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정부 "식민지배 중인 국가에서 징용…'강제노동' 해당 안돼"

마이니치·도쿄신문 등 사설 통해 "역사적 사실 부인할 수 없다"

일제 강점기 당시 조선인들이 끌려가 강제노역을 한 일본 나가사키의 하시마(端島, 일명 '군함도'). 사진제공=나가사키시 홈페이지
[데일리한국 이선아 기자] 일본 정부는 국제사회에 일제 식민지 당시 자국 산업시설에 강제 징용된 한반도 출신 노동자가 '강제노동'을 한 것은 아니라는 주장을 적극 펼칠 방침이다. 교도통신은 7일 일본 정부가 타국과의 양자 협의와 국제회의 등의 자리에서 한반도 출신자들의 노동이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조약'이 금지하는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전할 방침이라며 이처럼 밝혔다.

일본 정부의 이 같은 주장은 한반도 식민지 지배가 합법이었다는 인식에 기반을 둔 것으로 보인다. 당시 식민지배 중인 한반도에서 노동자를 징용한 것이 국제법이 금지하는 위법행위인 '강제노동'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 6일 기자회견에서 "1944년 9월부터 1945년 8월 종전(終戰) 때까지 사이에 '국민징용령'에 근거를 두고 한반도 출신자의 징용이 이뤄졌다"며 "이른바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이 전혀 아니라는 것은 (일본) 정부의 기존 견해"라고 강조했다.

앞서 지난 5일 독일 본에서 열린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에서 일본 정부 대표단은 영어 성명을 통해 세계유산 등재가 결정된 산업 시설에 "의사에 반(反)해 끌려간" 한반도 출신자 등이 "노동을 강요당했다(forced to work)"고 밝혔다. 그럼에도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과 스가 관방장관은 "(forced to work가) 강제노동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는 주장을 펼쳤고, 일본 정부의 성명 번역본은 강제성을 분명히 하지 않은 채 "(원하지 않는데) 일을 하게 됐다"는 표현을 썼다.

이와 관련, 일본 현지 언론들은 이날 조선인 강제 징용 피해를 외면해선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마이니치 신문은 이날 사설을 통해 "한반도 출신자가 이직(離職)의 자유없이 중노동을 강요당한 역사에 일본은 눈을 감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징용공(강제징용 피해자)'의 청구권 문제는 일한 국교정상화 시점에서 종결된 것으로 한국 정부도 인정하고 있다"며 이번 사안을 "정치문제화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도쿄신문은 사설을 통해 "전시에는 식민지로부터 (사람들이) 다수 동원돼 일본인과 함께 가혹한 노동에 종사했다는 사실은 부인할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한일 조약에서 (한일간 청구권 문제는 종결된 것으로) 합의한 이상 한국 정부는 배상을 요구하는 움직임과는 분리하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익 성향의 산케이 신문은 "역사에 대한 부당한 개입을 용납해선 안 된다"고 했다. 신문은 "아베 신조 정권이 한국 정부의 역사적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요구에 양보한 것은 부정할 수 없다"면서 이 같이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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