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피스, "제염못한 숲의 잎과 흙 방사능, 호우로 이동" …주민,"일본정부 아무 문제없는 척만" 비판

그린피스 회원들이 후쿠시마원전 사고 인근지역 지역에 대한 방사능 오염도 조사를 하고 있다. 사진 Christian Aslund / Greenpeace.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올 여름 도쿄 하계 올림픽에 활용할 시설 인근에서 기준치를 훨씬 넘는 방사선량을 내뿜는 핫스팟(방사능 농도가 매우 높은 지점)이 다수 존재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후쿠시마 원전사고 당시 제염하지 못한 숲의 잎이나 흙에 묻은 방사능이 호우 등에 의해 이들 장소로 옮겨졌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분석됐다.

이들 지역은 대부분 일본 정부가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 주민들에게 대피 지시를 해제한 곳으로, 향후 정기적인 오염제거와 호우 이후마다 신속한 제염 작업이 필요한 것으로 지적됐다.

그린피스는 9일 일본 도쿄 신주쿠에서 이 같은 내용의 ‘후쿠시마현 나미에(浪江) 등에 대한 도쿄전력 원전 사고 방사선 조사결과’(福島? 浪江町、飯?村、大熊町、福島市、阿武?川河川?域 および楢葉町における東電原?事故放射線調査)를 발표했다.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 발견한 방사능 '핫스팟' . 사진 : 조사자료집 캡쳐.

조사는 위 지역을 대상으로 2019년 10월 16일부터 11월 5일까지 진행했다. 조사 책임은 그린피스의 숀버니(독일)가 맡았다. 조사방법에는 일정 패턴으로 보행하면서 측정하는 ‘보행 서베이’, 측정기를 차량 밑에 달고 시속 20km로 주행하며 측정하는 ‘차량 서베이’방법이 이용됐다.

민간부지의 경우 밭, 길, 가옥 등으로 구분하고 각각의 존을 측정했다. 특히 공간 방사선량이 많은 핫스팟의 경우 GPS 좌표를 이용하고, 지면 10cm, 50cm. 1m 높이에서 공간 방사선량을 측정했다.

그 결과 올림픽성화가 출발하는 일본 축구대표팀 전용 훈련 시설인 J빌리지 인접한 주차장 지표면에서 최고 71μSv/h 핫스팟이 발견됐다.

이곳에서는 지면 10cm에서 1.7μSv/h ,50cm에서 6μSv/h, 1m에서는 32μSv/h가 측정됐다.

후쿠시마 제1원전으로부터 북서쪽으로 11.5km 떨어진 후쿠시마현 나미에(浪江)마을 소재 폐교된 한 초등학교 도로변의 핫스팟에서는 지표에서 1m의 경우 1.35μSv/h, 50cm 1.8μSv/h, 10cm의 경우 2.91μSv/h가 나왔다.

이 마을의 경우 피난지시 해제 구역 5581곳의 강 제방과 도로의 대부분(99%)이 일본 정부가 제시한 제염 목표치를 넘어섰다.

후쿠시마 시내 중심부에서도 핫스팟이 45곳 발견됐다. 가장 높은 핫스팟의 방사선은 5.5μSv/h였다.

참고로 일본 정부는 대기 중 방사능 농도를 0.23μSv/h(연간 2mSv)로 낮추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우리나라를 비롯해 국제방사선방호위원회( ICRP)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 국제기구가 안전 값으로 제시한 일반인 연간 선량한도는 1mSv(1000μSv)이다.

방사선량이 감소한 곳도 있었다. 야구와 소프트볼 경기가 열리는 아타바 구장 주변의 경우 지난 5일 측정결과, 지표면으로부터 1m에서 0.11μSv/h, 50cm 0.19μSv/h, 10cm에서 0.48μSv/h가 각각 측정됐다.

그린피스는 “폭우 등 기상으로 인해 방사능 이동을 통한 재오염이 일어나고 있다”며 “방사선 수준이 낮아진 곳의 경우 방사능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이동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린피스 재팬 에너지 담당 스즈키 카즈에는 "기상 상황에 따라 방사능이 이동하고 방사선이 크게 감소하는 곳이 있는 반면에 새로운 핫스팟도 형성돼 있다” 며 “재해가 극심화하는 요즘은 특히 우려되는 상황으로 제염은 ‘완료’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후쿠시마 현에서 사용한 방사선 측정 장치. 사진 : Shaun Burnie / Greenpeace.

그린피스는 이날 일본 정부를 향해 후쿠시마 원자 사고를 둘러싼 인권침해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이들은 “2012년부터 유엔 인권보호시스템을 통해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 사고를 둘러싼 인권침해를 국제사회에 고발해 왔다”며 “일본정부가 유엔 차원의 방일 조사를 받아들여 인권 상황 개선을 도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주민으로 이번 조사에 협조한 칸노 미즈씨는 “폭우로 방사능이 산에서 흘러 오염 제거 된 지역에 유입됐다. 내 집 주변에서 발견 된 방사능 수준은 전례 없을 정도로 높았다”며 “일단 원전 사고가 발생하면 이렇게 돼 버린다. 곧 올림픽이 열린다. 그러나 일본정부는 아무 문제없는 척한다. 그것은 잘못된 것이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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