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설·주먹질 서슴지 않고, 술과 대마초까지…
미국 기독교계 "예수 입술로 욕을 하는 것…역겨워"

사진=드라마 '흑인 예수'(Black Jesus) 예고편 캡처
"하나님에 대한 믿음 좀 가져, XX!"

예수가 흑인이고 성지는 예루살렘이 아닌 에티오피아라고 주장한 종교가 있다. 바로 레게의 전설 밥 말리가 심취했던 라스타파리안교(敎)이다. 그동안 예수와 성서를 놓고 수많은 재해석이 있어왔지만 기독교권 국가인 미국 내에서는 보기 드문 일이었다. 하지만 최근 예수를 흑인 건달로 설정한 코믹 드라마가 방영을 앞둔 가운데 미국 사회가 들끓고 있다.

내달 7일(현지시간) 첫 방영을 앞둔 드라마 '흑인 예수'(Black Jesus)는 예수 복장의 남성이 흑인 빈민가에서 복음을 전파하며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릴 예정인데, 미국 기독교계에서는 예수를 모독하고 기독 신앙을 비하하려는 의도라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드라마 '흑인 예수'에서 그려진 예수는 겉으로 보기에 영락없는 동네 건달이다. 욕설과 주먹질을 서슴지 않고, 인생을 포기한 사도들과 거리낌 없이 술과 대마초를 나눈다. 그러나 가장 낮은 곳에서 사랑을 전파하고 기적을 일으킨다는 점은 예수와 닮아있기도 하다.

그는 차에 치여도 훌훌 털고 일어서고 차디찬 땅바닥에서 잠을 청하지만 얼어 죽는 일이 없다. 드라마 속 흑인 아줌마는 "쟤는 안 죽어. 예수니까"라며 그가 예수임을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중독에 걸린 제자들이 목마름을 호소하면 공기 중에서 포도주병을 꺼내는 것은 성경에서 볼 수 없는 장면이다.

이를 기획한 터너방송(TBS) 계열사 어덜트 스윔(Adult Swin)은 기독교계의 강한 반발에도 "인류 역사상 가장 큰 기대를 모으는 (예수의) 복귀"라며 예고편을 선보였다. 방송사 측도 "웃음을 위한 풍자 드라마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방영 날짜가 다가올수록 교계의 반발은 거세지고 있다. 미국의 보수 기독교 단체인 '백만엄마들'은 성명을 내고 "하나님을 조롱하고 예수를 동네 건달로 묘사하는 것도 모자라, 예수의 입술로 욕을 하는 것은 역겨운 짓"이라고 비난했다. 페이스북 등 소셜미디어에서도 방영 취소를 요구하는 청원이 쇄도하고 있지만 "싫으면 안 보면 될 일"이라며 드라마를 지지하는 목소리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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