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안위, "원자력연구원 1백여개 인허가시설 전면조사해야"… "매년 일부 방폐물 외부유출 사실도 몰라"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작년 대전 대덕연구개발특구 내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 시설에서 일어난 방사성 물질 방출 사고는 연구원의 관리체계와 설계기반 형상관리 미흡, 수동식 운영체계, 안전의식 결여가 빚은 총체적 부실운영 때문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아울러 연구원의 1백여 개 원자력 및 방사선이용시설의 인허가 사항 및 시공도면과 현재 시설 상태간 차이가 없는지에 대한 전면조사, 연구원내 환경방사선(능) 조사지점 확대, 방폐물 관련 시설의 운영시스템 최신화 등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원자력안전위원회(원안위)는 이 같은 내용을 중심으로 한 ‘한국원자력연구원(KAERI)자연증발시설 방사성물질 방출사건’ 조사결과를 해당시설 지정권자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KAERI 측에 통보하고 후속조치를 요청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날 원안위에 따르면 CCTV 영상과 재현실험 등을 통해 사고 난 곳의 방출량을 조사한 결과, 작년 9월 26일 필터 교체후 밸브를 과도하게 개방한 상태에서 미숙한 운전으로 2층 집수로에서 넘침이 발생하는 과정에서 약 510ℓ의 액체 방폐물이 외부로 누출됐다.

또 매년 11월경 시설 가동 후 동절기 동파방지를 위해 운영을 중단하고 모든 액체 방폐물을 지하저장조로 회수하는 과정에서 필터하단 배수구로 일부 방폐물(연간 470~480 ℓ)이 바닥배수탱크로 유입돼 매년 외부로 누출돼 온 사실이 새롭게 드러났다.

원안위는 자연증발시설에서 방사성 물질이 방출된 근본 원인은 이 시설의 배수시설이 당초 과기정통부에서 승인받은 설계와 다르게 설치·운영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자연증발시설은 연구원에서 나온 극저준위(리터당 185베크렐 이하) 방사성 액체 폐기물을 저장한 뒤 자연 증발시키는 건물이다.

이 시설은 원래 극저준위 액체 방사성폐기물(185 Bq/ℓ 이하)을 지하저장조(860,000 ℓ)에 이송받아 이를 끌어올려 3층의 공급탱크에서 2층에 길게 늘어뜨린 증발천으로 흘려보내, 태양광에 의해 자연증발 시키고 남은 방폐물을 다시 지하저장조로 보내는 폐순환 구조로 설계해 승인 받았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허가 받은 설계에는 없는 지하 외부배관으로 연결된 바닥배수탱크(600ℓ)가 지난 1990년 8월부터 설치돼, 1층의 일부 배수구가 바닥배수탱크로 연결된 상태로 매년 4월 ~ 11월 경 운영해오고 있었다.

더 큰 문제는 시설 운전자들도 지하저장조 외에 바닥배수탱크(600ℓ)가 별도로 설치된 상황을 몰랐고, 1층의 모든 배수구는 지하저장조와 연결되어 폐순환되고 있는 것으로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결국 원자력연구원은 원자력과 관련한 국내 최고의 전문기관이라고 자부하면서도, 자체 시설이 어떻게 설치된 지도 모른체 '방폐물'이라는 위험한 물질을 부실하게 관리해온 셈이다. 사고가 난 곳외에 다른 시설에 대한 전수조사가 필요한 이유이다.

연구원이 30년 동안 이렇게 외부로 유출된 방폐물량은 연간 470∼480ℓ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작년 사고 발생이전까지 특이점이 발견되지 않은 것은 동절기 이후에는 방사성 물질 대부분이 우수관 표면이나 하천토양 등에 흡착됐기 때문이라는 것이 원안위 설명이다.

원안위는 지난해 9월 26일 방출의 경우 10월∼11월 강수량으로 인해 방사성 물질의 일부가 부지 외부까지 흘러나갔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다만, 원안위는 매년 정기적으로 측정한 방사선환경조사 기록을 검토한 결과 그간 매년 11월경 방사성물질이 방출되었음에도 하천수에는 모두 최소검출농도 미만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또 연구원 정문앞 하천토양 방사능 농도는 2019년 4분기에 확인한 25.5 Bq/kg 이라는 특이값 외에는 특이사항을 보이지 않았으며, 외부로 미친 영향은 미미하다고 판단했다.

참고로 원안위는 30년간 방출량을 한 번에 방출한 것으로 가정했을 때는 '2.08×10-6 ~ 2.72×10-4 mSv'로서 일반인 선량한도(1 mSv)의 약 3백만분의 1에서 3,700분의 1 수준이라고 말했다.

원안위는 조사 결과와 관련, 과기정통부가 원자력안전법 등에 따라 행정처분을 검토해 조치할 계획이며, 원자력연은 안전성 강화대책의 세부이행 계획을 수립해 원안위에 보고할 예정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원안위는 작년 방사성물질 유출사고와 관련, 지난 1월 22일조사에서 한국원자력연구원 내 자연증발 시설에서 세슘-137, 세슘-134, 코발트-60 등 인공방사성 핵종방사성 물질이 외부로 방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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