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밍아웃 후 최초로 공직에 당선된 하비 밀크 샌프란시스코 시의원.
동성애자들에게 친화적인 베이지역(샌프란시스코와 그 주변 지역)에서도 그 중심인 샌프란시스코는 '게이(동성애자)들의 수도'라 불린다. 레즈비언·게이·양성애자·성전환자(LGBT)에 대한 편견이 가장 없는 지역 중 한 곳인데다가, LGBT 차별 금지 법규가 잇따라 통과된 곳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샌프라시스코는 언제부터 '게이들의 수도'가 됐을까.

샌프란시스코에 동성애자들이 늘기 시작한 것은 1945년 세계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부터다. 샌프란시스코 군항은 아시아 지역에 근무하던 군인들이 미국으로 돌아오는 항구였는데, 이곳에 눌러앉은 동성애자 군인들이 늘어난 것이다. 어차피 고향으로 돌아가봤자 억압과 폭력에 시달릴 것을 예상한 그들은 이곳에서 군락을 이뤘고, 샌프란시스코와 인근의 버클리가 1960년대 반전 평화운동의 중심지로 자리잡으면서 사회적 소수자들이 몰려들었다.

1977년 하비 밀크 시의원이 당선되면서 동성애자들은 더욱 목소리를 내게 됐다. 그는 미국에서 커밍아웃 후 최초로 공직을 맡은 인물이었다. 그와 조지 모스코니 시장은 동성애자 인권 조례를 통과시키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등 성소수자들을 위해 힘썼다. 하지만 두 사람은 1978년 총격으로 암살됐고, 밀크는 이후 세계 동성애자 인권단체들로부터 영웅으로 떠올랐다. 밀크의 선거구였던 샌프란시스코 시내의 '카스트로 구역'은 지금도 동성애자 문화를 상징하는 동네로 꼽힌다.

현재 샌프란시스코에는 LGBT를 위한 신문·잡지도 '베이지역 리포터', '샌프란시스코 베이 타임스', '샌프란시스코 센티넬' 등이 발행되며, 레즈비언 잡지 '커브', '걸프렌즈'도 나오고 있다. LGBT 상공회의소 격인 '골든 게이트 비즈니스 어소시에이션', LGBT 창업가 조직 '스타트아웃', 레즈비언 전문직 여성 모임인 '베이지역 커리어 위민' 등도 자리잡아 있다. 또 '샌프란시스코 게이 남성 합창단'은 1978년 창단돼 37년째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샌프란시스코의 외곽에 있는 실리콘밸리 역시 동성애자들에게 친화적인 분위기다. 애플, 구굴 등 실리콘밸리 주요 기업 임직원들은 매년 6월 샌프란시스코 시내에서 열리는 '게이 프라이드 행진'에 참가하는 것을 연례행사로 삼고 있다. 유력 인사 중 동성애자들도 많다. 구글의 비밀 프로젝트 부문 '구글엑스' 담당 부사장이었던 메건 스미스 백악관 최고기술책임자(CTO)와 월스트리트저널(WSJ)에서 정보기술(IT) 칼럼니스트로 명성을 날리다가 최근 '리코드'(Re/code) 창간 멤버가 된 카라 스위셔 기자는 레즈비언 부부 사이였다. 또 지난 30일(현지시간)에는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자신이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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