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윤현 한국보건사회학회장, "WHO 팬데믹 선언, 도쿄올림픽 연기 가능성 높아"

이윤현 한국보건사회학회장.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세계보건기구가(WHO)가 11일(현지시간) 코로나19 감염병의 ‘세계 대유행’(팬데믹)을 선언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이미 세계대유행이 진행하고 있는 상태였으며, WHO가 뒷북을 쳤다며 비난한다. WHO 재정기여도가 높은 중국과 일본의 눈치를 지나치게 봤다는 지적도 적지않다. 그럼에도 WHO의 이번 코로나19 세계대유행 공식 선언은 각국의 방역 대책은 물론 경제 사회적으로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이윤현 한국보건사회학회장(남서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으로부터 WHO의 이번 선언이 갖는 보건학적 의미와 코로나19에 대한 국내 대응책 영향 등에 대해 들어봤다.

- 세계보건기구가 ‘코로나19’ 세계대유행을 선언했다. 어떤 의미인가.

“과거 신종플루가 유행했을 때 선언한 적이 있다. WHO의 감염병과 관련한 가장 높은 수준의 경고이다. 선언적 의미가 강한데, 우리나라의 경우 코로나19 방역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자국민 보호를 위해 각 나라가 실시하는 입국제한 조치가 이번 선언으로 국제적 정당성을 확보했다. 올 여름 개최할 도쿄올림픽도 연기 또는 취소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 전문가들은 세계대유행 선언이 늦은 감이 있다고 말한다. WHO가 중국과 일본 눈치를 너무 많이 본다고 지적한다.

“개인적으로 세계대유행 선언이 늦은 것은 일본의 압력 때문이 아닌가 생각한다. 올림픽 개최때문이다. 중국과 일본은 WHO 재정기여도가 가장 높은 나라들이다. 미국은 WHO에 큰 돈을 대지 않는다. WHO와는 별도로 국가 보건 안보시스템을 만들어 대응하고 있다.”

- 대구 신천지 교인들의 집단감염에 이어 최근 서울 구로에서도 집단 감염이 발생했다. 잦아들었던 확진자수가 다시 늘고 있는 상황이다. 이른바 수도권 지역의 대유행이 일어나지는 않을까.

“대구처럼 되지는 않을 것이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사회적 거리두기를 하고, 손씻기와 마스크를 하고 출퇴근하기를 실천하고 있다. 신천지 집단 감염은 사람과 거리두기, 위생수칙을 지켰더라면 생기지 않았을 것이다. 경험적으로 대개 종교인들을 대상으로 하는 보건교육은 힘들다. ‘우리는 믿는 사람’이라는 것이다. 하나님이 지켜준다는 믿음인데, 믿음과 감염병은 별개다.”

- 날씨가 따뜻해지고 있다. 감염병 방역에 유리한가?

“습도가 40% 이상이 되고 온도가 15도씨 이상으로 올라가면 바이러스 활동이 급격히 떨어진다. 이런 여건은 바이러스가 공기 중 물방울에 갇혀 사람 무릎 아래 바닥으로 떨어지는 상황을 만든다. 메르스도 그렇지만, 지금보다 방역에는 유리할 것이다.”

- 코로나19의 특징 중 하나는 건강한 사람은 괜찮고, 노인과 기저질환이 있는 사람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연구에 따르면 젊은 층은 감기를 앓는 것처럼 지나간다는 것이다. 우리도 어쩌면 이미 감염됐을지도 모른다. 바이러스양이 많지 않아 그냥 넘어갔을 수 있다. 이럴 경우 백신을 맞은 것처럼 면역이 생긴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에게 면역이 생기는 것을 ‘집단면역’이라고 한다. 문제는 기저질환이 있거나 노인들이 위험하다는 점이다. 특히 보건사회학적으로 사회적 약자에게서 건강불평등이 심각하게 나타난다. 코로나도 예외가 아니다. 이들에 대해 정부가 전략적으로 방역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 앞으로 코로나19 확산은 어떻게 전개 될 것으로 보는가.

“국내외적으로 향후 2주가 고비일 것이다.”

- 백신이나 치료제는 언제쯤 개발할 것으로 예상하나.

“3상 백신을 만들려면 시간이 걸린다. 코로나바이러스는 RNA 바이러스인데, 이 바이러스는 변이를 많이 한다. 막대한 돈을 들여 백신을 개발하면 변이를 해 쓸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각국은 물론 제약회사에서 개발에 적극적이지 않다. 치료제는 개발할 것이다. 이것도 다음 주 정도 되면 어느 정도 진행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 코로나19로 경제사회적으로 영향이 너무 커지는 것 같다. 기본소득을 지급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준다면 사회 취약계층을 중심으로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앞서 정부가 코로나19 대책 차원에서 추경을 10조원 편성해 지원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현장 체감도가 매우 낮다. 10조 원 중 상당수가 금융지원이다. 은행에서 신용도를 점검하고, 잔뜩 서류를 가져오라고 하는데 누가 제대로 은행으로부터 지원받을 수 있겠나. 영세상인 등 취약계층에게는 공적 부조형식으로 지원해야 한다.”

- 코로나19를 계기로 우리 방역시스템 중 보완이 필요한 것은 없는가.

“정치적인 일부 지방자치단체장들이 대책본부를 거치지 않고, 먼저 감염자 현황이나 동선을 발표한다. 혼선을 일으킬 수 있으므로 정말 지양해야 한다. 앞으로 감염병 질환이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다. 컨트롤타워 얘기를 하는데, 질병관리본부가 지자체에 행정명령을 할 수 있도록 격상해야 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에서 ‘보건’을 독립시키든지, 보건관련 차관을 별도로 두는 변화가 필요하다.”

- 이윤현 한국보건사회학회장은?

이윤현 학회장은 연세대를 졸업하고 서울대와 가톨릭의대서 보건학 석·박사를 했다. 현재 남서울대학교 보건행정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현재 대통령 직속 국가균형발전위원회의 전문위원이다. 전국대학보건학교육협의회장, 대한적십자사 자문교수, 교육부 대학기본역량진단위원을 역임했다. 지난해 1월부터 2년 임기의 한국보건사회학회장을 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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