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지디족 출신 이라크 전 의원 CNN 인터뷰서 증언…"상황 너무 어렵다" 도움 요청

사진 출처=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이서진 기자] 극단주의 수니파 무장조직 '이슬람국가'(IS)에 납치된 이라크 소수민족 야지디족 여성들이 참혹한 감금 생활을 견디다 못해 자살을 택하고 있다고 전직 이라크 국회의원이 5일(현지시간) 밝혔다. 야지디족 출신인 아미나 사이드 하산 전 의원은 이날 미국 CNN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납치된 여성들로부터 매일 구해달라는 전화를 받고 잠을 못 이루고 있다. 자살한 소녀들의 사진도 봤다"며 이같이 전했다.

하산 전 의원은 1년 전인 지난해 8월 IS의 잔혹한 학살이 벌어진 이라크 북부 신자르가 고향이다. 그의 친척과 이웃 상당수가 당시 IS에 납치됐다. 그는 IS에 납치된 야지디족 여성 구출 활동을 벌여 수백 명을 구했다. 붙잡힌 이들이 하산 전 의원에게 전화를 걸어오면 그의 남편 칼릴 이라크와 시리아 국경지대로 가서 안전한 곳으로 빼내온다. 이런 공로를 인정받아 그는 지난 7월 미국 국무부의 연례 인신매매 실태(TIP) 보고서 발표식에서 '인신매매와 싸우는 영웅'으로 뽑히기도 했다.

하산 전 의원은 그러나 IS에서 벗어나 다시 자유를 찾는 경우는 소수이며 여전히 많은 야지디족 여성들이 고통받고 있다고 눈물로 호소했다. 그의 도움을 받아 탈출한 야지디족 여성들은 IS가 납치 여성들을 화물차에 짐짝처럼 실어 알 수 없는 곳으로 끌고간다고 전했다. 이들은 노예처럼 팔려가고 그 과정에서 수차례 성폭행을 당하며 살해되는 경우도 있다.

하산 전 의원은 이런 상황에 처한 야지디족 여성 가운데 최소 100명에서 수백 명이 목숨을 끊었다면서 "구출 요청 전화를 걸어오는 이들은 '더는 나빠질 수 없는 상태'라고 한다. 연락해온 여성 가운데 소식이 끊긴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그는 또 "납치된 여성들이 겪은 일을 생각하면 잠을 잘 수가 없다"며 "언제 구출해줄 수 있느냐고 묻는 말에 어떻게 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나는 정부도 아닌 보통 사람일 뿐이어서 상황이 너무 어렵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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