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이저 우승 큰 그림도 조금씩 그려나가겠다"

"박태환·김연아와 비교해주셔서 감사…테니스도 언젠가는 인기종목"

(영종도=연합뉴스) 하사헌 기자 = 한국 선수로는 14년 10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 투어 대회 정상에 오른 정현이 13일 오후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인사하고 있다. 세계 랭킹 54위 정현은 11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 결승에서 안드레이 루블레프(러시아)를 3-1로 물리치고 우승했다. 2017.11.13 toadboy@yna.co.kr
한국 선수로는 14년 10개월 만에 남자프로테니스(ATP) 투어 대회 정상에 선 정현(21·삼성증권 후원)이 올해 자신의 점수를 80점이라고 평가했다.

12일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열린 ATP 넥스트 제너레이션 파이널스에서 우승한 정현은 13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했다.

삼일공고 테니스부 감독을 지낸 아버지 정석진 씨와 어머니 김영미 씨, 석현준 코치와 함께 귀국 비행기에 탄 정현은 곽용운 대한테니스협회장의 환영을 받으며 입국장에 들어섰다.

정현은 "올해 제 점수는 80점 정도 줄 수 있다"며 "내년에 부상 없이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내면 100점을 줄 수 있을 것"이라고 자평했다.

이 대회를 끝으로 2017시즌을 마무리한 정현은 "어제 대회가 끝났기 때문에 우선은 쉬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정현과 일문일답.

-- 우승하고 귀국했는데 소감은.

▲ 귀국하니 이제야 실감이 나는 것 같다. 귀국하면서 이렇게 환영을 받은 것은 2013년 윔블던 주니어 단식 준우승 이후 처음인 것 같다. 오늘 많은 기자 여러분과 팬 분들이 환영을 해주시니 이제야 투어 우승한 느낌이 든다.

-- 우승한 대회가 21세 이하 선수들 가운데 상위 랭커들이 출전한 경기였는데.

▲ 선수들이 이 대회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1년간 열심히 노력했다. 출전 선수 중에는 이미 투어 우승 경력이 있는 경쟁력 있는 상대들도 있었는데 이렇게 우승하게 돼 정말 좋았다. 이 대회 우승을 통해 많은 경험을 했다.

-- 올 한해를 정리하자면.

▲ 좋은 때도 있었고 힘든 기억도 있었다. 역시 메이저 대회 3회전까지 올랐던 것과 투어 4강까지 갔을 때가 기억에 남고 반대로 부상으로 몇 달 뛰지 못한 것은 마음에 걸렸다. 그래도 생각보다 좋은 마무리가 돼서 잘 된 시즌인 것 같다.

-- 이 대회를 통해 교수님이라는 별명이 생겼는데.

▲ 제가 처음 투어 진출했을 때 매니지먼트를 맡은 IMG에서 붙여준 별명이 '교수님'이다. 안경을 쓴 선수가 드물고 침착하게 경기를 한다고 해서 생긴 별명인데 마음에 든다. 또 '아이스 맨'이라는 별명도 좋은 의미로 생긴 별명이라서 좋다.

-- 올해 승리 가운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경기는.

▲ 톱 랭커들을 이기면 항상 기쁘지만 5월 BMW 오픈에서 톱 시드였던 가엘 몽피스(당시 15위·프랑스)를 물리친 것이 기억에 남는다. 그 경기에서 이기고 투어에서 처음 4강에 갔기 때문이기도 하다.

-- 내년 시즌 목표가 있다면.

▲ 시즌이 어제 끝나서 아직 생각을 안 해봤다. 일단 쉬고 싶고, 무엇보다 올해보다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다.

-- 보완해야 할 점은 어떤 것인가.

▲ 모든 면이 부족하다. 서브도 더 예리해져야 하고 정신력이나 체력도 마찬가지다.

-- 평소 생각의 95%가 테니스에 관한 것만 한다고 들었다. 휴식 기간엔 어떻게 할 셈인가.

▲ 이번에 쉴 때는 테니스 생각을 5%만 하겠다. 나머지 부분은 여유를 갖고 즐기겠다.

-- 다음 시즌을 앞두고 훈련 계획을 소개한다면.

▲ 신체 밸런스를 잡고 유연성을 기르는 쪽에 집중하겠다. 우선 부상 없이 시즌을 마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에 전념해서 준비할 생각이다.

-- 코칭스태프 변화에 대해서는.

▲ 지금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제가 더 높은 위치에 가면 자연스럽게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본다.

-- 수영의 박태환, 피겨스케이팅 김연아와 같은 선수들과 비교하기도 하는데.

▲ 그런 선수들과 비교되는 것에 감사할 따름이다. 아직 테니스가 비인기 종목이지만 앞으로 몇 년 뒤에는 수영이나 피겨처럼 인기 종목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

-- 결승 상대 안드레이 루블레프가 엄청나게 짜증을 냈다.

▲ 저도 같은 선수라 경기 중에 화를 내는 것을 이해한다. 그 선수가 화를 낸다고 해서 제가 영향을 받을 이유는 없다. 다만 저는 이기고 있다 보니 그렇게 라켓을 집어 던질 일이 없었을 뿐이다.

-- 이번 시즌 자신의 성과를 점수로 평가한다면.

▲ 80점 정도 줄 수 있다. 부상으로 공백기가 생긴 점이 아쉬운데 다음 시즌에 부상 없이 올해와 비슷한 성적을 낸다면 100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 이번 대회에 역전승이 많아 정신적으로 강하다는 평을 들었는데.

▲ 테니스 선수 출신 박성희 교수님 지도를 받고 있다. 선수 출신이시기 때문에 제가 힘들 때도 공감을 많이 해주셔서 큰 도움이 된다.

-- 이형택의 세계 랭킹 36위를 뛰어넘는 것은 물론 메이저 대회 우승까지 주위 기대가 크다.

▲ 그런 기록을 내년에 깰 것이라고 장담하기는 어려워도 언젠가는 깰 수 있을 것 같다. 조금씩 가까워져 가는 느낌이다. 메이저 우승과 같은 큰 그림도 아직은 이르지만 조금씩 그려나가야겠다.

(영종도=연합뉴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