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명에 가까운 사망자를 낸 대만 국내선 항공기 비상착륙 사고가 인재(人災)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들이 속속 제기되고 있다. 대만 연합보는 대만 펑후(澎湖)섬 마궁(馬公)공항 관제 및 기상기록 자료를 인용해 푸싱(復興)항공 소속 ATR-72 터보프롭기(편명 GE-222)가 23일 마궁공항 활주로 인근에서 비상착륙을 시도할 당시 악천후로 가시거리가 800피트(1피트는 30.48㎝)에 불과해 착륙시도에 부적합한 상황이었다고 24일 보도했다. 강한 뇌우 상태로 시계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관제 당국이 착륙시도를 허가한 것은 항공기 기장이 착륙을 요구하면 날씨를 이유로 공항 당국이 착륙을 거절할 수 없다는 규정 때문이라고 신문은 전했다. 대만 당국은 과거 가시거리가 1,600피트 이내일 경우 공항을 잠정 폐쇄하고, 비행기 이륙을 금지했다. 그러나 이 같은 규정이 1999년 이후 공항 당국은 날씨 등 관련 정보를 제공하고 기장이 자체 결정하도록 하는 형태로 바뀌었다.

대만 중앙기상국도 사고 당시 기상 상황이 최악이었다고 발표했다. 기상 당국은 강풍을 동반해 시간당 59㎜의 많은 비가 내리는 상황이었고 천둥과 번개도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중앙기상국 당국자는 제10호 태풍 마트모가 지나간 직후지만 태풍 상황에 준하는 강풍이어서 착륙 시도 과정에 상당한 어려움이 있었을 것이라고 밝혔다. 사고가 난 펑후 섬 일대는 최근 40년 사이 11차례 비행기 사고가 발생해 300명에 가까운 사망·실종자가 발생한 항공사고 빈발 지역인 것으로 전해졌다. 가뜩이나 위험 지점이기에 더욱 안전에 만전을 기울였어야 하는데 기장이나 공항 측이 이를 간과했다는 지적이다.

당국의 조사에 따르면 사고기는 당초 가오슝(高雄) 이륙 40여 분 후인 이날 오후 6시30분 마궁공항에 착륙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선행 비행기의 착륙을 기다리며 공항 주변을 30여 분 동안 선회했다. 이후 사고기는 한차례 착륙에 실패했고 오후 7시6분 활주로에서 1.8㎞ 떨어진 곳에서 관제탑으로부터 재착륙 시도 허가를 받은 뒤 연락이 끊겼다. 해당 민항기는 궂은 기상상황 속에 비상착륙을 시도하다 활주로 인근 민가와 충돌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 매체는 사고기가 민가와 충돌한 뒤 고도를 올리려다 여의치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사고기에서 목숨을 구한 탑승자 옌완루씨는 “비상착륙 시도 당시 느낌은 항공기가 착륙장치 고장으로 마치 돌진하는 듯한 것이었다”면서 “어렵게 현장을 빠져나왔지만 주변은 항공기 잔해와 시신 등이 흩어져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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