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정부 예산에 부지매입비 등 28억원 반영

예산안 부대의견에 ‘전라남도와 협의’ 명기

국립심뇌혈관센터 위치도. 장성군 제공
[장성(전남)=데일리한국 봉채영 기자] 질병관리청이 규모 확대를 이유로 추진을 늦추며 광주·전남 지역민들로부터 큰 반발을 샀던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사업이 국면에 대전환을 맞이했다.

장성군에 따르면, 3일 오전 국회 본회의에서 의결한 2022년도 정부예산에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위한 부지매입비 등 28억원(토지매입비 23, 공사비 5)이 최종 반영됐다.

특히 이날 국회가 발표한 2022년도 예산안 부대의견에 따르면 ‘질병관리청은 전라남도와의 협의를 통해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이 차질 없이 추진되도록 노력한다’고 제언하고 있어 광주연구개발특구 내 장성나노산업단지에 설립된다는 확실한 근거가 마련됐다고 볼 수 있다.

사업규모도 4배 가까이 확대된다. 당초에는 보건복지부의 1·2차 용역에 따라 사업비 490억원, 부지 1만 3500㎡ 규모로 추진될 예정이었지만, 질병관리청의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업이 새롭게 추진되면 1900억원, 3만 8000㎡ 규모로 대폭 늘어난다.

지난 2007년 전국 최초로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추진을 천명한 장성군은 무려 14년간 끈질긴 도전을 이어왔다.

노력이 빛을 보기 시작한 것은 2017년 문재인 대통령 후보 때 광주·전남 상생공약과 당선 이후 국정 100대 과제에 선정되면서부터다. 이는 2021년도 정부 예산에 센터 설립(사업 규모 490억원) 관련 실시설계비 등의 명목으로 43억 7000만원이 반영되는 성과로 이어졌다.

하지만, 순조롭게 진행되던 센터 설립은 지난해 보건복지부에서 질병관리청으로 주관부서가 바뀌면서 차질을 빚기 시작했다. 질병관리청은 보건복지부 용역 결과인 490억원 규모로는 센터 운영이 어렵다는 이유로, 지난 4~10월 자체 용역을 진행했다.

사업 추진이 진척을 보이지 않자 올해 6월 유두석 장성군수, 이개호 국회의원은 질병관리청장과의 면담 자리에서 신속 설립을 건의했다. 이후에도 장성군과 전라남도는 질병관리청을 10여 차례 이상 방문해 설립 추진을 촉구했다.

그러나 질병관리청은 11월 초 자체 용역 결과를 토대로 사업비 1900억원, 부지 3만 8000㎡(1만 1500평), 직원 570명 조직 등이 필요하다고 보고, 결국 기존에 확보했던 정부예산 43억 7000만원을 불용 처리하려 한 데 이어 2022년 예산 확보에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이에, 유두석 장성군수와 5만 장성군민, 광주·전남 지역민들은 즉각적인 대응에 나섰다. 유두석 군수는 ‘국립심뇌혈관센터 조속 설립 장성군민 총력대응 선언문’을 발표하고 이를 질병관리청에 전달했으며, 지난 22일에는 이개호 국회의원과 함께 국누총리,국무조정실장, 기회재정부 차관, 질병관리청장 등을 방문해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을 염원하는 절박한 지역민심을 전했다.

24일 청와대 집회에서는 유두석 장성군수와 군의원, 사회단체 대표 등 4명이 삭발까지 감행하며 결연한 의지를 보이기도 했다.

장성군민들도 대책위원회를 발족해 지난 22일 총궐기대회를 개최했으며, 이후 질병관리청과 청와대 앞에서 사업비 불용 처리를 강하게 반대하는 시위를 열었다.

장성군, 전라남도, 광주광역시, 장성군·전라남도·광주광역시 의회와 전남도의사회, 전남도 사회단체연합회 등 사회단체에서 성명서 발표를 이어가는 등 광주·전남 지역민들의 항의가 거셌다.

결국 3일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2022년도 정부예산에 국립심뇌혈관센터 설립 토지매입비 등 28억원이 반영되는 극적인 성과를 거두게 됐다.

유두석 장성군수는 “질병관리청의 사업비 불용이 5만 장성군민을 하나로 결집시켜 총력 대응에 나서는 촉매제가 됐으며, 결과적으로는 전화위복이 됐다”면서 “비바람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집회와 궐기대회를 이어온 5만 장성군민을 비롯해 340만 광주·전남인 모두가 합심해 이룩한 쾌거”라고 말했다.

감사 인사를 전한 유두석 군수는 “국립심뇌혈관센터가 하루빨리 설립될 수 있도록 모든 행정력을 결집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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