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갑길 신임 국기원이사장 사진=김동영 기자 kdy@hankooki.com
[데일리한국 김동영 기자] 세계 태권도의 본산, 국기원이 지난해 7월 이후 이사장 공석 및 국기원장 직무정지로 인한 업무 공백의 우려 속에 지난 4월 3일 문화체육관광부의 승인에 따라 전갑길 신임이사장(63)이 취임했다.

전갑길 이사장은 태권도 선수(6단) 출신으로 광주광역시의회 의원, 제16대 국회의원, 광주광산구청장을 역임했다. 코로나 사태로 취임식 없이 업무보고에 들어간 전갑길 이사장은 취임 일성으로 국기원 조직의 대대적인 체제 개혁을 강조했다. 지난 8일 전 이사장ㅇ르 만나 국기원의 현안과 향후 계획을 들어봤다.

▶ 이사장 취임 소감은

그동안의 국기원과 관련된 일련의 사건·사고는 잘 아실 것입니다. 그렇기에 오랜 기간 공석인 이사장 선거를 늦출 수 없다는 공감대 속에 이뤄져 무려 5차에 걸친 투표 끝에 제가 선출됐습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의 승인이 전례 없이 빠르게 이뤄져 지난 3일 정식 이사장에 취임하게 됐습니다.

이사장에 선출돼 제가 밖에서 듣던 국기원과 안에 와서 본 국기원은 차이가 많아 당황스럽기도 했습니다. 그 심정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실망'이죠. 제 나름대로는 준비와 체계를 갖추고 업무에 임할 각오를 갖추고 있지만, 어디에서부터 국기원을 개혁해야 할지 어려움과 고민이 큰 것도 사실입니다.

그나마 체계적인 공모를 통해 이사회가 새롭게 구성되었습니다.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작하여 국기원을 탈바꿈시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지켜봐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 국기원의 문제해결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그 동안 국기원은 이사회 중심이 아닌 원장 중심으로 운영돼왔다는 것은 다 아실 것입니다. 무소불위의 권한을 쥐고 있는 원장에 오르기 위해 자기 사람을 이사회에 넣거나 이사회 내의 이사 과반수를 자신의 편으로 끌어오면 원장에 오를 수 있는, 어떻게 보면 단순한 방식으로 원장에 올랐습니다. 그러다보니 내 사람끼리 모여 '끼리끼리 해 먹는다'는 외부의 질타가 있었습니다.

또한 이사회라는 것이 나라로 치면 국회와 같이 견제기능과 잘 하면 격려도 하는 역할을 해야 하지만 그렇지 못했는데, 좀 심하게 말하면 원장이 요구하는 입맛에 맞는 정책의 거수기 노릇을 했다는 점에서 국기원에 대한 애정 어린 관심과 질책을 보내주신 국민과 무도인 여러분께 먼저 죄송하다는 말씀과 함께 이사회 역할 정립에 나설 것임을 약속드립니다.

그런 면에서 이번에 진용을 갖춘 이사들은 체계적인 공모를 통해 선발했습니다. 무엇보다 태권도에 대한 애정이 크시고 태권도 실무를 보고 계신 전문가들입니다. 다만 아쉬움이 있다면 보다 다양한 계층의 이사님을 모시려 했으나 국기원에 대한 인식이 좋지 못하다보니까 안 오려고 하는 경향이 있는데, 앞으로 보완해 좋은 분들을 보실 계획입니다.

그럼에도 공모를 통해 훌륭하신 이사님들로 이사회를 구축하게 되었기에 이전과 달리 원장이 국기원을 좌지우지하기는 어렵습니다. 그리고 현재까지 이사회도 심도있게 잘 운영되고 있습니다.

사실 이사회의 권한이 큰데 그 동안 이사회가 권한 행사를 전혀 못해 왔습니다. 그 원인은 원장이 전횡을 일삼은 결과, 원장 중심으로 진행되다 보니 이렇게 된 것이라 생각됩니다. '물이 고이면 썩기 마련이고, 독재를 하면 부패한다'는 것이 만고의 진리 아니겠습니까.

이사장으로 부족한 점도 있겠지만 '개혁과 혁신'과 관련해서는 제가 국회의원과 지방자치단체장을 했을 때 상도 수차례 받는 등 노력해 왔었고 또 (국기원의 개혁에 대한)계획이 있습니다.

개혁은 속도가 중요하다는 말도 있습니다. 개혁을 혁명처럼 하면 좋겠지만, 혁명은 쉽지 않습니다. 개혁(改革)의 한자를 보면 '가죽 혁(革)'이 있듯이 피부를 도려내는 아픔을 겪어야 합니다. 그 동안의 제 경험을 볼 때 개혁은 점진적으로 하는 것이 맞다고 봅니다. 하나하나 진행하다 보면 탄력을 받게 될 것입니다.

▶ 세계태권도본부인 국기원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지

먼저 해야할 일은 국기원 내부, 즉 직원과 시스템을 국제수준에 맞게 끌어올리는 것입니다. 내부 시스템을 보니까 세계는 4차산업, 인공지능 AI시대를 맞이했음에도 국기원은 디지털에도 못 미치는 아날로그 상태에 머물러 있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그 예로 코로나 사태로 인해 화상회의를 하려했으나, 시스템이 전혀 갖춰져 있지 않은 상태입니다. 이번 감염병 사태를 대비하고 또 국기원에 외국인 이사가 두분 계시는데, 이분들이 일이 있을때마다 한국을 방문할 수 있는 형편이 못되니 하루빨리 화상회의 시스템을 갖춰야 합니다. 이에 더하여 5대륙의 대표성을 갖는 정말로 명망 있고 태권도를 사랑하는 외국인 이사를 더 뽑으려고 합니다.

또 세계기구인 국기원에 대변인이 없습니다. 대변인 제도를 두어 코로나19로 어려운 전 세계 태권도인들에게 힘을 주는 성명도 발표하고 대책 등에 대한 신속, 정확한 발표도 필요한 상황입니다. 또한 각종 대회나 행사에 대한 홍보도 바로바로 제공해야 하는데 그렇지 못했죠. 국내 언론인들과의 소통 창구가 없다 보니 외부에서 물어볼 곳도 없다는 얘기가 들립니다.

그 외에 외부에서 '국기원 행정의 질이 떨어진다'는 말도 들리는데, 문무를 겸비한 인재들이 들어와야 한다고 봅니다. 공채를 통해 들어온 친구들이 기득권 세력탓에 한 해도 못 버틴다는 말이 있습니다. 경제용어지만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이 있는데, 국기원 조직이 그런 것 같습니다.

이런 잘못된 일들의 고리를 끊어야 합니다. 이제까지 그런 역할을 해온 사람이 없었는데, 지금부터 내실 있는 국기원 조직을 만들고 직원들을 안정화시키는 일을 할 것입니다. 더불어 직원들을 상대로 수시로 강의·교육의 자리를 마련해 직무능력의 수준을 끌어올리려 합니다. 세상을 바꾸는 것은 사람이고 사람을 바꾸는 것은 교육밖에 없다고 봅니다.

▶ 전임 국기원의 원장의 직무정지에 따른 행정 공백에 대한 방안이 있다면?

잘 아시겠지만 원장이 직무정지 상태입니다. 많은 태권도인들이 걱정하고 있다는 것도 잘 알고 있습니다. 원장 선거의 문제점을 법적으로 가서 시간을 계속 벌려고 하는 것 아니냐는 얘기들이 있는데, 제가 알아본 바에 따르면 해결될 수 없는, 현 직무정지 상태인 원장에게 득은 없고 비난만 쏟아질 뿐입니다. 따라서 하루빨리 재선거가 이뤄져야 한다고 봅니다.

최근에야 임명장을 받았기에 이제부터 업무보고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업무보고를 마치는 대로 테스크포스(TF)팀을 구성함은 물론, 원로 선배님들을 찾아뵙고 허심탄회하게 대화를 나눠보려 합니다. 무엇보다 국기원과 무도인들을 생각한다면 당사자의 결단이 필요합니다. 이사회도 필요한 조치에 나설 것입니다. 조금만 기다려주시고 지켜봐주시길 바랍니다.

▶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을 오랜기간 모셨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면?

김대중 전 대통령의 많은 말씀 중 '경천애인(敬天愛人 하늘을 공경하고 사람을 사랑함)'의 정신을 깊이 새기고 있습니다. 국기인 태권도 정신 중 고귀한 것을 공경하는 마음이 있습니다. 또한 태권도인을 사랑하는 마음을 가져야겠죠.

저도 태권도인이기에 당연히 태권도인을 사랑합니다. 이제 이사장으로 국기원에 들어 왔으니 먼저 직원들을 챙기려합니다. 앞서 말씀드렸다시피 원장이 전횡을 일삼다보니 직원들이 본연의 임무보다 분위기에 동조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야만 살아남고 진급도 할 수 있었겠죠. 그래서 우리 직원들이 국기원 본연의 일만 열심히 하면 인정받고 승진할 수 있는 풍토를 만들어줘야 합니다.

▶ 노후화된 국기원 건물에 대한 신설 계획은 있는지?

사실 외국의 VIP들이 내방했을 때 찾는 곳 중의 하나가 국기원입니다. 그런데 보시면 아시겠지만 노후 정도가 심하고 특별이 보여드릴 곳이 없습니다. 성역화 사업의 취지에 동감합니다. 그런데 국기원(면적 2300평, 건물연면적 약 1400평) 이곳이 문화공원이고 서울미래유산에 선정되어 있습니다. 제가 이사장 임명장을 받은지 몇일 안 되었기에 이제야 업무보고를 받기 시작했습니다. 그 내용이나 진행 등을 살펴봐야 할 것 같습니다.

한편으로 국기원의 핵심 기능을 옮기는 방안도 있는데, 몇 군데에서 제안도 있습니다만 위치가 좋아야 합니다. 무주 태권도원은 너무 멀어 대회 운영 등 어려움이 많습니다. 정치적 결과물인 것이죠. 따라서 접근성이 좋은 곳에 대회·경기나 교육·수련할 수 있는 시설이 필요합니다. 서울이면 더 좋겠죠.

▶ 코로나 사태로 어려움을 겪는 전국 태권도장의 재정악화 해결 방안이 있다면?

코로나 사태로 2개월 이상 체육관이 영업을 못하다보니 재정상태가 악화되었습니다. 우선해야 할 것이, 코로나 여파로 피해를 입은 소상공인을 위해 임대인이 자발적으로 임대료를 낮춰 고통을 분담하자는 취지에서 출발한 '착한 임대인' 캠페인과 관련, 하루빨리 임대관계를 파악해 건물주에게 공문을 보내 협조를 구하고자 합니다. 또한 정부에서 마련한 영세소상공인 지원도 태권도장에 한해 국기원에서 처리할 수 있도록 나서보고자 합니다.

정부지원과 별도로 체육관을 대상으로 1000만~2000만원 정도를 최저리로 융자지원 해줄 수 있도록 금융권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는 것도 말씀드립니다.

국기원에서는 심각 수준의 경제상황을 고려해 이런저런 가용 자원을 긁어모아 5억원 정도를 태권도장에 지원하려고도 했으나, 1만2000여 체육관에 분배하면 푼돈에 불과하고 무엇보다 많은 분들이 ‘태권도의 우수성과 효과’에 대한 대대적인 홍보·광고를 해달라는 요청이 많습니다. 국민들이 이를 보고 한 명이라도 더 체육관을 향하도록(회원 유치)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2억5000만원을 들여 영상물을 제작했고 1회성이 아닌 지속적 홍보·광고에도 힘쓰려 합니다.

그럴려면 국기원 재정문제를 거론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올해 기준으로 국기원 총 예산은 276억 원 정도 되는데, 그 중 국가 지원금이 106억 원입니다. 먼저 국가 지원은 우리가 많은 일을 개발하면 더 많이 받을 수 있습니다. 우리가 하는 일은 국익(국위선양)을 위한 일들이기에 당연히 지원은 따라올 수밖에 없습니다. 이제까지 그런 일을 못 했으니까 이정도 밖에 안 된 것이지요.

또 국내는 물론 외국의 승품단 심사비를 체계화 하면 예산 문제는 해결되고, 오히려 여유롭다 하겠습니다. 한편으로는 태권도 컨텐츠를 다양하게 개발하여 제품화 하는 것입니다. 물건을 팔 때 하나를 비싸게 팔지 말고, 다양한 물건을 만들어서 저렴하게 많이 팔아 더 많은 수익을 내야 합니다. 이와 관련된 사업단도 조직해야 할 것 같고 이외에도 재정확충의 방안은 많습니다.

기부제도도 만들어 볼 계획입니다. 기업과의 결연을 예로 들 수 있는데, 관심있는 대기업이 많습니다. 그리고 국기원이 특수법인(2010년 재단법인에서 특수법인으로 전환)으로, 얼마 안 되는 국가 지원을 받다 보니 부처의 눈치를 보게 됩니다. 많은 분들이 말씀하시기를 특수법인을 청산해야 한다고 합니다. 국제화에 있어서 걸림돌이 된다고도 말씀하십니다. 특히 외국에 있는 지도자 분들이 국기원은 세계의 중심인데, 정부의 한 부처에 예속되어 있는 것이 권위를 떨어뜨린다고요. 결론적으로 국기원이 이전의 재단법인 형태로 돌아가 직접 사업도 하면서 키워가야 한다고 봅니다. FIFA나 IOC처럼 세계적인 큰 단체는 아니더라도 그런 분위기로 가야만, 세계인과 국가로부터 존경을 받게 될 것입니다.

▶ 태권도 인기를 살리고 저변확대를 위한 계획이 있다면?

제가 생각하는 원인은 태권도가 재미없어졌다는 것입니다. 특히 태권도 경기에서 공정한 심판을 위해 전자복이 도입되다 보니 너무 재미가 없어졌습니다. 이에 국기원, 태권도협회, 세계연맹이 새로운 안을 개발했는데,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또 저의 개인적인 의견인데 품세도 재미있고 실전용으로 바꿔야 한다고 봅니다.

품세도 마찬가지지만 유아·어린이 태권도와 성인 태권도를 분리해야 한다고 봅니다. 현재 태권도장은 유아·어린이가 주 고객층이고, 성인은 학교의 태권도부와 태권도학과에서 엘리트 선수 육성 외에 무도나 심신수련, 호신용으로 배우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태권도가 유아·어린이에게 미치는 영향 등 다양한 연구·교육자료, 이에 대한 교육 및 홍보 등을 보다 체계화 하는데 힘쓰려 합니다.

개인적으로는 태권도방송 채널 운영에 관심이 있어 정부와 의논해 보려 합니다. 국기원이 직접 운영하든 위탁을 주든 태권도채널을 통해 지금 같은 재미없는 태권도가 아닌 흥미진진한 태권도 레전드들의 영상을 비롯해 각종 대회의 결승전 등을 보여주어 저변확대 및 태권도인들의 자부심과 수입에도 도움을 드렸으면 합니다.

태권도인과 태권도를 사랑하는 국민 여러분, 새롭게 시작하는 국기원을 애정 어린 눈으로 지켜봐 주시고 잘못된 점이 있으면 질타도 해 주시기 바랍니다. 경청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저작권자 © 데일리한국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