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지한파 학자인 오구라 기조(小倉 紀藏) 교토대 교수가 일본 내 혐한(嫌韓) 정서가 한국의 친중(親中) 흐름에 기인했다고 분석했다. '친구'라고 생각했던 한국이 중국으로 가버렸다는 실망감이 일본 내 혐한 정서를 불렀다는 것이다.

서울대 일본연구소가 24일 서울대 관악캠퍼스 국제대학원에서 주최한 일본 전문가 초청세미나에서 오구라 교수는 '일본의 혐한파가 무엇을 주장하고 있는가'를 주제의 특별강연에서 이같이 주장했다.

오구라 교수는 "일본에서 한류 붐이 일던 2002년은 '한국을 알자', 2003∼2010년은 '한국을 배우자'는 분위기였지만, 2010년 이후 이런 정서는 끝났고 2012년부터 올해까지 혐한이 주를 이루고 있다"며 "한국은 성공했지만 믿을 수 없다는 게 혐한파의 가장 중요한 시각이며 2012∼2014년은 일본 내 혐한파의 전성기"라고 설명했다.

그는 "많은 일본인이 '한국이 모든 것을 가져갔다'는 인식을 갖고 있다"며 "한국이 일본의 기술, 자본, 경영방식을 본떠 자국의 기업에 더 좋게 접목해 외려 일본 기업을 이겼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일 간 관계 악화를 촉발시킨 더욱 결정적 계기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중국 방문과 최근 강화되는 한중관계를 꼽았다.

오구라 교수는 "2012년 이 전 대통령의 독도 방문은 굉장히 충격적이었다"며 "거기에 이 전 대통령이 '일왕이 와서 사과하라'고 말하면서 보통의 일본인에게까지 혐한 정서가 퍼졌다"고 말했다. 그는 또 "혐한파들은 박근혜 대통령이 '고자질 외교'(외국에서 반일적 발언을 하는 것'를 하고 있다고 평가한다"며 "한국이 일본을 버리고 중국으로 가려 한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나 "일본 내 혐한이 유행하는 이유는 결국 '재미'"라고 지적하면서 "지한파에서도 한국을 제대로 알리려는 노력을 기울이고 있어 2015년 이후에는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하지만 그도 역시 독도 문제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취했다.

오구라 교수는 "혐한파의 영토 인식은 한국과 완전히 대치점에 서 있다"며 "독도에 대한 사료는 대부분 부정확한 상황이라 독도를 둘러싼 갈등은 비생산적인 다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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