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NYT)가 유병언 전 세모그룹 회장의 사망 관련 소식을 대서특필했다. 27일(현지시간) '몰락 앞의 탐욕'(Greed before the fall)이라는 제목으로 세월호 참사와 유씨 일가에 대한 기사를 크게 다룬 것이다. 신문은 1면 머리기사에 이어 12,13면을 통째로 할애했다.

NYT는 세월호 참사를 전시를 제외한 시기의 최악의 참사라고 정의하며 한국 사회가 큰 충격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어 3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세월호 참극은 유씨 일가가 안전을 무시하고 세월호를 개조한 것이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참사의 중심에는 '가장 기이한, 그리고 이제는 매도 당하는' 가족이 있다며 유씨 일가에 대해 자세히 소개했다.

신문에 따르면 유씨는 카리스마를 갖춘 연설가로 교회를 만들어 10만 명의 신도를 거느린 거대 교회로 성장시켰다. 교회를 자금의 원천으로 사업을 일으킨 유씨는 신도들에게 기부하거나 투자하도록 설득하면서 투자재원 조달이 쉽지 않았던 시절에도 사업을 확대해 나갔다. 이후 유씨는 1980년대 준재벌로 성장했다. NYT는 유씨가 이른바 ‘오대양 사건’이 터진 이후 감옥생활을 한 것도 전했다. 32명의 집단 자살과 유씨가 직접 관련된 것은 아니었지만 교회 신도들을 속여 신도들의 돈을 기업자금으로 활용한 사실이 적발됐다고 했다.

NYT는 유씨가 '아해(AHAE)'라는 이름의 사진작가로서 활동하면서 그룹 내 계열사뿐 아니라 신도들에게까지 사진을 팔았다는 점도 지적했다. 그러면서 유씨 일가가 세모그룹 계열사들의 돈을 개인 자동입출금기(ATM)로 활용했다는 검찰의 표현을 전했다. 특히 미국에만 최소 800만 달러에 달하는 부동산이 유씨 일가 또는 계열사 명의로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유씨가 프랑스 루브르 박물관에 150만달러를 기부해 그의 이름을 벽에 새겨놓기도 했다며 수천만달러의 돈이 유씨를 유명인사로 만드는 데 들어갔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유씨가 세월호의 안전 운항을 위해서는 지난해 단돈 2달러를 지출한 게 전부라고 비판했다.

NYT는 유씨 일가가 안전을 무시하고 세월호를 개조한 것이 비극을 만들었다고 볼 수 있다며 세월호의 객실 및 갤러리를 추가로 설치한 데서 비극이 시작됐다고 지적했다. 배의 상단에 추가로 객실이 설치되면서 배가 바닷속으로 더 가라앉더라도 그렇게 보이지 않는 효과가 있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세월호는 정원보다 더 많은 승객을 태우고도 외견상으로는 별로 이상하지 않았다고 했다.

NYT는 또 "박근혜 대통령이 유 전 회장을 악마로 만들고 정부는 책임에서 벗어나려고 한다"는 일명 구원파 신도들의 주장을 소개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이야기를 종합해 보면 검찰의 발표는 맞는 것 같다”고 밝혔다.

앞서 외신들은 유씨 사망소식을 비중 있게 다룬 바 있다. AP 통신과 로이터, BBC, 르몽드는 억만장자 사업가에서 도망자 신세로 전락한 유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고 했고, CNN은 유씨 검거를 기다리던 한국사회가 그의 사망에 또 큰 충격에 빠졌다고 전했다. 워싱턴포스트 '이제는 숨진 억만장자 배 주인의 소설 같은 이야기'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유 씨의 일대기를 자세히 소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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