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1~8호선을 운행하는 서울교통공사 노조가 21일부터 운전업무 거부를 예고했다. 20일 서울교통공사 노조는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내일부터 불법, 부당한 업무지시를 거부하며 기관사가 열차 운전을 하지 않기로 했다”고 말했다. 노조는 사측이 지난해 11월부터 12분 늘린 기관사 근로시간을 원래대로 돌려놓지 않으면 21일 첫차부터 전면적인 파업에 들어가겠다는 입장이다.

노조는 기자회견에서 “승무직종 인원 3250명 중 조합원은 2830명으로 운전을 거부할 것으로 예상되는 승무원 비율은 87%”라고 말했다. 이어 “공사는 이에 대비해 열차 운행률을 끌어올리고자 관제 직원을 빼서 운전하도록 하고, 연속 운전시간을 8시간 이상으로 짜는 등 위험한 계획을 추진 중”이라며 “출퇴근 대란은 물론 사고도 우려되므로 서울시가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서울 지하철을 운영하는 서울교통공사의 노동조합이 20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연합

노조가 업무지시를 거부하면 기관사가 열차 운행에 투입되지 않아 오는 첫차부터 교통대란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노조는 “마지막까지 교섭의 끈을 놓지 않겠지만 근무시간 연장 철회가 없으면 21일 첫차부터 업무지시를 거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영범 서울교통공사 노조위원장은 “공사가 승무원의 운전시간을 일방적으로 개악했다”며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고 노사가 맺은 노사 합의를 부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윤 위원장은 “흔히 12분이 별거 아니라고 하지만 어떤 직원은 이 때문에 2시간 넘게 초과근무를 해야 하고, 스트레스 때문에 공황장애를 앓고 있는 직원도 있다”며 “동지들이 죽어가고 시민의 안전이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선택할 수 있는 건 부당하고 불법적인 공사의 업무에 대해 거부할 수밖에 없는 지경”이라고 덧붙였다.

노조는 사태의 해결을 위해 서울시와 공사의 적극적인 논의를 요구했다. 윤 위원장은 “사태 해결을 위해 다시 원상태로 돌려놓고 거기서부터 논의를 시작해야 한다는 게 노조의 입장”이라며 “그렇지 않다고 하면 저희들은 내일 새벽 4시를 기점으로 지하철 1호선부터 8호선까지 첫 열차부터 전면투쟁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서울교통공사는 노조의 열차 운전 전면 거부에 대해 불법 파업으로 규정하고 단호하게 대처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는 사측과 노조가 협상을 벌이고 있어 아직까지 직접적인 개입을 검토하고 있지는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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