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지관리기금 투입은 편법이자 예산낭비"… "환경보존 역사 배경과 철학 무시하는 야만적 행위" 비판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잼버리 부지 매립을 위해 농지관리기금 2179억을 쏟아 부어 공사하는 것은 엄연한 편법이자 예산 낭비다. 여기에 새만금 해창 장승벌을 메워 잼버리 행사장 진입로로 삼는 것은 환경보존의 역사적 배경과 철학을 무시하는 야만적 행위가 아닐 수 없다.”

전국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은 23일 전북 전주시 도의회 브리핑룸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잼버리대회를 추진하는 여성가족부와 이를 지원하는 전라북도, 사업을 담당한 농어촌공사를 향해 “새만금 해창 ‘장승벌’을 보존하고, 잼버리정신에 위배되는 매립계획을 재검토하라”고 요구했다.

전국 종교·시민·환경단체 관계자들이 23일 전북 전주시 전북도의회 브리핑룸에서 새만금 장승벌 매립계획 재검토를 촉구하고 있다.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은 “전북도와 농어촌공사가 장승 벌에 도로를 놓기 위해 매립을 하겠다는 것은 2023년 2주간 열리는 보이스카웃 세계잼버리 대회에서 텐트를 칠 야영지와 진입로를 건설하기 위해서다”며 “그러나 야영지는 굳이 매립을 하지 않고 현재 상태 그대로도 충분히 활용 가능하며, 진입로는 기존의 주차장과 가까운 곳에 설치하는 것이 효율적이다”고 주장했다.

대안으로는 “주차장과 가까운 비득치교차로 혹은 행사장 중심부에 인접한 신행에너지파크 쪽 도로와 연계해 진입도로를 만드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제시했다.

또 “당초 새만금 잼버리 조감도에는 장승벌이 매립부지에서 빠져 있었고, 잼버리부지의 주 진입로와 보조 진입로도 다른 곳이었다”며 “장승벌을 매워 진입도로로 사용하겠다는 것은 교량설치가 필요한 것은 물론, 본행사장과 주차장 위치를 감안해도 매우 비효율적이다”고 강조했다.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은 농어촌공사의 새만금호 내부준설을 통한 매립토 조달 계획에 대해서도 비판했다.

물속에서 파올린 미세한 준설토가 마르면 더 많은 미세먼지가 발생할 것이며 새만금호의 수심이 깊어져 수질악화를 부채질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미세먼지가 심각한 새만금 지역에서 열리는 잼버리 대회가 이들 미세먼지로 숨쉬기 힘든 최악의 행사가 될 수 있다는 것이 이들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의 지적이다.

한편 전국의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이 매립을 반대하는 장승벌은 전북 부안군 하서면 백련리 일대 ‘새만금 해창 갯벌’을 말한다. 새만금간척사업에 반대하는 전국의 시민·환경단체들이 지난 2000년 초반부터 갯벌보호 염원을 담아 매년 장승을 세우고 있다.

현재 50여개 장승이 서 있으며, 이보다 더많은 장승들이 시간과 바닷바람을 못이겨내고 쓰러져 있다. 장승들 옆으로는 불교, 천주교, 기독교, 원불교 등 4대 종단에서 컨테이너로 지은 기도공간(법당, 성당, 교회, 교당)이 지난 2003년부터 자리하고 있다. 이 곳은 지난 2003년 새만금에서 서울까지 4대 종단 성직자들이 진행한 삼보일배의 시작점이기도다.

장승 가운데는 뉴질랜드 마오리족이 전통적인 문양으로 직접 깎아서 세운 대형 조각물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전한다. 마오리족은 도요새를 자신들의 조상이라고 여기고 있는데, 도요새들이 뉴질랜드를 떠나 한국의 새만금까지 날아간다는 것을 알고 새만금 갯벌 파괴를 막아달라는 의미에서 전통 조각물을 새만금 해창 갯벌에 세웠다고 한다.

사진 이만수 작가.

세계 잼버리 대회에 참가하는 전북스카우트연맹도 “해창 장승이 잼버리 참가자들에게 환경보전의 정신과 새만금 간척사업에 대한 갈등의 역사를 보여줄 수 있는 민주주의의 교육현장이라며, 보전하는 것이 당연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종교·시민·환경단체들은 “올해 정부는 새만금 수질평가를 통해 담수화 여부를 최종 결정한다. 만약, 해수유통으로 새만금의 물관리계획이 결정된다면, 현 부지는 갯벌로 복원될 수 있는 새만금 내 거의 유일한 장소이며, 갯벌을 활용한 생태관광용지가 될 수 있다”며 “예산 낭비를 막고, 미래의 잠재적 가치를 유지하기 위해 잼버리 행사 후에 갯벌이 복원될 수 있는 생태적 관점의 계획으로 재수립 하라”고 강력히 요구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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