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향으로 돌아와 감개무량…이글스 정신으로 강한 팀 만들겠다"

"일단 육성에 중점…하지만 임기 내 대권에 도전할 팀으로"

(대전=연합뉴스) 양영석 기자 = 한용덕 한화이글스 신임 감독이 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이글스 유니폼을 입고 환하게 웃고 있다. 2017.11.3 youngs@yna.co.kr
30년 전, 한용덕(52) 한화 이글스 감독의 보직은 '배팅볼 투수'였다.

1987년 대전구장을 찾아 "배팅볼이라도 던지게 해달라"고 읍소했던 연습생(신고선수)이 30년이 지난 2017년,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 감독실의 주인이 됐다.

'연습생(육성 선수) 출신 사령탑' 한용덕 감독이 한화 지휘봉을 잡고 선수들에게 던진 첫 메시지는 "연습생 출신인 나도 감독이 됐다. 너희도 패배의식을 지워라"였다.

한 감독은 3일 대전구장에서 한화 감독으로 공식 취임했다.

"3년 만에 고향 팀으로 돌아와 감회가 새롭다. 내 청춘을 바친 곳이다"라고 운을 뗀 한 감독은 "일단 육성에 중점을 두겠지만, 임기(3년) 내에 한화가 우승에 도전할 수 있도록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장종훈 수석코치, 송진우 투수 코치 등 이글스 출신 지도자를 주요 부문 코치로 정한 한 감독은 "우리 후배들이 장종훈, 송진우 코치의 '이글스 정신'을 이어받아 현 위기를 극복했으면 한다"고 바랐다.

다음은 한용덕 감독과 일문일답이다.

-- 한화 사령탑에 오른 소감은.

▲ (두산 베어스로 떠난 지) 3년 만에 고향 팀으로 돌아와 감회가 새롭고 기쁘다. 저를 불러주신 한화 구단과 팬 여러분께 감사하다. 한화가 부진을 씻고 새롭게 도약하려면 코칭스태프, 선수단, 팬 모두 하나의 목표를 향해 나아가야 한다. 우리의 목표를 반드시 성취해 강한 한화로 거듭나겠다. 대전은 내 고향이자 청춘을 보낸 곳이다. 지금부터가 중요하다.

-- 임기 3년 동안 해내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 쉬운 일은 아닌데…. 임기 내에 우승에 도전하겠다. 한화엔 좋은 선수가 많다. 하지만 베테랑과 유망주 사이에 격차가 크다. 그 격차가 좁은 팀이 강팀이다. 유망주들이 주전급으로 발돋움하는 계기를 만들겠다. 일단 육성에 중점을 두겠지만, 3년째에는 강팀으로 거듭나겠다.

-- 외부 FA(자유계약선수) 영입 등 선수 구성에 변화가 있을까.

▲ 박종훈 단장과 더 많이 상의해야 한다. 일단 이번 겨울에 외부 FA는 잡지 않기로 했다. 2차 드래프트 등 다른 부분은 천천히 구상하겠다. 외국인 투수는 '한 시즌을 부상 없이 치를 수 있는 젊고 건강한' 선수로 뽑겠다. 외국인 타자는 외야수 쪽을 보고 있다.

-- 한화가 오래 하위권에 머물렀다. 선결 과제는 무엇인가.

▲ 내구성이 부족하다. 나이 든 선수가 많고, 부상자도 많았다. 한 시즌 144경기를 치르려면 베테랑만 활용할 수 없다. 젊은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것이다. 젊은 선수들이 주전급으로 발돋움할 때, 한화는 우승권에 접근한 팀이 될 것이다.

-- 이글스 출신 장종훈, 송진우 코치를 영입했다.

▲ 장종훈 코치도 연습생 출신이다. 송진우 코치는 오래 현역으로 뛰며 대단한 기록을 만들었다. 이런 이글스 정신을 후배들이 이어갔으면 한다. 두산에서 함께 한화로 온 강인권, 전형도 코치도 이글스에서 선수로 뛰었다. 두 코치는 '이기는 법'을 안다.

한화는 전국구 구단이다. 오랜 침체기를 겪고 있지만, 반드시 좋은 성적을 내는 멋진 팀으로 만들겠다.

-- 마무리 캠프에서 확인하고 싶은 것은.

▲ 젊은 선수들이 마무리 캠프를 치르고 있다. 빨리 선수들의 기량을 파악하겠다. 그동안 한화는 너무 '찡한 야구'를 했다. 스케일이 크고 멋진 야구를 펼치고 싶다. 선수들과 대화를 많이 하겠다. 젊은 선수와 베테랑 선수의 훈련 방법은 다르게 할 것이다. 김민우, 김범수, 김재영 등 젊은 투수가 좋아 보인다. 야수 쪽에서는 오선진, 하주석 등이 더 좋아질 것으로 본다.

-- 두산에서 3년 동안 배운 것이 있다면.

▲ 박종훈 단장과 만나서 '두산의 강점은 프런트와 현장이 일체감을 가지고 한 곳을 바라보는 시스템이다'라고 말씀드렸다. 나는 야구에 전념하고, 다른 부분은 프런트가 해결하는 그림이 좋을 것 같다.

-- 두산 수석코치로 일하면서도 배팅볼을 던졌다.

▲ 제가 가장 잘하는 게 배팅볼을 던지는 것이다. 배팅볼 투수로 입단했고, 코치로도 계속 배팅볼을 던졌다. 감독이 됐지만, 배팅볼을 계속 던지면서 타자들을 파악하겠다.

-- 감독으로 첫날, 선수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연습생으로 출발한 나도 감독이 됐다. 야구 감독은 많은 야구인이 꿈꾸는 최고의 자리다. 지금 한화 선수들에게는 패배의식이 있는 것 같다. 그런 패배의식을 떨쳐내야 한다. 연습생 출신도 감독이 될 수 있다는 게, 선수들에게 동기 부여가 됐으면 한다. 그리고 온몸으로 야구를 사랑했으면 한다.

(대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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