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FPBBNews = News1
[스포츠한국 조민욱 기자]박인비(27·KB금융그룹)의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이 뜬금없이 세계 골프계에 용어 논란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됐다.

박인비는 3일 브리티시여자오픈 우승으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5개 대회 중 에비앙을 제외한 4개 대회의 우승컵을 품에 안았다. 그는 이미 지난 2008년 US여자오픈 우승을 시작으로 2013년 크래미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을 차례로 정복했다.

박인비는 오는 9월 에비앙 챔피언십에서 우승할 경우 5대 메이저 대회를 모두 석권하는 '슈퍼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박인비는 지난 2012년에 이 대회에서 우승했지만 당시에는 이 대회가 메이저 대회가 아니었다.

대부분의 외신들은 박인비의 브리티시오픈 우승이 확정되는 순간 "박인비가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긴급뉴스로 세계에 알렸다.

그러나 일부 외신은 박인비에 적용된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용어 해석에 이의를 제기했다. 쉽게 말해 에비앙 챔피언십 정상에 오르지 않고는 커리어 그랜드슬램이라는 칭호를 사용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골프채널은 '그랜드슬램'이라는 용어의 유래를 반박 논거로 제시하면서 "그랜드슬램은 1800년대 초 카드 게임에서 유래한 말"이라고 소개하면서 "주로 '브리지'(Bridge) 카드 게임에서 나올 수 있는 13가지 판을 모두 이겼을 때 그랜드슬램을 했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골프채널은 그러면서 "박인비는 모든 LPGA의 메이저 대회를 우승하지 않았기 때문에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AP통신도 "박인비가 에비앙 챔피언십까지 우승해야 커리어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고 볼 수 있다"는 입장을 표명하자 골프채널은 AP통신의 해석을 전하면서 "AP통신은 전 세계 신문과 웹사이트, TV, 라디오 방송국에 기사를 공급하기 때문에 그들의 입장은 매우 중요하다"며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정의를 분명히 해야 한다는 뜻을 재확인했다.

그러나 골프채널의 주장은 받아들여지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는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 달성을 재확인하면서 논란이 되는 그랜드 슬램이라는 용어가 '4'라는 숫자와 관계있다고 지적했다.

LPGA는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사전적 정의는 차치하고, 골프에서 그랜드슬램은 4개의 메이저 대회에서 우승하는 것으로 널리 인식된다"라는 공식 입장을 표명했다.

또 그동안 메이저대회가 2∼5개 등 유동적으로 운용돼왔다면서 "5번째 메이저대회를 만든 것은 역사를 바꾸거나 그랜드슬램 용어 사용에 혼란을 주기 위해서가 아니라 여자 선수들에게 더 많은 기회를 주려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각각의 4개 메이저대회 우승은 '커리어 그랜드슬램',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은 '슈퍼 커리어그랜드 슬램'이라고 분명하게 규정했다. 아울러 한 시즌 동안 4개 메이저대회 우승은 '그랜드슬램', 한 시즌 5개 메이저대회 우승은 '슈퍼 그랜드슬램'으로 인정한다고 LPGA는 설명했다.

LPGA의 즉각적인 입장 표명으로 박인비의 `커리어 그랜드슬램'의 용어 논란은 수면 아래로 가라 앉을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골프계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는 양대 매체가 문제 제기를 하고 있는 만큼 앞으로 4개 메이저 대회 우승자가 새롭게 탄생할 경우 용어 논란은 더욱 구체적으로 재현될 것으로 보인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