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는 장타 전성시대다.

"드라이버는 쇼"가 아니라 "드라이버는 돈"이다.

종점을 앞둔 올해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에서 눈에 띄는 점은 비거리가 짧은 선수가 우승하기가 어려워졌다는 사실이다.

올해 탄생한 투어 대회 챔피언 18명 가운데 투어 평균 비거리에 못 미치는 짧은 비거리로도 정상에 오른 선수는 손에 꼽을 정도다.

한국여자프로골프투어에서는 드라이버샷 평균 비거리가 245야드 이상이면 장타력을 갖췄다고 평가한다. 이 정도 평균 비거리면 파4홀이나 파5홀에서 파온이 힘겹지 않다. 짧은 파5홀에서는 투온이 가능하다.

올해 평균 비거리 245야드 이상 선수는 52명이다.

평균 비거리가 250야드가 넘으면 장타자로 분류된다. 250야드 이상이면 파4홀에서 두 번째 샷을 쇼트 아이언이나 웨지로 칠 수 있다.

평균 비거리 250야드가 넘는 선수는 25명뿐이다.

올해 우승자 가운데 평균 비거리가 245야드에 미치지 못한 선수는 단 4명에 불과하다.

롯데칸타타여자오픈 챔피언 김지현2(26)과 금호타이어여자오픈을 제패한 박보미(23), 카이도여자오픈 우승자 박신영(23), 그리고 하이트진로챔피언십에서 정상에 오른 이승현(26) 등이다.

나머지 우승자들은 대부분 투어 평균을 훌쩍 뛰어넘는 장타력을 지녔다.

특히 상금랭킹 15위 이내 선수는 이승현 한 명만 빼곤 모두 비거리에서 밀리지 않는 장타자로 채워졌다.

상금왕 뿐 아니라 대상, 다승왕 등 전관왕을 예약한 이정은(21)의 성공도 투어 15위(평균 252.31야드)의 장타력이 뒷받침됐다.

올해 나란히 3승씩을 올린 김지현(26)과 김해림(28)도 투어에선 장타자로 꼽힌다. 두 차례 우승으로 상금랭킹 3위를 달리는 오지현(21) 역시 장타가 장점이다.

하반기에 무서운 상승세를 탄 끝에 LPGA투어 대회까지 우승한 고진영(22)도 장타 순위 24위(250.31야드)에 오른 수준급 장타력을 뽐냈다.

장타 2위 김지영(21)과 장타 3위 김민선(22)은 장타자의 이점을 톡톡히 누린 경우다. 둘은 전장이 길고 페어웨이가 널찍한 코스에서 우승의 기쁨을 맛봤다.

통산 3승째를 메이저대회 KLPGA챔피언십에서 따낸 장수연(22) 역시 손꼽는 장타력을 갖췄다.

생애 첫 우승을 일군 박민지(19), 이지현(21), 이다연(20), 김혜선(20)도 야무진 장타자들이다.

아마추어 돌풍의 주역 최혜진(18)도 250야드를 훌쩍 넘기는 장타력이 2승을 올린 밑천이다.

그러나 장타자라고 해서 다 통한 건 아니다.

장타 10걸 가운데 3명은 상금랭킹 70위 밖으로 밀려 시드조차 지키지 못했다. 장타 10위 이내 선수 가운데 7명은 우승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장타가 필요조건은 맞지만 충분조건은 아니라는 뜻이다.

SBS골프 고덕호 해설위원은 "장타만 친다고 해서 되는 건 아니다. 정교함이 뒤따라야 투어에서 통하는 건 사실이지만 어느 정도 장타력을 갖추지 않으면 투어에서 살아남기가 점점 힘들어진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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