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대사관서 거부, 음주운전 처벌·반이민정책 작용한 듯

항소심서 벌금으로 감형 받을 경우 비자갱신 가능성 높아

국내에서 음주뺑소니 사고를 낸 혐의로 기소된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 선수가 지난 2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 기일을 마친 후 착잡한 표정으로 법원을 빠져나오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온라인뉴스팀] 미국프로야구(MLB) 메이저리그의 소속팀인 피츠버그 파이리츠로 복귀하기 위해 신청한 취업비자 갱신이 거부되면서 메이저리거 강정호가 최악의 경우 메이저리그에 뛸 수 없는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취업비자를 받지 못하면 미국 땅을 밟을 수 없어 메이저리그로 복귀가 무산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25일 야구계에 따르면, 강정호가 취업비자 갱신을 신청했으나 주한 미국대사관이 거부했다는 일부 언론의 보도가 나오자 메이저리그 복귀가 힘들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미대사관의 취업비자 갱신 거부 이유는 정확히 확인되고 있지 않으나, 사실상 강정호의 음주운전 때문일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강정호는 지난해 12월 2일 혈중알코올 농도 0.084% 상태로 운전하다가 서울 삼성역 사거리에서 가드레일을 들이받고 달아난 혐의(도로교통법상 음주 운전)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날 음주운전이 자체로도 큰 문제였지만 이보다 더 크게 주목받았던 것은 지난 2009년에 이어 2011년에도 음주운전으로 2번이나 적발된 탓에 강정호는 삼진아웃제도에 적용돼 운전면허가 취소된 사실이었다.

당시 검찰은 강정호를 벌금 1500만원에 약식기소했지만, 법원은 중대한 사안으로 인식해 정식 재판에 회부, 이달 3일 징역 8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조계는 이같은 법원의 결정이 미국 대사관의 강정호 비자 갱신 거부에 큰 영향을 끼쳤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변호사 출신의 프로야구선수협회 김선웅 사무총장은 25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검찰이 강정호를 약식 기소한 것과 달리 법원이 나서서 정식 재판으로 회부한 것은 음주 운전을 단죄하겠다는 법원 전체의 기류를 의미한다”고 해석했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강력한 반(反)이민 정책으로 미국 내에서 음주 운전으로 유죄를 받은 불법체류자들이 이미당국의 무차별 단속으로 추방 당하고 있는 현지 분위기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이런 미국의 출입국 정책이 강화된 상황에서 음주 운전 징역형을 받은 강정호가 미 대사관으로부터 입국 비자를 받지 못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법조계와 야구계는 강정호가 메이저리그 복귀를 위한 취업비자 갱신의 방법으로 항소심 재판부가 벌금형으로 처벌을 완화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김선웅 사무총장은 “항소심 재판부가 1심에서 나온 징역형과 집행유예를 벌금형으로 완화할 가능성은 있다”고 조심스레 전망하면서 “그러려면 강정호 측이 죄를 뉘우치고 반성하며 앞으로 어떻게 행동할지를 진솔하게 재판부에 약속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항소심 재판부가 강정호의 메이저리거 운명을 좌우하게 된 것이다.

반면에 강정호가 벌금형을 받아 미대사관으로부터 취업비자를 받아 피츠버그 구단에 합류하더라도 메이저리그 사무국 또는 구단의 징계가 따를 것으로 보여 당장 메이저리거로 뛰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도 있다.

한편, 강정호 측은 1심 판결 일주일 만에 항소심 재판을 청구해 놓은 상태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