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귀된장찌게. 사진=(사)세계한식문화관광협회 김연지이사
[데일리한국 전문가 칼럼=최만순 세계한식문화관광협회장] 위기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집밥’이 새롭게 주목받고 있다. 최근 한국리서치의 설문조사에 따르면 직접 요리하는 빈도가 늘었다는 응답이 53%라고 한다. 더불어 집에서 콩나물, 버섯 등 식용식물 키우는 것도 인기다. 해외에서는 '쿼런틴가드닝(quarantinegardening 격리생활을 하면서 식물 기르기)'이 인기라고 한다. 이런 식물 기르기는 정서적 안정에도 도움이 된다. 사람들이 불안의 시대에는 새로운 싹을 관찰하는 데서 평화를 느낀다고 한다.

집에서 요리하면 겉모양에 현혹되지 않고 실속을 중시할 수 있다. 베란다에서 키우는 식물도 다양화할 수 있다. 필자의 텃밭과 하우스에는 당귀(當歸)가 있다. 당귀는 잎과 뿌리 전체를 식용할 수 있다. 보통 뿌리는 약재로 잎은 채소로 사용한다. 필자는 잎을 주로 사용한다. 거의 1년에 겨울 한 달 정도만 제외하곤 신선한 잎을 채취할 수 있다. 신선한 잎은 찌개, 전, 고기 삶는 데 사용한다. 말린 것은 밥에도 넣고 차로 사용한다.

당귀는 예부터 여자가 시집을 가면 대를 잇는데 중요한 약이었다. 혈액을 조절하는데 그만큼 중요한 약재였다. 또 전쟁에 나간 남편을 그리워한다는 뜻으로 당귀(當歸)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당귀는 이른 봄에 나온 새싹은 승검초로 불리며 늦가을까지 잎을 채취할 수 있다. 당귀잎은 탕, 전, 볶음, 차 등 여러 가지 요리를 할 수 있다. 조선시대 윤씨음식법(1854년)에는 시루떡으로 만들었다. 예부터 당귀 뿌리는 보통의 처방에는 반드시 당귀와 감초가 들어간다고 할 만큼 중요한 약재다.

본초강목에 당귀는 독이 없고 따뜻하며 인체의 간과 심장, 비장으로 들어간다. 맛은 달고 매운데 이것이 당귀의 특이한 향기다. 당귀의 특이한 향기는 고기의 누린내를 잡아주는 역할도 한다. 생선도 당귀잎으로 싸서 구우면 비린 맛이 사라진다. 본경(本經)에 당귀는 심한 기침으로 인체의 기운이 위로 솟구치는 증상, 학질, 피부가 오싹오싹한 증상, 유산, 모든 종기나 부스럼, 상처 등에 끓여서 차로 마시라고 했다.

별록(別錄)에는 인체의 속을 따뜻하게 하고 통증을 멎게 하며 어혈이 뭉친 것을 제거하고 인체에 바람의 나쁜 사기가 들어와 땀이 나지 않는 증상, 몸 안에 습기가 차서 저린 증상, 독한 사기(邪氣 급성 전염병)가 침입한 증상, 몸이 차고 허한 증상을 치료하고 인체의 오장(五臟)을 보양한다고 했다. 이런 당귀는 우리나라 산야 어디서나 잘 자란다. 당귀는 혈액으로 인한 각종 질병인 혈허(血虛), 혈열(血熱), 혈어(血瘀)등에 사용된다.

양생에서 당귀는 첫째 인체의 간으로 들어가서 간을 보혈한다. 간의 혈액이 열로 상하는 것을 식혀주며 경락의 혈액을 잘 흐르게 만든다. 근육도 부드럽게 만들어 주어 상처를 쉽게 아물게 한다. 간의 혈액이 건강하면 인체가 외부의 나쁜 바람에 쉽게 발생하는 풍습(風濕), 관절염, 통풍 등을 예방한다. 둘째 당귀는 심장으로 들어가서 심장의 화기를 식혀주어 피부열독, 각종 피부트러블, 피부악창, 피부궤양 등을 예방한다.

셋째 당귀는 인체의 비장으로 들어가 소화기관인 비위의 생기를 만들어 얼굴색이 밝아지게 만든다. 이처럼 당귀는 인체의 기와 혈을 통하게 만들어 준다. 예부터 통즉불통(通則不痛 통하면 아프지 않다)의 대표적인 재료다. 이만큼 당귀는 인체의 좋은 혈액을 보충해 기혈의 흐름을 좋게하여 통증을 멈추고 두통, 생리통을 없애며 대소변을 원활하게 한다.

대표적인 처방 중에 견비통은 당귀를 술에 넣어서 3일 후부터 아침저녁 한 잔씩 마시면 회복에 많은 도움이 된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지속 될 전망이다. 한마디로 사회가 오래도록 써왔던 방법이 망가지는 일이다. 변화된 상황에 맞춰 생활을 새로 짜보자. 위기를 기회로 도약하기 위해 건강을 축적하자. 미래를 위해 더 단단한 축적을 해 나가는 것이다.

◇입하절기(立夏節氣)의 약선양생

금년은 예년보다 갑자기 더운 날이 많다. 이런 날은 사람들의 식욕이 떨어지기 쉽다. 음식 맛에 신맛은 약간 올리고 쓴맛은 내려주는 것이 도움이 된다. 심장이 화기를 낮추고 건강하게 유지하는 맛이다. 식재를 선택할 때는 신장을 보양하고 간의 기운을 도와주며 소화기관의 건강을 유지해야 한다.

입하시절 좋은 식재는 화기를 낮추어 주는 녹두, 기운을 잘 통하게 만드는 상추, 혈지방을 내려주는 오이, 초여름 더위를 극복하는 오리알, 장부를 시원하게 만드는 완두콩, 심장을 보양해주는 연자, 폐를 윤기 있게 만드는 비파, 수분을 보충하는 앵두 등이다.

절기는 태양년을 태양의 황경에 따라 24등분 해 계절을 자세히 나눈 것이다. 황경이란 태양이 춘분점을 기점으로 황도를 움직인 각도다. 황경이 0도일 때를 춘분으로 하여 15도 간격으로 구분한다. 입하(立夏)는 태양 황경이 45도에 이르며 입하에서 ‘하(夏)’의 원래 의미는 ‘크다’는 뜻이다. 만물이 이미 성장을 할 준비를 다 마치었다는 뜻으로 입하라는 이름을 붙였다고 한다.

습관상 사람들은 입하를 여름의 시작으로 보고 있다. 이때부터는 기온이 눈에 띄게 상승하고 천둥과 번개가 증가한다. 입하부터 모든 식물이 왕성하게 성장하는 아주 중요한 절기다. 양생에서 천지의 기운과 통하는 것이 생명의 근본이며 음양에 뿌리를 두고 있다고 했다. 하늘과 땅 사이와 육합(六合)의 안에 구주(九州), 구규(九竅), 오장(五臟), 24절기가 모두 하늘의 기운과 통한다고 한다. 이것을 근거로 입하 15일도 3후(三侯)로 나누어 말한다.

처음 5일에는 땅강아지와 청개구리가 울고, 다음 5일에는 지렁이가 나오며 3후인 마지막 5일에는 천마와 월과가 무성하게 자라기 시작한다. 3후는 이러한 천지변화의 현상을 설명했다. 여기서 ‘육합(六合)’이란 동서남북 사방과 아래위 상하를 뜻한다. ‘구주(九州)’는 우리 인체에 있는 아홉 구멍을 보고 ‘구규(九竅)’라고 하는데 이 구규를 싸고 있는 바깥의 온 세상을 뜻한다.

12절기는 하늘이 12달을 만들었으므로 하늘의 12달 기후에 사람의 12경맥은 밖으로 반응을 한다. 그러므로 이 모두 하늘의 기록과 같고 하늘의 기운과 통한다는 말이다. 이것이 황제내경 소문의 생기통천론(生氣通天論篇 第三 第一章)의 통천자 생지본(通天者 生之本)이다. 자연의 기후에 순응하는 것이 싫든 좋든 간에 사람이 살아가는 근본이란 뜻이다. 그래야 다가오는 병을 미연에 예방하며 무병장수할 수 있다고 한다.

조선시대는 궁궐의 병조에서 새 불씨를 만들어 계절이 바뀌면 백성에게 집집마다 불씨를 나누어 주었다. 어찌 보면 형식에 치우친 번거로운 일로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자연의 섭리를 국가가 앞장서서 받들고 백성들로 대자연의 변화에 순응하며 살도록 하는 삶의 조건을 그때마다 확인시켜 주었다. 또 이것은 이제 절기가 바뀌고 있다 하는 것을 백성이 실감케 하는 치국과 위민의 의식이었다.

◇여름 6 절기(입하, 소만, 망종, 하지, 소서, 대서)의 양생 기본요구

최근 들어 주목하는 철학이 있다. 스토아철학이다. 스토아철학은 이미 벌어진 일에 감정적 비용을 낭비하지 말라고 한다. 그럴 시간에 해결방안을 찾으라는 것이다. 요즈음에 딱 맞는 말이다. 입하는 여름의 시작이다. 양생에서 여름은 심장이 기운을 건강하게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 심장은 인체의 주인이다. 그러나 여름의 뜨거워진 화기는 체액의 배설을 과하게 촉진시켜 심장을 힘들게 한다. 인체의 신명(神明)이 약해지는 것이다.

신명이 약해지면 마음이 조급해지고 불안해진다. 이런 심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는 홍당무, 계란, 꿀, 연자, 대추, 밀, 검은깨, 포도, 노란콩 등을 자주 섭취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여기서 홍당무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소염, 살균 능력이 강해 세균에 감염되는 것을 방지하고 혈액의 농도를 조절해준다. 계란은 성질이 평평하고 맛은 달며 인체에 윤기를 만들어 건조해지는 것을 방지한다.

꿀의 성질은 평하고 맛은 달며 좋은 혈액을 생성하고 폐와 심장을 보양한다. 연자의 성질은 약간 시원하고 맛은 달고 떫으며 심장과 소화기관인 비장을 건강하게 유지하게 만들어 신장의 정기가 빠져나가지 않게 한다. 대추는 성질이 따뜻하고 맛은 달며 좋은 혈액을 생성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유기농 밀은 성질이 약간 시원하며 맛은 달고 식은땀과 가슴 답답한 것을 제거해 신경을 안정시켜준다.

검은깨는 성질이 평평하고 맛은 달며 혈액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어 혈전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 포도의 성질은 평평하고 맛은 달고 시며 소변을 잘 배출하게 만들어 대뇌 신경이 쉬 흥분되는 것을 예방한다. 노란 콩은 성질이 평평하고 맛은 달며 심혈관에 발생하는 화기를 조절해 마음을 안정시켜준다. 식품 재료들의 각각의 효능과 성질은 이렇게 구분한다.

옛 양생학자들이 말하길 그 맛을 취하고, 그 성질을 취하며 혹은 그 색을 취하고, 그 형태를 취하며 혹은 그 질을 취하고, 그 성정을 취하며 혹은 그 생겨난 때를 취하고 그 성장한 이치를 취하여 알아낸 것들이라고 기록하고 있다. 세상 모든 식재는 삶의 원천이기도 하다. 그리고 식재는 질병을 예방 치료하는 중요한 수단 중의 하나라고 할 수 있다.

양생에서 질병의 발생 및 변화과정을 이렇게 설명한다. 모든 질병은 인체의 음양과 정기, 사기가 상호 소멸되어 나타나는 과정이다. 여기서 어느 장부의 기능이 약해짐으로 인해 나타날 수밖에 없는 치우침의 상태라고 본다. 그러므로 자기에게 꼭 맞는 올바른 식품을 선택해야 한다. 올바른 선택만이 장부 기능의 상호협조 관계를 회복시켜서 병리현상을 제거하게 된다. 세상에서 갑자기 벌어지는 일들을 통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그러나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는 내가 통제할 수 있다.

◇당귀된장찌게(當歸大醬湯)효능 조경활혈(調經活血)한다. 입하시절 좋은 혈액을 생성해 각종 통증과 염증을 제거하여 면역력을 증강 시키며 감기, 혈전, 변비 등을 예방하여 준다.

◇당귀잎의 효능 혈전이 쌓이는 것을 방지해 심혈관을 건강하게 한다. 염증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한다. 항혈당 작용을 한다. 만성 폐쇄성 폐질환을 방지한다. 인체의 간과 담을 건강하게 한다. 신장의 노화를 방지한다.

◇된장의 효능 여기에서 된장은 두통과 바람으로 쌓인 나쁜 열기를 제거하고 혈맥을 소통하게 한다.

◇방풍의 효능 여기에서 방풍은 인체의 바람을 제거하여 감기를 예방하는 작용을 한다.

◇대파의 효능 여기에서 대파는 인체 오장을 보양하여 한기나 담이 발생하는 것을 억제하는 작용을 한다.

◇마늘의 효능 여기에서 마늘은 인체의 기가 막힌 것을 뚫어주어 소화기관을 건강하게 만들어 주는 작용을 한다.

◇고추의 효능 여기에서 고추는 심장과 간에 쌓이는 화기를 내려주는 작용을 한다.

재료 된장 30g, 당귀잎 50g, 방풍잎 50g, 참치통조림 1개, 고추 3개, 마늘 5g, 후추

◇만드는 법 ①당귀잎과 방풍을 채취하여 깨끗한 물에 씻어 알맞게 잘라 준비한다. ②고추를 알맞게 잘라 준비한다. ③뚝배기에 물을 붓고 참치통조림, 마늘을 넣어서 한소큼 끓인다. ④(3)에 된장을 풀고 당귀잎과 방풍을 넣고 3분 끓여서 완성한다.

조리Tip 출혈성질병이 있는 사람은 삼간다.

#필자 소개: 최만순씨는 세계한식문화관광협회 회장으로 활동중이며, 한국전통약선연구소장, 국제고급약선사자격 평가위원, 미국 FDA 운영위원 등을 겸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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