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에서 한 20대 여성이 허락을 받지 않고 외출했다는 이유로 잔인한 ‘명예살인’을 당했다. 특히 남편과 시아버지는 여성을 폭행한 뒤 몸에 불을 붙여 살해하는 끔찍한 만행을 저질렀다.

지난달 25일(이하 현지시간) AFP통신에 따르면 파키스탄 중부 무자파르가르 지역 경찰 당국은 아내를 불태워 죽인 남편과 그의 아버지를 체포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 17일 일어났다. 아내 살해 혐의로 체포된 무함마드 시디크는 아내 샤바나 비비(25·사진)가 자신의 허락없이 외출했다는 것에 화가 나 아버지와 함께 그녀를 폭행한 뒤 기름을 붓고 불을 붙였다고 진술했다.

비비는 전신에 80% 이상 화상을 입었고 18일 병원에서 끝내 숨을 거뒀다.

비비는 3년 전 시디크와 결혼했지만 아이를 낳지 못한다는 이유로 종종 가정폭력에 시달려 온 것으로 전해졌다.

비비의 오빠는 경찰 당국에 범죄보고서를 보여 달라고 반복적으로 요청했지만 제공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만약에 경찰이 제대로 진실을 밝히지 못한다면 지구 경찰청장 사무실 앞에서 내 몸을 불사르겠다”고 말했다.

지구 경찰청장은 “남편과 시아버지를 살인과 테러 혐의로 체포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사건 담당 경찰관은 비비가 자살한 것이라고 주장하며 만약에 코란 앞에 이들 부자가 무죄라고 맹세하면 경찰조사가 끝날 것이라고 밝혔다.

이슬람 문화권인 파키스탄에서는 자신들의 규율에 어긋난 행동을 한 이들이 가족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는 명목으로 살해하는 이른바 ‘명예살인’을 통해 연간 여성 수백명이 목숨을 빼앗기고 있다.

파키스탄 인권단체 아우랏트 재단은 명예살인 등 폭력으로 사망한 여성은 2008년 이후 3,000명 이상에 달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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