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혁·박정진·김경언·안영명 등 주연급으로 성장한 조연들

김성근 감독 "나도 매일 선수들에게 감동 받는다"

17일 대전 NC전 권혁 선수가 경기가 끝난 후 김성근 감독과 악수를 나누고 있다. 사진=한화 이글스 홈페이지
근 3년 연속 최하위, 5년 동안 네 차례 꼴찌에 머문 한화 이글스가 2015년 높이 날아오르고 있다.

27일 현재 한화는 12승 10패(승률 0.545)로 프로야구 10개 구단 중 공동 4위에 자리했다.

한화가 22경기를 치른 상황에서 5할 이상의 승률을 올린 건, 김인식 감독이 이끌던 2009년(10승 2무 10패) 이후 6년 만이다.

이후 한화는 2010년 9승 13패, 2011년 6승 1무 15패, 2012년 7승 15패, 2013년 5승 1무 16패, 2014년 8승 14패로 힘겹게 시즌을 시작했고 정규시즌이 종료할 때까지 초반 부진을 만회하지 못했다.

올해는 분위기가 완전히 다르다. 김 감독은 25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 파크에서 열린 SK 와이번스와 홈경기에서 7-6 극적인 끝내기 승리를 연출한 뒤 "내일(26일)도 이기면 우린 하나의 고비를 완전히 넘기는 것"이라고 했다.

한화는 26일 대전 SK전에서도 승리하며, 2013년 4월 16∼18일 대전 NC 다이노스전 이후 738일 만에 한 팀을 상대로 한 3연전에서 모두 승리했다. SK를 상대로 3연전을 스윕한 것은 2006년 5월 16∼18일 이후 3천265일 만이다.

김 감독은 "(전 소속팀을 상대로 스윕한 것 등)다른 쪽에 의미를 두고 싶지 않다. 다만, 우리 스스로가 어떤 팀을 만나도 주눅 들지 않는다는 걸 확인한 건 정말 큰 수확이다"라며 "선수들의 눈빛을 보면 안다. 처음에는 '이기고 싶다'는 의욕이 보였는데, 지금은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이 보인다"고 말했다.

◇ SK전 3승, 삼성전 1승1패…강팀 잡는 한화 = 김 감독은 SK전을 앞두고 "늘 이기고 싶어하지만, 이번엔 승리하고자 하는 마음이 조금 더 크다"고 했다.

SK는 김 감독이 2007년부터 2011년 8월까지 이끌던 팀이다. 하지만 올해 김 감독은 SK를 '한화에 강했던 팀'으로만 봤다.

그는 "삼성 라이온즈전을 앞두고 생겼던 의욕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지난해 삼성에 4승 1무 11패로 처절하게 당했다. 2012년부터 지난해까지 3년 동안 삼성과 51경기를 치르며 한화는 단 14승(1무 36패)만 얻었다.

SK와 상대전적도 처참했다. SK는 2012∼2014년, 3년 동안 한화에 34승 2무 12패를 거뒀다.

삼성과 SK는 한화를 발판 삼아 도약했다.

김성근 감독은 "단순 계산이지만, 모든 팀을 상대로 5할 승부를 펼치면 5할 이상의 승률을 기록하지 않는가"라며 "특정팀에 밀리기 시작하면 회복하기 어렵다. 시즌 초 강팀과 맞대결에서 더 승리하고픈 이유"라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이 강팀을 꺾는 쾌감을 느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한화는 통합 5연패를 노리는 삼성과 1승 1패로 맞섰고, '삼성 대항마 1순위'로 꼽히는 SK전에서 모두 이겼다.

이제 더는 한화를 '승리 자판기'로 보지 않는다.

한화는 올 시즌 롯데 자이언츠전(1승 2패)에서만 승보다 패가 더 많을뿐, 다른 팀과 경기에서 모두 승률 5할 이상을 기록했다. 신생팀 케이티 위즈와는 아직 맞붙지 않았다.

◇ "나는 행복합니다"…주연급으로 성장한 조연들 = 5월로 접어들면 한화는 더 강한 전력을 갖출 전망이다. 베테랑 포수 조인성이 퓨처스(2군)리그 경기를 치르며 복귀준비를 마쳤고, 마무리 윤규진은 캐치볼을 시작했다.

송광민과 송은범은 2군에서 1군 복귀를 기다리며 타격감과 구위를 가다듬고 있다. 22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1군에 복귀한 정근우는 실전 감각만 살아나면 공수에 더 힘을 실을 전망이다.

하지만 김 감독은 '버텨준' 선수들을 더 주목했다.

김 감독은 "주전들의 부상이 많았는데 그 공백을 다른 선수가 잘 메웠다"며 "한두 명이 빠져도 흔들리지 않는 팀을 만들고 싶었는데 우리 선수들이 시즌 초 위기를 잘 넘겼다"고 흐뭇해했다.

그는 "선수들 칭찬을 하다 보니 4월이 다 지나갔다"며 웃기도 했다.

삼성 승리조에서 밀렸던 좌완 권혁은 한화 이적 후 불펜의 핵으로 성장했다. 권혁은 "팀의 주축 선수로 주목받는 상황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베테랑 왼손 박정진은 2이닝을 확실하게 소화하는 셋업으로 다시 전성기를 맞았다.

김 감독은 "박정진의 투구에 매료됐다. 권혁은 정말 '신'처럼 던진다"고 칭찬했다.

안영명은 시즌 3승을 올린 확실한 선발로 재도약했고, 2015 FA 19명 중 총액 기준 15번째 금액(3년 8억5천만원)에 사인한 김경언은 타율 0.350의 고공 행진을 펼치고 있다.

조연에서 주연이 된 선수들 모두 "지금이 행복하다"고 말했다.

한화팬들은 지난해까지 패하는 경기에서도 "나는 행복합니다. 한화라서 행복합니다"를 외쳤다. 이 노래는 이제 승리의 축가로 자주 쓰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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