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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미국은 5·16 군사쿠데타를 통해 정권을 잡은 당시 박정희 소장을 공산주의자로 판단하지 않은 것으로 16일(현지시간) 드러났다. 이날 공개된 미국 중앙정보국(CIA)의 대통령 일일보고 '오직 대통령을 위한 보고'(For the President's Eyes Only) 문건에 따르면 CIA는 5·16쿠데타 발발 약 두 달 후인 1961년 7월 19일 당시 새뮤얼 버거 주한 미국대사의 판단을 토대로 쿠데타의 배경과 주도자들의 성향, 당면 과제 등을 이같이 보고했다.

CIA는 일일보고에서 구체적인 호칭 없이 '박정희' 또는 '박'이라고만 명시했으며 그가 공산주의자나 기회주의자는 아니라고 분석했다. 버거 대사는 "봉기(revolt)의 동기는 애국적, 민족주의적, 반(反)공산주의적인 것"이라고 평가한 뒤 "봉기를 주도한 혁명 지도자들(the revolutionary leaders)가운데 기회주의자나 공산주의 잠복세력(Communist sleepers)이 있을 수 있지만, 박정희는 그런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CIA는 보고했다.

버거 대사는 그러면서 공산주의자들이 이득을 볼 수 있는 가장 큰 위험은 이 정권이 당파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하고 경제적 문제에 봉착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는 미국이 5·16쿠데타 얼마 지나지 않아 박정희 군사정권을 인정했음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CIA는 당시 한국 내부의 복잡한 정세를 대통령에게 거의 실시간으로 보고한 것으로 드러났다. 6월 26일 자 일일보고에는 역쿠테다 설에 대한 새로운 정보가 없다고 돼 있으나 다음 날 일일보고에는 여권 내 해결되지 않는 갈등이 한창인 가운데 쿠데타 음모가 계속되고 있다고 적혀 있다. 또 이로부터 보름 후인 7월 13일 자 일일보고에는 서울에서 박정희를 겨냥한 역쿠데타 계획에 대한 새로운 보도가 나왔다고 돼 있다.

7월 7일 자 일일보고에는 박정희 소장이 국가재건최고회의에서 장도영 당시 육군참모총장 지지자들을 제거하고 자신의 통제력을 강화하려 한다는 등의 내용이 기술돼 있다. CIA는 비슷한 시점에 북한 김일성의 모스크바 방문 계획과 북·소 상호방위협정 서명에 뒤이은 북·중 상호방위협정 서명 등 북한과 소련, 중국의 동향도 상세하게 보고했다.

이밖에 한일관계와 관련된 9월 21일 자 일일보고를 보면 현 남한 정부가 이전 정권보다 일본과의 관계 개선에 더욱 적극적이며 다음 달(10월) 중 협상 재개를 원하고 있다고 적시돼 있다. 한편 이날 기밀 해제된 CIA의 대통령 일일보고는 '민감한 내용'으로 추정되는 상당 부분이 삭제된 채 공개됐다. 삭제된 부분은 크고 작은 검은 실선 안의 네모 공란으로 표시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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