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TV 화면 캡처
[데일리한국 황혜진 기자] 미국에서 또 한 명의 경찰이 이른바 '묻지마 살인'을 당해 사회 전체가 충격에 빠졌다. 미국 텍사스 주 휴스턴 인근의 해리스 카운티 경찰국은 29일(현지시간) 주유소에서 차에 기름을 넣던 대런 고포스(47) 보안관 대리에게 다가가 등 뒤에서 총을 난사한 용의자 섀넌 마일스(30)를 검거해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마일스는 28일 오후 고포스를 살해한 뒤 달아났다가 목격자와 주민의 신고로 29일 살인 혐의로 체포됐다. 경찰은 마일스가 고포스 경관을 아무런 이유 없이 살해했다는 점에서 그에게 과거 경찰에 대한 특별한 원한이 있는지 조사를 벌이고 있다. 30일 미국 언론에 따르면 론 힉먼 해리스 카운티 경찰국의 보안관은 "우리는 고포스가 오로지 경찰 제복을 입은 탓에 공격의 제물이 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마일스와 고포스는 이날 범행 전까지 서로 알지 못하는 사이였다.

특히 릭먼 보안관은 지난해 8월 미주리 주 퍼거슨을 시작으로 전역에서 연쇄 발생한 백인 경관의 비무장 흑인 총격 살해 사건의 여파가 이번 사건과 연관 있다고 강하게 의심했다. 보복을 하려고 흑인이 백인 경관을 공격했다는 가정으로, 숨진 고포스 경관은 백인, 용의자 마일스는 흑인이다.

이와 관련 미국 CNN 방송은 올해에만 총격을 받아 피살된 미국 경찰의 수가 23명에 달한다고 소개했다. 희생자 중에는 지난 6월 오하이오 주 신시내티에서 911 거짓신고를 받고 출동했다가 흑인 청년의 총격에 사망한 한국계 경찰 소니 김(48)도 있다. 올해 3월 조지아 주 애틀랜타 외곽 도시에 총격 신고를 받고 출동해 유명을 달리한 베테랑 테런스 그린 경관도 고포스처럼 경찰을 살해할 목적으로 자행된 매복 습격에 당했다.

퍼거슨 사태로 흑백 차별 철폐와 경찰 훈련 시스템 개혁 요구가 정점을 찍은 지난해 연말, 뉴욕에서는 두 명의 경찰이 순찰차에서 근무 중 흑인의 총격을 받고 그 자리에서 사망해 충격을 던지기도 했다. 고포스 경관을 추모하는 집회가 29일 밤 사건 현장에서 열린 가운데 많은 흑인이 참가해 애도의 뜻을 건넸다.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 운동의 지도자인 더레이 매키슨은 일간지 휴스턴 크로니클과의 인터뷰에서 "폭력에 희생된 고포스 경관에게 비통한 심경을 전한다"면서도 "그러나 이 비극을 정치 쟁점으로 삼고, 폭력을 종식하려는 '흑인의 생명도 소중하다'는 운동에 고포스 경관의 사망 원인을 돌리는 경찰의 태도에는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소방관과 경찰 등 제복 입은 이들을 돕는 비영리 단체인 '100클럽'은 당장 고포스의 유족에게 우선 2만 달러를 지원하고 여러 조건을 충족하는 대로 30만 달러를 더 줄 예정이라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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