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영귀 첫 시집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 표지 사진
[대구=데일리한국 이유근 기자] 2018년 영남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등단한 전영귀 시인이 첫 시집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를 냈다. 시집에는 표제작인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를 비롯해 60편의 시가 실렸다.

형이상학적인 시어의 나열이 아니다. 주변 사람들과 공간들을 소재로 적잖이 활용한다. 대자연미용실, 범어성당, 마비정, 하중도 등이 시어로 등장하면 반가운 마음이 울컥 솟는다. 시인의 고향인 경북 성주 사투리로 추정되는 시어들을 만나면 과거 우리 농촌의 흑백 풍경이 떠오른다.

평론가이기도 한 김동원 시인은 해설에서 "시어의 연장을 부리는 솜씨가 예민하다. 전영귀만의 독창적 무늬와 놀라운 풍경 이미지의 시편들로 빼곡하다"며 "꼼꼼히 음송하면 코끝을 스치는 아름다운 시의 향기가 가득 난다"고 했다.

전영귀 시인은 경북 성주 출생이다. 2018년 '영남문학' 시 부문 신인상으로 입문한지 7년 만에 출간하는 전영귀 시인의 첫 시집 '더 깊이 볼 수 있어 다행이야'에는 아름다운 서정시가 빼곡하다. 그녀만의 독창적 시의 무늬와 풍경 이미지는 감성을 자극한다.

특히 경상도 사투리 시는 놀랍다. 사투리는 어머니의 언어이자 마음의 고향이며 토속 정서이자 모국어의 뿌리이기도 하다. 그중 「바늘꽃」은 근대 한국 농촌의 가난한 흑백 풍경 사진을 보는 것 같다.

-내사마 바늘 한 쌈만 있으모 소워이 엄겠따/ 뾰족한 할매 말투 한 땀 한 땀 귓전 찌른다 -이러키 뚜꺼분 놈을 무신수로 당하노/ 시오릿 길 천창 장을 땀 뻠뻘 걸어서 -묵 한 그릇 못 자시고 사 온 대바늘 두 개/ 고리땡 광목 소똥에 찌든 군복바지에 -얄짤없이 부러져 패댕이 치는 말/ -보들 야들 명주 속곳 언제 한 번 꼬매보노 -미안한 울 아베 할매 산소 옆에다/ 원 없이 쓰시라고 심어놓은 바늘꽃 -하늘하늘 하늘나라에서 웃음꽃 만발이다.

위의 시어처럼 최근 사투리 보존과 활성화는 각 지역의 중요한 정책이 됐다. 한국문학에서도 상당히 비중 있게 다뤄지고 있다. 소월과 백석의 북방 사투리, 영랑과 서정주의 전라도 사투리, 특히 경상도 사투리는 박목월을 필두로 여러 시인이 다채롭게 변주했다.

전영귀 역시, 시인의 고향인 경상도 성주 방언을 고도로 함축된 은유적 표현으로 맛깔나게 비벼 넣었다. 그 밖에도 '비밀 한잔', '젖 고개' 등의 작품은 기억의 복원과 탁월한 감각의 현대적 이미지 변용을 통해 그녀만의 육화된 정서로 표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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