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베이징세계육상선수권 사진=국제육상경기연맹
육상 중장거리 강국 케냐가 단거리와 필드로 영역을 넓히면서 세계 육상 지도를 바꾸고 있다. 케냐는 22일부터 30일까지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15회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금메달 7개, 은메달 6개, 동메달 3개를 따내 금·은·동 순으로 집계한 종합 순위에서 1위를 차지했다.

케냐가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종합 우승을 차지한 건, 사상 처음이다. 세계육상선수권대회에서 11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던 미국은 1983년(동독)과 2001·2013년(러시아)에 이어 역대 4번째로 1위 자리를 다른 나라에 내줬다. 2개 대회 연속 미국이 1위에서 밀려난 것도 이번이 처음이다.

미국은 이번 대회에서 금, 은, 동메달을 각각 6개씩 따내 3위로 밀렸다. 2위는 단거리에서만 금메달 7개를 따낸 자메이카였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8위까지 시상을 하고 상금을 준다. 종목별 1∼8위에 차등 분배하는 포인트를 기준으로 정한 종합 순위에서는 214점을 얻은 미국이 173점을 획득한 케냐를 제치고 1위를 지켰다.

이번 대회 가장 많은 메달을 얻은 국가도 미국이었다. '육상 저변'만큼은 여전히 미국이 가장 넓다는 의미다. 하지만 케냐의 약진에 미국의 아성도 흔들렸다. 베이징 대회 최대 이변은 남자 400m 허들에서 나왔다.

니콜라스 벳은 25일 중국 베이징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400m 허들 결승에서 47초79를 기록, 가장 먼저 결승선을 통과했다. 이번 대회가 열리기 전까지 400m 허들 시즌 1∼5위 기록은 모두 미국 선수가 보유했다.

데니스 쿠드르야프체프(러시아) 정도가 미국의 대항마로 꼽혔다. 그러나 벳이 우승하고, 쿠드르야프체프가 은메달을 따냈다. 케냐가 800m 미만을 달리는 종목에서 금메달을 딴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케냐는 '약점'으로 꼽히던 필드 종목에서도 금맥을 캤다. 줄리에스 예고는 남자 창던지기에서 92.72m를 던져 우승을 차지했다. 예고는 케냐선수로는 처음으로 세계육상선수권 필드 종목에서 정상에 올랐다.

케냐는 누구나 인정하는 마라톤, 중장거리 강국이다. 세계선수권 메달도 마라톤, 10,000m, 5,000m, 3,000m 장애물에 편중됐다. 2000년대에 돌입하면서 중거리 1,500m와 800m에서도 케냐 선수들이 돋보이기 시작했다.

타고난 체력에 힘이 붙으면서 케냐가 지배할 수 있는 육상 경기의 수가 늘어났다. 이젠 400m허들도 '케냐가 우승할 수 있는 종목'으로 분류된다. 또한 백인 선수의 전유물이었던 창 던지기에서도 가능성을 보였다.

케냐에서 육상은 '입신양명'의 지름길이다. 하지만 중장거리에 좋은 선수가 몰리다 보니 국제무대에 알릴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선수가 늘어났다.

10대 중후반의 선수 중 힘이 좋은 선수들이 종목을 중거리 혹은 단거리로 종목을 바꾸고 있다.

예고의 창던지기 우승으로 필드종목에도 관심이 쏠릴 수 있다.

미국과 자메이카가 양분하는 단거리와 아프리카 선수들이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필드 종목에서도 케냐의 공습이 시작될 수 있다는 의미다.

케냐의 베이징 대회 종합우승은 세계 육상의 판도 변화를 알리는 예고편일 수도 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