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상 황보관 기술위원장 해임 요구

악마 티셔츠를 입은 시민들이 지난달 18일 새벽 한국과 러시아의 2014년 브라질월드컵 조별리그 H조 경기를 앞두고 서울 광화문 광장에 모여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서울경제 권욱기자
붉은악마가 대한축구협회에 황보관 기술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하고 나섰다.

붉은악마 운영위원회는 3일 '2014 브라질월드컵 결과의 대한축구협회 조치에 대한 붉은악마의 성명서'를 발표해 "홍명보 감독이 혼자 모든 화살을 맞아야 할 필요는 없다"면서 "스스로 '모든 책임은 나에게 있다'며 사퇴 의사를 밝혔다고 하지만 더욱 큰 책임과 원인은 바로 대한축구협회에 있다"고 지적했다.

운영위는 "대한축구협회가 홍명보 감독을 계속 지지하고 신뢰하기로 했다면 그 판단은 존중돼야 한다. 붉은악마 역시 결정권을 가진 대한축구협회의 결정을 존중한다"면서 "월드컵이 경험을 쌓기 위한 무대는 아니지만 허정무 부회장의 말대로 '브라질서 얻은 경험'이 아시안컵에서의 좋은 성적으로 이어지길 기원하고 응원하겠다"고 밝혔다.

운영위는 "현 시점에서 중요한 것은 실망스러운 월드컵 성적에 대한 홍 감독의 책임을 묻는 것도 아니며 유임에 대한 것도 아니다"면서 "잘못된 일에 대한 원인을 정확하게 파악하고, 처절한 반성과 더불어 의혹이 있다면 오해의 소지가 없도록 명백히 밝히고 밝은 미래를 향한 비전을 찾는 것이 지금 이 시점에 해야 할 일"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운영위는 "대한축구협회와 기술위원회는 무엇을 했나. 황 기술위원장은 무엇을 했나? 석연치 않은 선수 선발, 전술적인 준비 부족과 이에 따른 맞춤 전술 수립 등 모든 것을 홍명보 감독의 책임으로 돌린 후 스스로 면죄부를 주고 마무리할 생각인가?"라고 물었다.

그러면서 운영위는 대표팀 맏형인 곽태휘의 인터뷰 내용을 소개했다. 곽태휘는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알제리 선수들에 대한 자료가 러시아전 때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적었다. 더욱이 경기 당일, 알제리의 베스트 11이 이전 경기 때보다 무려 5명이 바뀌어져 있었다. 우리 선수들의 혼을 쏙 빼놓을 정도로 사납게 밀어붙였다"라고 말해 파문을 일으켰다. 알제리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경기에 임했다는 것이다.

운영위는 "대한축구협회는 분명 이번 월드컵을 준비하는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기술위원회가 역할을 성실히 했는지 의문"이라며 "감독의 권한을 침범해서는 안 되겠지만, 감독을 비롯한 코칭스태프가 조금 더 많은 정보를 바탕으로, 넓은 시야를 가지고, 옳은 판단을 하기 위해 다양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이 대한축구협회의 할 일 아닌가?"라고 물었다.

이와 관련해 운영위는 황 기술위원장과 기술위원회를 개혁해야 한다면서 대한축구협회에 사실상 황 기술위원장의 해임을 요구했다. 아울러 운영위는 향후 국가대표팀의 운영방안과 마스터플랜을 제시해달라고 대한축구협회에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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