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의 포스터. '인터뷰'는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을 초래한 논란의 영화다.
북한 인터넷 사이트들이 완전 다운 10시간여만인 23일 오전 11시40분쯤 모두 정상화됐다.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 사이트는 이날 오전 11시가 넘어 접속이 재개됐으며 뒤이어 조선중앙통신, 우리민족끼리 등 나머지 사이트도 모두 접속이 원활한 것으로 확인됐다.

앞서 북한 관영통신인 조선중앙통신, 노동신문 등 북한 공식 도메인 '.kp'를 사용하는 웹사이트는 이날 새벽 1시부터 다운돼 접속이 되지 않았다. '.kp' 도메인을 사용하지 않는 대남선전용 인터넷 매체인 우리민족끼리는 이날 새벽 6시께부터 접속이 됐다 안됐다를 반복하며 불안정한 상태를 반복했다.

뉴욕타임스 등 미국 언론들은 22일(현지시간) 북한 인터넷이 19일 밤부터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다가 상황이 악화해 완전 불통상태라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사태가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이후 시작됐다는 점에 주목해 미국의 보복 공격 가능성 관측도 나오고 있으나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일각에서는 미국 정보당국에서 북측에 경고 차원으로 이번 인터넷망 차단을 시도한 뒤 풀어준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미국이 북한에 보복한 것인가


인터넷뉴스본부 천선휴 기자


美언론 "北인터넷, 주말부터 불통"… 美, 보복공격 나섰을 가능성

북한 인터넷망이 지난 주말부터 '먹통'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 암살을 소재로 한 영화 '인터뷰'를 둘러싼 '소니 픽처스 엔터테인먼트 해킹' 사건에 대해 비례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밝힌 한 바 있어 미국의 보복 공격으로 인해 북한 인터넷이 멈춘 건 아닌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소니 해킹 사건의 주체로 지목된 북한의 인터넷이 완전히 다운됐다는 인터넷 전문가들의 발언을 22일(현지시간) 앞 다퉈 보도했다.

미국의 권위 있는 사이버안보 업체인 '딘 리서치'의 더그 마도리 소장은 이날 북한 인터넷이 완전히 불통 상태라면서 지난 19일 밤부터 북한과 외부를 연결하는 인터넷이 불안정한 상태를 보이다 주말을 넘기면서 상황이 악화됐다고 밝혔다.

마도리 소장은 "북한 인터넷은 현재 통제 불능의 상태"라며 북한 인터넷이 완전히 다운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현재 북한의 인터넷 상황은 인터넷 네트워크에서 라우터)데이터 전달을 촉진하는 중계 장치)가 디도스(DDos: 분산서비스거부) 공격을 받았을 때와 똑같은 모습을 보이고 있다면서 "(북한 인터넷이 외부로부터) 어떤 공격을 받았더라도 놀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북한 인터넷은 간혹 보수ㆍ유지 과정에서 멈추기도 하지만 주말부터 전례 없이 긴 시간 동안 인터넷 불통 사태가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단순한 보수ㆍ유지는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미국 샌프란시스코에 소재한 인터넷업체 '클라우드플레어'도 북한 인터넷이 불통 상태라면서 이날 오전에는 수 시간 동안 완전히 다운됐다고 밝혔다. 클라우드플레어 설립자인 매튜 프린스는 "북한의 수많은 인터넷 연결망이 완전히 끊어진 것으로 보인다"면서 "이는 북한 인터넷이 완전히 다운된 상태라는 걸 의미한다"고 말했다.

미국은 이날 소니 해킹 사건에 대한 후속대응 과정에서 가시적 대응 조치와 비가시적 대응조치를 취하겠다고 밝혔다. 마리 하프 미국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후속대응 조치의 성격을 묻는 질문에 "광범위한 옵션을 검토 중이며, 대응조치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일부는 눈에 보이고 일부는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는 후속대응에 눈에 보이지 않는 대응조치인 '사이버보복'을 포함할 것이라는 점을 강력하게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따라 미국의 보복공격으로 북한 인터넷이 불통 상태에 이르렀을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미국 언론들도 북한의 인터넷 다운 사태가 지난 주말 오바마 대통령이 "비례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공언한 직후부터 시작돼 눈길을 끌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앞서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지난 19일 기자회견을 갖고 "북한에 대해 비례적으로 대응할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대북 응징 의지를 표명한 바 있다. 오바마 대통령은 21일에는 CNN의 '스테이트 오브 더 유니언' 프로그램에 출연해 소니 해킹 사건을 기존 사이버 상의 질서를 파괴하는 사이버 반달리즘이라고 규정하기도 했다. 그는 "(북한의 해킹 행위는) 매우 비용이 많이 드는 사이버반달리즘 행위"라면서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방안도 검토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 국무부는 북한을 테러지원국으로 재지정하는 데 필요한 요건과 함께 금융제재 등 다른 대응 옵션을 오바마 대통령에게 보고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북한은 국방위원회 정책국 명의의 성명을 발표해 미국이 근거 없이 북한을 해킹 배후로 지목했다며 "오바마가 선포한 '비례성 대응'을 초월해 백악관과 펜타곤, 테러의 본거지인 미국 본토 전체를 겨냥한 초강경 대응전을 벌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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