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우 덕성여대 총장 "사회에 대한 민감성과 사회를 바꾸는 주체성 겸비한 학생 양성 목표"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
[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덕성여대가 지난해 신입생부터 자유전공제를 전면 도입한 뒤 교육 수요자인 학생들로부터 큰 호응을 얻고 있다. 자신의 적성과 특기, 관심사가 어디 있었는지 몰랐는데, 자유전공제로 자신에게 맞는 전공을 찾게 됐다는 것이다.

이러한 효과는 최근 모든 대학당국의 고민인 입시경쟁률과 중도탈락률에도 나타나고 있다. 정시 수시 경쟁률이 자유전공제 이전보다 크게 상승한 반면, 수도권 중도 탈락률은 감소한 것이다.

덕성여대 자유전공제는 하버드, 예일, 프린스턴, 스탠퍼드 등 해외 명문 대학들이 실시하고 있는 제도다. 국내에서도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 등 몇몇 대학들만이 도입하고 있다.

30일 김진우 덕성여대 총장으로부터 자유전공제 성과와 도입 배경, 덕성여대만의 특징에 대해 들어봤다.

- 덕성여대가 말하는 ‘전면 자유전공제’란 무엇인가요?

“신입생이 학과가 아닌 인문사회계열, 이공계열, 예술계열로 입학해 1년간 다양한 분야를 경험하고, 2학년 진입 시에 제1전공으로 (계열별 각각) 22개, 10개, 5개의 전공 중 하나를 선택합니다. 제2전공은 계열의 벽을 넘어 대학 내 모든 37개 전공에서 선택합니다. 제1전공과 제2전공을 조합하면 계열별로 각각 814개, 370개, 185개의 전공선택 조합이 생기는 것이죠. 이는 입학 시 주전공이 정해져 있고 복수전공 선택조차 자유롭지 않은 다른 대학과 확연히 차별화된다고 볼 수 있습니다.”

- 자유전공제를 실시하는 대학이 덕성여대가 유일한가요? “덕성여대 자유전공제는 세계 명문대의 교육시스템을 벤치마킹한 것입니다.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 스탠퍼드 같은 세계 유수의 대학들은 전통적으로 전면 자유전공제를 실시해왔습니다.

미국의 고등교육체계는 1000명 이상의 종합대학(University)과 1000명 이하의 자유교육대학(Liberal Arts College)으로 양분되는데 후자의 경우 자유전공제를 근간으로 한 엘리트 교육대학으로서의 높은 위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힐러리 클린턴을 배출한 미국 최고의 명문 여대인 웰슬리대학도 그 한 예입니다.

국내에서도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한 대학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포항의 한동대, 대전의 한국과학기술원(KAIST), 광주의 광주과학기술원(GIST)이 전면 자유전공제를 도입하였습니다. 이들 대학은 모두 정원 700명 이하의 소규모 대학들로 미국의 자유교육대학과 비슷한 규모입니다.

하지만 하버드, 프린스턴, 예일대처럼 정원 1,000~1,500명 수준의 중형 대학에서 자유전공’학부’가 아닌 대학 전체를 자유전공대학으로 만든 경우는 덕성여대가 최초이며, 수도권에서 자유전공제를 전면 도입한 곳도 덕성여대가 최초라고 할 수 있습니다.”

- 타 대학에도 자유전공학부가 있는 것으로 압니다. 그럼 그들 대학과 어떤 차이가 있는지요?

“서울의 많은 대학들도 자유전공교육이 가장 우수한 교육체계임을 공감하듯 자유전공제를 도입해왔습니다. 하지만 3000명 이상의 대규모 대학들이 현실적으로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적용하기 어렵기 때문에 결국 5% 내외의 소수 정원에 한하여 자유전공 ‘학부’를 설치해왔습니다. 덕성여대는 ‘학부’가 아닌 ‘대학’ 전체에 자유전공제를 도입하는 것으로 진정한 의미에서 자유전공 정신에 부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어떤 점에서 자유전공제가 융복합 교육에 적합한 교육체계가 되나요?

“덕성여대생들은 신입생당 1년 평균 5개 정도의 분야를 경험하게 됩니다. 작년 2020학번의 경우 평균 전공탐색과목 이수 개수는 4.6개입니다.

교양과목의 ‘학문의 융합(계열교양)’에서 추가적으로 5개 분야를 학습하는 것까지 합하면 학생들은 최대 10여 개에 이르는 다양한 학문분야의 지식체계를 학습하게 됩니다.

이러한 다양한 학문 생태계에의 노출은 이후 다양한 분야 융복합의 근간이 됩니다. 또한 복수의 전공을 취득하는 것도 융복합능력 강화를 위해 중요한데 덕성여대에서 2개 전공을 신청하는 비율은 (2학년 1학기 기준) 2019학번 20%에서 2020학번 63%로 급증했습니다. 자유전공제를 통해 학생들의 학문다양성 경험에 기반한 융복합능력이 증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입니다.”

- 학생들이 2학년이 되면 무슨 전공이든 선택할 수 있나요?

“네, 학생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1전공의 경우 전공별 최대배정인원이 정해져 있음에도 불구하고, 2020학번의 83%가 자신이 가장 원하던 전공을 제1전공으로 선택하게 됐습니다. 또한 자신이 가장 원하던 전공을 제1전공으로 선택하지 못하게 되더라도 아무 제한 없이 해당전공을 제2전공으로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학생들은 궁극적으로 자신이 가장 원하는 전공을 선택할 수 있게 됩니다.”

- 그러면 진로설계에 있어 자유전공제가 가지는 장점은 무엇인가요?

“우리나라의 청소년은 학교와 학원 등으로 자신의 자아 및 진로 탐색에 있어 극히 제한적인 현실에 처해있습니다. 따라서 대학에 와서 기존의 제약을 벗어나 보다 적극적으로 자기 자신과 여러 분야에 대해 탐색하는 것이 스스로의 인생설계에 있어 매우 중요한데 그 경험을 보장하는 것이 자유전공제입니다.”

- 이른바 인기학과에 몰리는 쏠림현상은 없나요?

“1, 2전공 전체 선택 결과를 분석한 결과, 전공 ‘쏠림현상’은 나타나지 않았습니다. 인문사회계열과 이공계열에서 가장 많은 학생이 선택한 전공은 각각 전체의 17%, 15% 수준이었습니다. 학생들이 다양한 분야의 전공 탐색을 통해 자신에게 가장 맞는 전공을 선택한 결과 다양한 전공들이 공존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 특정학문이 도태될 가능성은 없나요?

“선택 학생이 적은 전공의 존속과 학생들의 학습권을 위해서 폐강 기준을 대폭 완화하여 소수 강의도 개설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마련하였습니다. 소수 학생이 신청한 전공에서 오히려 소수 정예의 학생 맞춤식 교육이 이루어지도록 하였고 이러한 부분들이 오히려 해당 전공의 강점이 될 수 있도록 할 방침입니다.”

- 제1전공과 제2전공의 차이점은 무엇인가요?

“우리 대학이 보유하고 있는 다양한 전공 중 최소 2개 이상의 전공을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도록 만든 제도입니다. 다만, 등록금 책정, 졸업 시 학위 부여 등의 현재의 행정적 제도를 수용해야 하기 때문에 제1전공과 제2전공으로 구분한 것에 불과합니다. 결국 제1전공과 제2전공은 행정적 처리 절차 이외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1학년의 다양한 분야 탐색을 통해 자신의 진로 분야를 중도 변경한 학생들이 있나요? “1학년들은 자유전공제 하에서 다양한 분야 경험과 체계적 진로설계 비교과 지원을 통해 자신들의 진로를 적극적으로 재설계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는 20학번 신입생의 경우 진로 탐색 기간 1년 동안 46%가 본래의 선호 전공을 변경하였다는 통계에서 분명히 드러납니다. 이들이 만약 타대학에 진학했다면 자신들이 더 선호하고 잠재력을 발휘할 수 있는 분야가 있다는 것조차 인지하지 못했을 것입니다.”

- 자유전공제로 행정적 변화도 있었나요?

“자유전공제를 실시하며 기존 단과대학들을 계열 수준으로 통합하였고 나아가 학과를 폐지하고 전공으로 전환하였습니다. 이에 학과 사무실들을 폐쇄하고 전공 사무실들을 단과대학 단위로 일원화하였습니다.”

- 비록 짧은 기간이지만, 성과는 어느정도 있었나요?

“가장 강력한 성과지표는 자유전공제를 처음 실시한 1학년의 중도탈락률이 예년의 114명에서 72명으로 37%나 하락했다는 것에 있습니다. 학교 전체의 중도탈락률도 3.8%에서 2.9%로 하락하였습니다. 2020년 수도권 중도이탈률 평균인 4.5%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입니다. 또한 2학년 1학기 기준으로 주전공 외에 복수전공(제2전공)을 신청한 학생들이 20%에서 63%로 급상승했습니다.

입시경쟁률도 상승했습니다. 정시경쟁률의 경우 2020년 4.9:1에서 2021년도 5.4:1로 상승했고, 수시경쟁률의 경우에도 2020년 15.6:1에서 2021년 17.7:1로 상승했습니다. 다른 긍정적 요인도 있겠지만, 자유전공제가 수험생들에게도 매력적인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고 판단합니다.”

- 끝으로 하실 말씀은?

“자유교육을 통해 자유로운 학문과 사상을 접하고 주체성을 발달시키는 학생들은 시류에 편승하지 않고 오히려 사회를 변혁하는 선택을 할 수도 있습니다. 즉, 당장 사회의 수요가 많지 않더라도 자신과 사회의 성장에 중요한 가치를 지닌 학문이라면 선택하게 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대학은 사회수요에 반응하는 수동적 존재를 넘어 세상을 바꾸는 변혁적 주체가 됩니다. 사회에 대한 민감한 반응성과 사회를 바꾸는 주체성, 이 모두를 겸비한 학생을 양성하는 것이 자유전공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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