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SBS 자료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조옥희 기자] 한국과 중국의 전문가들은 이번 박근혜 대통령의 중국 방문이 동북아의 전통적 '진영외교'에서 탈피할 가능성을 보여줬다고 긍정 평가했다. 이전에 비해 자주적 외교를 할 수 있는 첫 디딤돌이 마련된 것이란 평가다. 그러나 가까워진 한중관계를 바탕으로 중국에 한층 강화된 대북 압박을 요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국내 일각의 관측에 대해서는 "희망적 기대는 삼가야 한다"며 신중한 태도를 주문하기도 했다.

먼저 김한권 국립외교원 교수는 "이전에는 한국이 정확한 입장이나 국가목표를 표명하지 않았기 때문에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압박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면서도 "그러나 이번에는 우리 입장을 먼저 표명하고 미중과 서로 이해관계의 차이를 협상해 나가는 모습을 보여 이전에 비해 자주적 외교를 할수 있는 첫발을 디뎠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이 경쟁과 견제에서 협력과 발전을 추구하는 구조로 바뀔 가능성이 높은데, 한미중 사이에서 협력을 강조한 한국의 역할이 경쟁·견제의 역할을 했던 일본보다 훨씬 커질 것이란 평가다. 다만 한중이 합의한 부분을 가지고 중국과 한국이 어떻게 미국을 설득시키느냐는 과제가 남았다고 지적했다.

김준형 한동대 국제정치학과 교수는 "한미일 3각 협력을 추진하려던 미국이 한일관계 악화로 한국에 압박을 주는 형국이었는데, 이번 전승절 참석으로 그 압박에서 다소 벗어날 수 있는 기틀을 마련했다"고 진단했다. 김 교수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전승절 행사는 '한 국가를 겨냥한 것이 아니다'라고 계속 강조하는 등 중국이 (행사) 성격을 중화시키려는 노력을 많이 해 왔다"면서 "한중일 정상회의에 합의하게 되면서 여기에 우리나라가 일조를 한 것으로도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중국이 우리편이 돼 북한을 압박한다는 식으로 가서는 곤란하다는 전제를 달았다.

홍현익 세종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동북아 지역에서 우리가 외교를 주도하는 방향으로 기본 기조를 바꿨다고 할 수 있다. 이 기조로 계속 가야 한다"며 "진영외교를 넘어서 동북아의 평화 공존을 향해 좀더 적극적이고 능동적으로 주도해나갈 소명이 생긴 것"이라고 말했다. 홍 위원은 그러면서 "중일관계에서도 좀더 적극적인 중재자, 평화 촉진자 역할을 해야 하고 미중간에도 너무 한쪽에 치우치기보다 서로 공존할 수 있는 여지를 넓혀야 한다"며 "북한의 대남도발 억제라는 측면에서는 한미동맹을 튼튼히 가져가되 한미동맹이 '반중동맹'이 되지 않도록 최대한 노력을 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국의 한반도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톈안먼(天安門) 성루에서 항일전쟁 승리 기념 열병식을 지켜본 것은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강조했다. 중국 중앙당교 국제전략연구소 장롄구이 교수는 "박 대통령이 톈안먼 성루에 오른 것은 중한 관계의 비약적인 발전을 의미하며 박 대통령을 시 주석 가까이 배려한 것은 중국이 한국을 매우 중시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장 교수는 "시 주석이 박 대통령의 방중에 감사를 표시했고 현재 중한관계로 미뤄 그런 위치설정은 매우 당연한 것으로 본다"면서 "반면 북한 대표단 자격으로 방중한 최룡해 노동당 비서는 오른쪽 끝에 위치해 박 대통령과 상대적으로 비교가 됐다"고 평가했다.

한편 홍콩의 중국 문제 전문가인 조니 라우(劉銳紹) 시사평론가는 시 주석의 군병력 30만 명 감축 계획 발표는 군사력에 대한 자신감과 평화 의지를 표명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회보(文匯報) 베이징(北京) 특파원 출신인 라우 평론가는 "현대 전투는 병력보다는 무기 의존도가 크다"며 "시 주석이 항일전 승리 70주년 기념 열병식에서 병력 감축 계획을 밝힌 것은 군 병력 300만 명 가운데 30만 명을 줄이더라도 무기 현대화에 힘입어 군사력이 약화하지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라고 말했다.

라우 평론가는 "일부 국가가 최근 중국의 군사력 강화를 위협으로 생각하는 점도 고려한 것"이라며 "시 주석이 연설에서 '평화'(和平)라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사용한 것은 중국이 단기적으로 어떤 나라와도 전쟁하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을 표방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그는 "중국은 1980년대 한국과 외교관계를 처음 수립한 이후 한국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한국과 미국 간 우호 관계가 오랜 역사를 갖고 있는 것을 알지만, 장기적으로 미국의 영향력을 줄이기 위해 한국과의 관계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중국은 한반도를 포함해 주변 지역에 평화적인 상황이 유지되기를 원하고 있어 한국과 북한 간 균형을 맞추는 일에도 신경을 쓸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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