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판 장면 시간 흐름대로 스케치한 그림과 방청권 2점 ‘국가 등록문화재’ 등록신청

안중근유묵 세심대. 사진=서울시 제공
[데일리한국 주현태 기자] 서울시가 안중근 의사와 관련된 유물 총 5점을 문화재청에 국가 문화재로 등록·지정 신청했다고 11일 밝혔다. 1910년 공판 당시 모습을 엿볼 수 있는 관련 자료 2점(등록문화재)과 40일 간의 옥중에서 남긴 유묵 3점(보물)이다.

국가문화재 지정·등록은 소유자가 자치구를 통해 서울시에 신청을 하면 서울시 문화재위원회가 문화재 진위 여부와 국가문화재로서 가치가 있는지 등을 조사·심의 한다. 이후 시에서 문화재청으로 지정·등록을 하고 있다. 이후 문화재청에서 1·2차 심의 후 최종 지정·등록을 결정한다.

우선, 공판 관련 자료는 당시 참석한 일본 도요신문사(土陽新聞社) 기자가 스케치한 그림 ‘안봉선풍경 부 만주화부(安奉線風景 附 滿洲?報)’와 공판 방청권(公判 傍聽券)이다.

공판 스케치는 1910년 2월10일 열린 제4회 공판 장면을 시간의 흐름대로 총 4쪽에 걸쳐 구체적으로 그렸다. 시는 이 2점을 국가 등록문화재로 등록 신청했다.

안봉선풍경부만주화보. 사진=서울시 제공
두 자료는 당시 공판에 참석한 일본 도요신문사(土陽新聞社)의 고마쓰 모토코(小松元吾) 기자가 직접 그리고 배부받은 것이다. 이후 고마쓰 모토코의 후손인 고마쓰 료(小松亮)가 지난 '16년 ‘안중근의사숭모회’에 기증했다.

안중근의사숭모회는 1963년 당시 독립운동가 이강, 김홍일, 안춘생 등 15명이 뜻을 같이해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평화사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비영리 사단법인체다.

시 관계자에 따르면 정확한 공판 날짜와 재판 참석자, 재판장 분위기 등이 그림과 함께 기록된 현존 유일본이자, 근대 동아시아 국제법 사료의 일면을 보여주는 자료로서 가치가 있다는 설명이다. 과거에도 공판 모습이 담긴 사진자료들은 공개된 적이 있지만 정확한 공판 날짜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또 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던 일본인 후손이 안중근 의사의 애국정신과 동양 평화사상을 기리기 위해 설립된 국내 단체에 기증했다는 점에서도 한일관계의 융화적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

안봉선풍경부만주화보. 사진=서울시 제공
안중근 의사가 옥중에서 남긴 유묵 3점은 일본인들의 요청으로 묵서됐다는 점에서 역설적 의미가 있다. 재판 과정과 옥중에서 보인 안중근 의사의 언행에 감복한 일본인들이 직접 비단과 종이를 구입해 안중근 의사에게 요청했다. 시는 이 3점을 보물로 지정 신청했다.

특히 문화재위원회 심의 과정에서 실시한 글씨 조형 분석 결과 31세의 젊은 사형수 안중근의 심리적 동요와 번민이 글씨로서 고스란히 표현되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시는 전했다.

안중근 의사의 유묵은 현재 50여점이 전해지고 있으며 총 26건이 보물로 지정돼 있다. 시는 이미 다수의 안중근 의사 유묵이 보물로 지정되어 있는 상태에서 추가로 보물로 지정 신청하는 것에 대해 오랜 논의와 검토를 했다.

그 결과 적대 관계였던 일본인들에게 관용을 베푼 안중근 의사의 깊은 대의와 애국정신이 서체에 담겨있어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깊은 귀감이 된다는 의미에서 가치가 크다고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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