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통한 대륙간 전파 가능성 완전 배제 못해
한국 질병관리본부 “해당 발병국 여행 자제” 당부

최근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YTN방송 화면 캡처)
서아프리카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공포가 전세계에 확산되고 있다. 특히 환자를 치료하던 의사들마저 연달아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돼 사망하자 한국에서도 항공편 등을 통한 바이러스 전파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지난 23일 현재 기니, 라이베리아, 시에라리온 3국에서 발생한 에볼라 바이러스 환자는 모두 1,201명(의심환자 포함)이며 이중 672명이 사망했다고 30일 밝혔다.

문제는 아프리카 대륙이 아닌 타 대륙으로까지 바이러스가 확산되는 불안이 상당하다는 것이다. 실제 에볼라 바이러스 최초 사망자는 서아프리카 지역 항공을 이용하던 중 발병을 확인했다. 텔레그래프에 따르면 미국 국적의 라이베리아 재무부 관료 패트릭 소여(40)는 지난 22일 국제회의 참석차 항공기를 타고 나이지리아 수도 라고스에 오던 중 에볼라 감염 증상을 보여 입국 직후 격리됐으나 25일 숨졌다. 비행기에 의한 바이러스 전파 우려는 미국과 캐나다도 강타했다. 미국은 에볼라 바이러스 양성판정을 받은 의료단체 ‘사마리아인의 지갑’ 소속 미국인 의사의 가족들이 귀국하자 바이러스가 전파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으로 한바탕 난리가 났고, 라이베리아에서 의료 지원을 하고 돌아온 캐나다 의사도 감염 가능성에 격리 조치됐다.

에볼라 바이러스를 국경을 넘어 각 국으로 확산시키는 주범으로 여객기가 꼽히는 까닭이다. 29일 영국 공중보건국(PHE) 수석과학자문관인 마크 월포트 경은 텔레그래프와의 인터뷰에서 “최근의 전염병(에볼라)은 전 지구적 과제가 되고 있다”면서 “영국 정부는 에볼라를 예의 주시하고 있으며 이에 대비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그러나 WHO 등은 에볼라 바이러스와 관련해 대륙간 전파 가능성을 낮게 보고, 발생국가 여행 제한을 권고하지 않고 있다. 하지만 항공기 등을 통한 바이러스 유입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도 없다.

그렇다면 한국은 안전지대일까. 질병관리본부는 일단 “에볼라 바이러스의 국내 유입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그러나 “해당 지역 여행객들은 스스로 여행을 자제하고 현지에서 감염자나 동물과의 접촉을 피할 것"을 당부했다. 윤승기 질병관리본부 검역지원과장은 "해당 국가에서 입국하는 사람과 항공기 내에서 주변에 앉았던 사람들까지 포함해 잠복기가 끝날 때까지 증상 여부를 모니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따르면 에볼라 바이러스에 감염됐지만 잠복기간으로 인해 증상이 없는 감염자가 국내에 들어올 수 있는 셈이다. 자칫 항공당국의 관리 소홀로 인해 이러한 일이 발생하면 한국 역시 에볼라 공포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보건당국은 현지에서 거주하거나 불가피하게 현지를 방문하는 사람은 감염된 사람이나 동물과의 접촉을 피하고 손 씻기 등의 개인위생을 철저히 할 것을 주문했다. 또 발생지역에서 의료 봉사 등을 통해 환자를 치료할 때도 장갑, 마스크 등 개인보호장비를 철저히 착용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외교부에 따르면 지난 4월 말 현재 시에라리온에 73명, 기니 50명, 라이베리아에 47명의 재외동포가 거주 중이다.

한편 에볼라 바이러스는 주로 과일 박쥐의 몸 속에 살고 있어 열대 우림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감염되기 쉽다. 감염된 침팬지, 고릴라, 과일 박쥐 등의 동물이 내는 땀, 혈액, 분비물, 장기나 그 밖의 체액에 사람이 접촉할 경우나 감염된 사람의 체액, 분비물, 혈액 등을 직접 접촉하면 널리 전파되기 쉽다. 잠복기는 2~21일이며 증상은 열, 오한, 두통, 식욕부진, 근육통, 목 아픔 등이다. 처음 증상이 나타난 후 진행 속도는 개인차가 있으나 통상 발병 10일을 전후해 출혈로 인한 저혈압 쇼크나 장기부전으로 사망하는 경우가 많다. 매우 치명적이고 공격적인 병원체인 에볼라 바이러스가 특히 무서운 건 최고 90%에 이르는 치사율과 아직까지 예방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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