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신수 사진=텍사스 공식홈페이지
미국 프로야구 텍사스 레인저스의 한국인 타자 추신수(33)는 스트라이크와 볼을 골라내는 데 있어 심판보다 더 매서운 눈을 지녔다. 투수가 상대하다가 지쳐서 볼넷을 헌납하게끔 타석에서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는 능력을 발휘해 추신수는 '출루 기계'라는 명성을 얻었다.

그러나 스트라이크 판정에서 일관성을 잃은 심판을 만나면 추신수의 선구안은 급격하게 흔들린다. 분명히 볼이라고 판단한 공이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으면 화가 날 수밖에 없다. 26일(현지시간) 미국 텍사스 주 알링턴의 글로브 라이프 파크에서 열리는 토론토 블루제이스와의 홈경기를 앞두고 현지 기자들은 클럽하우스에서 추신수에게 전날 당한 억울한 삼진에 대해 관심을 보였다.

추신수는 전날 5-4로 앞서던 7회 1사 2,3루에서 주심의 석연치 않은 스트라이크 판정 탓에 삼진으로 물러났다. 스트라이크 존을 벗어나 높게 들어온 공이었으나 심판은 이를 스트라이크로 판정했다. 전광판으로 비디오 재생화면을 본 팬들은 심판을 향해 야유를 쏟아냈다.

이 기회에서 추가 득점에 실패한 텍사스는 결국 9회 마무리 투수 숀 톨러슨의 난조로 5-6으로 뼈아픈 역전패를 당했다. 인터넷 통계 전문사이트인 '베이스볼서번트'에 따르면, 추신수는 올해 스트라이크 존 바깥에 형성된 볼에 투 스트라이크 이후 15번이나 억울하게 삼진을 당했다.

추신수는 이 상황에서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에서 24번째이자 팀 내에서 가장 많이 삼진을 먹었다. 추신수가 이날까지 기록한 시즌 삼진 117개의 12.8%가 사실상 심판의 석연치 않은 판정에 따른 것이다. 해적 군단에 활기를 불어넣은 '루키' 강정호(28·피츠버그 파이리츠)도 14번이나 스트라이크 존에서 벗어난 공에 허무하게 삼진 판정을 받고 물러나 전체 34위에 이름을 올렸다.

이 부문 전체 1위는 콜비 라스무스(휴스턴)와 스티븐 수자(탬파베이)로 24번이나 허무하게 서서 삼진을 당했다. 추신수도 그간 답답했다는듯 속내를 털어놨다.

그는 "추가 득점이 필요한 7회 상황은 우리에게 큰 기회였다"면서 "볼 카운트 초반이면 몰라도 2스트라이크 이후에 그런 판정은 경기의 흐름을 크게 바꿀 수 있다"며 심판의 결정을 에둘러 비판했다. 그러면서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간 억울하게 삼진 당한 횟수로 팀에서 1∼2위를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 추신수는 클리블랜드 인디언스에서 마지막으로 뛴 2012년 20차례나 억울한 삼진을 당해 전체 타자 중 13위에 올랐다. 신시내티 레즈 유니폼을 입고 한 시즌 개인 최고 출루율(0.423) 기록을 낸 2013년에도 동료 조이 보토(25개)에 이어 팀에서 두 번째로 많은 22번의 허탈한 삼진을 당했다.

심판의 스트라이크 판정에 공개적으로 분노를 표출한 지난해에는 8월 말 일찌감치 시즌을 접었음에도 메이저리그 전체 타자 중 가장 많은 31차례나 기막힌 삼진을 먹었다. 올해 올스타 휴식기 이래 타격과 출루에서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며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위해 힘을 보태는 추신수가 남은 경기에서 심판의 일관되지 못한 스트라이크 판정에도 평정심을 유지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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