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향해 '우호 메시지'…임시정부 사료 추가

김일성 사진은 게재…이름은 적시하지 않아

사진=네이버 캐스트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중국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전쟁 승리 70주년(전승절)을 맞아 지난달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을 재개관하면서 대한민국 관련 사료는 대폭 추가한 반면, 북한 관련 자료는 눈에 띄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다 박근혜 대통령의 광복절 기념행사 사진는 부각시켜 전시했지만 김일성 주석 이름은 보이지 않았다. 중국 측이 북중 관계보다 한중간 역사 공조와 연대감을 부쩍 강조한 모습이어서 주목된다.

31일 중국인민항일전쟁기념관에 따르면 '7·7사변(노구교 사건)' 78주년을 기해 재개관한 노구교 인근의 이 기념관은 별도의 한반도 코너를 만들어 임시정부 관련 자료 등을 전시했다. 기념관 측은 '세계 각국의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기념' 코너를 만들어 2013년 광복절 행사 당시 박 대통령이 태극기를 든 모습이 담긴 사진을 가장 잘 보이는 자리에 배치했다. 이곳에는 중국을 세계 각국에서 제2차 세계대전 종전을 기념하는 행사 사진을 전시했지만 북한은 제외됐다.

임시정부의 활동을 중심으로 한국 독립운동 사료들도 상당수 전시했다. '(중국이) 조선(한)반도 독립운동을 지원했다'는 코너에서는 약 30점의 한국 독립운동 사료를 볼 수 있다. 이곳에는 윤봉길 의사의 상하이 의거를 비롯해 임시정부 관련 자료가 전시돼 있다. 임시정부가 8차례 옮겨다녔던 역사도 연표 형태로 안내돼 있다. 윤 의사의 자료 아래에는 동북항일연군의 모습이 담긴 사진도 걸려 있다. 이 사진의 가장 왼쪽에 있는 인물이 김일성 북한 주석으로 알려졌지만, 사진 설명에 '김일성'이란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다만 설명에는 '사진은 연군의 조선인 전사'라고 돼있다.

기념관은 김일성 주석과 달리 김구 주석 및 독립운동가 안춘생·이시흥 선생의 이름은 밝혔다. 중국이 이처럼 임시정부를 부각하고 있는 것은 한국을 향해 우호적 메시지를 보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임시정부의 법통을 잇는다고 헌법에 명시된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인정한 것이다. 북한은 현재도 임시정부를 낮게 평가하고 있다. 베이징 외교 소식통은 "북한보다 한국을 더 가깝게 생각하기 시작한 소리 없는 증거"라고 설명했다.

한국광복군의 창설식 기념사진에는 '광복군이 중국 정부의 지지 아래 충칭에서 설립됐다'는 설명을 붙였다. 광복군의 훈련 사진과 1944년 11월 광복군 훈련반 제1기의 졸업식 사진도 보인다. 전시물을 대거 교체하면서도 조선의용대의 한 병사가 '중·한 양 민족이 연합해 일본 강도를 타도하자'고 크게 적은 사진은 남겨 놓았다. 당시 한·중이 함께 손잡고 무장 투쟁을 벌였다는 사실을 강조하기 위해 해당 사진을 남겨 놓은 것으로 해석된다.

한편 최근 들어 한중 양국은 안중근 의사 기념관 설립 등 과거사에 대한 공조를 직간접적으로 모색해 오고 있다. 중국 측은 다음 달 4일 박 대통령이 방문하게 될 상하이(上海) 임정청사의 재개관 비용을 모두 부담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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