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사회적경제 당사자들, “시비 투입된 운영사업, 공모절차 거쳤어야”

건강한 사업 생태계 유지 위해 보조금 지급 선정 기준 공개는 필수

부산시 “민간주도 사업, 공모 사안 아냐. 소통으로 풀어갈 것”

부산사회적경제협의회(가칭) 추진위원회는 20일 오전 1인 시위를 열고 “부산가치 더 랩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경제담당관실은 당사자 의견을 무시하는 등의 일방적인 밀실행정을 중지하고 사단법인의 특혜지원사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하며 시를 향해 목소리를 높였다. 사진=윤나리 기자
[부산=데일리한국 윤나리 기자] 부산의 사회적 가치를 높이기 위해 최근 조성된 민간주도형 사회적가치 연대 플랫폼 ‘부산가치 더(+) 랩’의 기금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사)부산사회가치진흥원에 시가 보조금을 특혜지원하고 있다는 논란이 일고 있다.

부산사회적경제협의회(가칭) 추진위원회는 20일 오전 1인 시위를 갖고 “부산가치 더 랩을 담당하고 있는 사회적경제담당관실은 당사자 의견을 무시하는 등의 일방적인 밀실행정을 중지하고 사단법인의 특혜지원사업을 철회할 것”을 촉구했다.

앞서 부산가치 더 랩은 지난 4일 부산경영자총협회, 부산은행, 부산사회적가치진흥원이 운영기관으로, 협력기관에는 부산형사회적연대기금, 송월(주) 등이 각각 참여해 내년 연말까지 연대기금 36억원 조성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사무실은 내년 1월 부산역의 부산유라시아플랫폼에 마련하고 사무실 운영비 4억 1000만원 중 부산시 3억5000만원, 부산은행 3000만원, 부산경영자총협회 2000만원, 송월이 1000만원을 각각 부담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당사자조직들은 부산시가 ‘부산가치 더 랩’의 사무실 운영비 3억5000만원의 경상보조금 명목으로 시비를 투입함에도 정당한 심사나 공모 절차를 거치지 않고 당사자 조직들과의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특정 기관을 선정하는 등의 ‘밀실행정’을 비판했다.

특히 시비로 지원되는 민간경상보조금은 지원 과정의 투명성과 일관성이 담보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보조금 지급 단체에 대한 선정 기준, 절차 등을 공개하지 않는 경우가 많아 문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사회적경제 분야의 한 관계자는 “시의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 기준이 투명하게 공개되는 경우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기 때문에 결국 공무원이 선정한 대상자가 선정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며 “시가 보조금 사업 참여자들에 대해 기준을 공개하지 않는 한 부산의 사회적 경제 기업의 생태계는 구축되지 못하고 공무원 입맛에 맞는 동물원으로 전락되고 말 것이다. 결국 사회적경제분야는 뒤처질 것이 뻔하다”고 말했다.

그는 “공무원들의 보조금 지급 대상 선정에 대한 관행을 바꾸지 않으면 사회적경제 분야는 사회적 가치 실현이라는 소신과 원칙 보다는 보조금에만 매달리는 형태로 변질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회적 경제 당사자들은 부산가치 더 랩의 기금 운영기관으로 선정된 부산사회적가치진흥원에 시가 특혜를 제공한 점도 지적했다. 지난 10월 28일 등기를 마친 법인임에도 같은달 25일자 시 계획서에 이미 포함돼 있었다는 점과 이후 1주일 만인 지난 4일 협약식에서 기금 운영사로 지정되는 등 공무원 주도로 짜놓은 판에 맞춰 급조된 단체에 특혜 몰아주기 아니냐는 얘기다.

특히 부산사회적가치진흥원의 이사장, 상임이사는 사회적경제 관련 또 다른 법인에 같은 직위에 올라 있었던 것으로 알려져 시 공무원의 입맛에 맞는 새로운 기관이 필요했었던 것 아니냐는 의문도 제기되고 있다.

이에 대해 시관계자는 “민간기업들이 모인 오픈 플랫폼으로 기업들이 기금을 운영할 기관을 선정하는데 기업 및 기관들이 원하는 기관이 운영을 담당하는 것이지 전혀 상관없는 기관이 와서 담당할 수 없는 노릇”이라며 “그동안 사회적가치진흥원 이사장 자리를 두고 몇몇 분이 거론되는 등 말이 많았고 그로 인해 꽤 시간이 흘렀다. 기금과 연계된 사업을 하는 기관들 중 사회적 경제분야에서 하는 것이 어떠하겠냐는 의견이 모아졌고 그렇게 결정된 것”이라고 입장을 밝혔다.

시관계자는 “민간경상보조금과 관련해 내부 심의를 이미 받은 것으로 공모 절차를 지켜야할 사안이 아니다”라며 “내년 예산을 미리 올리게 돼있는데 비공개로 처리 될 것도 없고 법인 설립을 위해 지난 8월부터 준비하고 진행돼왔던 상황이다. 얼굴을 보고 서로 소통하면 풀릴 수 있는 문제”라고 답했다.

이날 1인 시위에 나선 유제현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 회장은 이와 관련한 민원을 넣은 당사자와 민간단체 등에 대한 담당 공무원의 불법 사찰 의혹도 제기했다.

유 회장은 “부산사회적기업협의회의 원활한 의사소통을 위해 현직 이사회 이사와 감사로만 구성된 단체 대화방 내용에 대해 관계 공무원이 전화를 걸어 다 알고 있다며 해당 발언자에게 ‘왜 날 비난하냐’며 따져 물었다”라며 “‘내가 무너지면 부산의 사회적경제는 무너진다’는 등 자신의 신분을 과시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민원 작성자에게도 ‘다친다. 니네 센터 감사를 하겠다’며 갑질을 일삼았다”며 “공무원이 업무관련성이 있는 민간단체에 사찰을 시도하고 협박하는 담당 공무원은 해임돼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들은 현재 당사자 4개 조직 대표자들을 중심으로 대책위원회 구성하고, 오거돈 부산시장과의 면담을 요청해놓은 상태다. 향후 관련 문제에 대한 책임소재를 규명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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