를 바짝 추격했다.

전문가들은 첫 코커스만을 놓고 예단할 순 없지만 민주당과 공화당의 경선에서 모두 당초 예측과는 다른 결과가 나왔다고 입을 모았다. 양당에서 모두 당초의 '대세론'이 흔들렸다는 의미다. 따라서 역사상 가장 지루한 선거가 될 수 있다는 우려와 달리 이번 대선에서 미국 유권자들의 관심이 증폭되면서 흥행이 장기화할 것이란 분석이 나왔다. 또 정치의 양극화 심화로 민주당에서는 왼쪽 극단, 공화당에서는 오른쪽 극단으로 표심이 치우치는 현상이 나타났다고 진단했다.

손병권 중앙대 정치국제학과 “두 결과 다 예상 밖"이라며 "여론조사와 실제 샘플은 차이가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결과였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공화당의 경우 당초 트럼프가 앞섰지만 막판에 치고 올라간 크루즈가 이겼고, 민주당의 경우 힐러리의 압승이 예상됐는데 사실상 동률이라는 결과가 나왔다”고 말했다.

손 교수는 “특히 공화당에서는 루비오가 상당히 선전했다”며 “극우세력으로 분류되는 트럼프와 크루즈 대신 전통적 주류 세력인 루비오가 치고 나와 삼파전 구도를 만들었다"고 분석했다. 손 교수는 이어 “첫 코커스만 놓고 본다면 루비오가 승자라고 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민주당 경선 결과에 대해서는 “샌더스가 선전하긴 했지만 앞으로 뉴햄프셔를 지나면 사우스캐롤라이나 등 클린턴 내외와 가까운 지역이 많아 힐러리가 대선후보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공화당은 삼파전이 장기화되면 정책 경쟁보다는 서로 헐뜯는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큰데, 민주당의 경우 흥행이 안 될 수 있었던 선거가 흥미롭게 치러지는 계기가 됐다”고 밝혔다.

정하용 경희대 국제학과 교수도 “역대 민주당 코커스에서 이렇게 경쟁이 치열한 경우는 없었다”며 “젊은 층의 투표 참여가 지속된다면 한동안은 민주당 유권자들의 관심을 증폭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 교수는 “샌더스가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있기는 하지만 10여 개 주가 동시에 경선을 치르는 슈퍼 화요일을 거치며 동부, 서부로 갈수록 결국 민주당에서는 힐러리가 유리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이어 “기존 미국 선거에서는 양당이 중도를 끌어안는 경쟁을 많이 했지만 정치의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민주당에서는 왼쪽 극단, 공화당에서는 오른쪽 극단으로 선명하게 치우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며 “결국 힐러리가 코커스 과정에서 샌더스의 리버럴(자유주의적) 공약들을 수렴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화당 첫 코커스 결과에 대해 정 교수는 “백인 노동계층과 불만 세력이 지지 기반인 트럼프가 대선후보가 되면 힐러리가 이길 것이란 예측 때문에 공화당 내 지지자들이 크루즈와 루비오 쪽으로 기우는 것 같다”며 “크루즈가 이기긴 했지만 루비오가 강한 주자로 떠오르고 있어서 세 후보 간의 치열한 각축전이 벌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