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기 이용 괌으로 출발…평양 스웨덴대사관 협상 맡은 듯

백악관 "긍정적 결정…케네스 배·토드 밀러도 석방해야"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이 평양에서 AP통신 기자와 인터뷰하고 있는 모습. (AP=연합뉴스 자료사진)
미국 국무부와 백악관은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인 제프리 에드워드 파울(56) 씨가 6개월 만에 석방됐다고 21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로써 북한에 아직 억류된 미국 시민권자는 케네스 배(46) 씨와 매튜 토드 밀러(24) 씨 등 2명이다.

마리 하프 국무부 부대변인은 이날 정례 브리핑에서 "파울 씨가 풀려나 북한을 떠났으며 괌의 미군 기지를 거쳐 오하이오주 고향에 있는 가족을 향해 돌아오고 있다"며 "북한 당국의 석방 결정을 환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의료진의 검진 결과 파울 씨의 건강은 양호한 상태라고 덧붙였다.

조시 어니스트 백악관 대변인도 브리핑에서 "파울 씨 석방은 긍정적인 결정"이라면서 "그렇지만 우리(미국 정부)는 배 씨와 밀러 씨가 아직도 계속 수감돼 있다는 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 당국에 다시 한 번 이들도 즉각 석방할 것을 촉구한다"고 강조했다.

AP통신은 자사 평양 주재원들이 파울 씨가 탑승한 미국 정부의 항공기가 이날 평양 국제공항에서 이륙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파울 씨는 지난 4월 29일 북한에 들어가 함경남도 청진을 여행하던 중 성경책을 몰래 유포한 혐의로 5월 7일 출국 과정에서 체포됐다.

북한 당국은 그에게 '적대행위' 혐의를 적용해 기소를 준비해왔다.

파울 씨의 석방 소식에 미국 내 가족들도 환호했다.

가족 대변인인 티머시 테페 변호사는 국무부가 전화로 파울 씨 석방 소식을 전한 직후 파울 씨가 아내에게 직접 전화했다며 그녀가 매우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이번 석방 과정에서 미국의 이익대표부(protecting power) 역할을 하는 평양 주재 스웨덴 대사관이 협상을 맡았다고 소개했다.

어니스트 대변인은 "스웨덴 정부의 부단한 노력에 감사한다"고 말했다.

스웨덴 대사관은 북한 내 미국 시민과 관련된 문제에서 북한과 외교 관계가 없는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

미국 정부는 그러나 스웨덴 대사관이 어떻게 관여했는지 등 구체적인 협상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

하프 부대변인은 "왜 이런 결정을 내렸는지, 왜 지금 석방하는지 등에 대해서는 북한 측이 직접 설명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 정부는 다만, 북한 당국이 파울 씨의 석방 조건으로 풀려나는 즉시 그가 북한을 떠날 수 있게 운송 수단을 동원하라고 요구했고, 미국 국방부가 북한 측이 제시한 일정에 맞춰 항공편을 제공했다고 설명했다.

평양 공항에서 다른 항공편을 이용한 탑승객들도 이날 오후 활주로에서 꼬리 날개에 별과 줄무늬가 새겨진 미군 항공기를 목격했다고 말했다. 북한이 미군 항공기의 국내 진입을 허용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것으로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파울 씨가 석방됨으로써 북한에 억류된 미국인은 2명으로 줄었다.

북한은 지난달 14일 재판을 열어 6개월째 억류해온 미국인 관광객 밀러 씨에게 6년 노동교화형을 선고했다.

밀러 씨는 관광증을 찢는 등 입국 검사 과정에서 법질서를 위반했다는 이유로 북한에 억류됐다.

또 2012년 11월 방북했다가 억류된 배 씨는 작년 4월 '국가전복음모죄'로 15년의 노동교화형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미국 정부는 그동안 이들의 석방 협상을 위해 로버트 킹 국무부 북한인권특사를 포함한 고위급 특사 파견을 제의했으나 북한 측으로부터 거부당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이날 석방 사실을 설명하면서 '북한'에 대한 호칭으로 통상 사용했던 '노스 코리아'(North Korea)라는 단어 대신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는 용어를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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