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임군일 국제정형외과연구학회연맹 학회장(동국대 재생의공학융합연구원장)
"'발원(發願)' 과 '회향(廻向)'의 마음가짐으로 임상의학 연구결과 상용화하겠다"

임군일 국제정형외과연구학회연맹 학회장(동국대 재생의공학융합연구원장)
[데일리한국 송찬영 교육전문기자] “임상의학은 이제 세계적 수준에 올라와 있다. 기술면에서는 세계 최고 수준이다. 하지만 세계를 리드하는 새로운 개념의 치료를 만드는 창의적 분야에서는 아직 갈 길이 멀다할 수 있다. 지금부터라도 다른 분야 과학자들과 협업을 활발히 하고, 기초연구를 활성화시키자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

임군일 국제정형외과연구학회연맹(International Combined Orthopaedic Research Societies: ICORS) 회장(동국대 의학과 교수)은 국내 정형외과학(근골격계 연구) 육성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기초연구를 중시하는 사회적 분위가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임 회장은 18일 경기도 일산 동국대병원에 위치한 연구실에서 가진 데일리한국과의 인터뷰에서 “의학 선진국들은 그만큼의 역사와 전통이 있기 때문에 된 것이고, 많은 시간과 비용이 들어가는 만큼 성공하기도 힘들다”면서도 “우리가 지금까지 전자부분으로 먹고 살아왔다면, 앞으로는 미래 먹거리로 새로운 산업으로 생명공학을 국가가 적극적으로 지원할 필요가 있다”고 역설했다.

임 회장으로부터 연맹회장 취임소감과 함께 국내 근골격계 관련 연구를 비롯한 의학연구 제고방안과 향후 추진계획에 대해 들어봤다. 참고로 임군일 회장은 현재 퇴행성관절염 연구학회 차기 회장이며, 동국대 재생의공학융합연구원장을 맡고 있다.

- 늦었지만 국제정형외과연구학회연맹 회장 취임을 축하한다. 연맹은 일반적 학회와는 좀 다른 형태를 가진 것 같다. 연맹에 대해 소개해 달라.

“쉽게 말해 전 세계 근골격계 관련 연구학회들의 연합체다. 회원 학회로는 미국정형외과연구학회 (ORS)을 비롯해 유럽연합, 일본, 영국, 캐나다, 호주/뉴질랜드, 중국, 대만, 한국, 아세안7개국연합 등 10개 학회가 현재 가입해 있다.

원래 미국정형외과연구학회에 일본과 유럽 캐나다 4개 학회가 90년대부터 3년에 한번 모이는 국제모임을 만들자며 결합했는데, 우리나라는 2006년에 가입했다. 호주 대만 영국 중국이 합류하면서 9개 나라가 2007년부터 합동 학회를 하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조직이 없었고, 미국학회가 주도했고 비용도 댔다. 2010년 일본에서 개최된 회의에서 조직체를 만들자는 의견이 나왔고, 3년을 준비한 끝에 2013년 이탈리아 베니스에서 9번째 회의를 통해 연맹이 결성됐다. 일본이나 중국학자들에게 알맞은 동양식 표현을 찾도록 했지만 마땅한 것이 없어 ‘연맹’이란 이름을 쓰고 있다. 초대 회장과 2대 회장은 미국에서 6년간 했고, 나는 지난해 차기 회장에 선출돼 지난달 정식 취임했다.”

- 진료하는 의사이자 교수로서 세계적 학술단체 조직을 이끌고 있다. SCI논문도 쓰고, 국제 특허도 많이 갖고 있는데 연구할 시간이 부족한 것은 아닌가?

“임상논문을 주로 쓴다. 기초연구는 자기 실험실만 있으면 나올 수 있다. 강의는 거의 없다고 보면 된다. 일상 시간은 대부분 진료와 시술, 연구로 보낸다. 진료가 70%라면 연구는 30%정도 된다. 재생의공학융합연구실이 있는데, 그곳에서 석사 대학원생·박사연구원들과 연구를 한다. 연구영역도 사업과 마찬가지여서 연구비가 잘 들어올 때가 있는 반면 그렇지 않은 때도 있다. 연구실적도 마찬가지다.”

- 어떻게 학회장을 하게 됐나?

“미국이 주도적으로 연맹을 이끌면서 다음 학회장은 아시아에서 나오도록 했다. 나는 특별한 경쟁없이 학회장에 오른 케이스다. 일본은 학문적 역사가 길었지만, 참가자들이 계속 바뀌는 상황이었고 중국은 아직 관련 역사가 짧았기 때문이었다.

우리나라와 중국 일본은 사회적 분위기가 비슷하다. 일본사람들은 학회에 나와서 말을 할 때 혹시 실수를 하지 않을까, 서툰 영어로 웃음거리가 되지 않을까 두려움이 많다. 동료 일본인이 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자기 검열을 많이 한다. 그러다보니 놀라운 실력을 가졌는데도 인정받지 못한다.

학회장은 논문을 잘 써서 되는 것은 아니다. 사교, 영어실력, 문화적으로 잘 어울리면서 통할 수 있어야 리더가 될 수 있다. 우리나라도 젊은 세대들이 학문 수준을 높이고 교류를 할 수 있는 능력을 키우고 리더십을 키워야 하지 않을까 싶다."

학회장으로 나설때 무엇을 공약으로 내걸었는가?

"공약은 첫째, 연맹에 못 들어온 나라들이 관련 연구를 할 수 있도록 돕겠다는 것이었다. 이런 나라들의 경우 근골격계 질환이 많지만, 연구가 활발하지 않는 상황이다. 둘째, 각 나라 학회를 다니며 친선을 도모하겠다는 것이었다. 셋째, 젊은 연구자들이 자리를 잡을 수 있도록 연구 환경을 만들겠다는 것이었다. 특히 각 나라 실험실과 대학이 서로 교환연구를 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했다.”

-다른 나라도 학문 후속세대에 대해 관심이 많은가?

“당연하다. 젊은 사람들이 중견 그리고 원로가 되는 것이니까. 젊은 연구자들이 잘 클 수 있도록 관심을 많이 갖는다. 우리나라도 과거 30년에 비해 여건이 훨씬 좋아졌다. 큰돈은 못 받지만 연구 활동할 때 생활비 부담은 없게 국가 연구비가 지원되고 있다고 생각한다.”

- 의료 전공에서도 양극화가 심화되고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세계적으로도 힘든 분야는 기피하고, 대우가 좋고 좀 편한 분야에 사람이 몰리나. 특히 정형외과 분야는 어떤가?

“이름은 정형외과학이지만, 근골격계학이라고 하는 것이 올바른 표현일 것이다. 퇴행성질환, 골다공증. 외상 합병증, 류마티스도 포함하는 학문이다. 질병이 발생하는 만큼, 그 질병을 줄이고 관련된 사회적 비용을 줄이는 연구를 한다. 사회에서 차지하는 비중만큼 한다고 보면 된다. 외과를 기피한다는 것은 임상하는 쪽 얘기이고, 인력이 부족한 것은 잘 모르겠다. 현실적으로 정형외과 의사들이나 사립대 병원에서 연구하는 것은 쉽지 않다.”

- 우리나라 근골격계 연구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임상의학논문은 세계적 수준이다. 기술적인 면은 뒤처지지 않는다. 새로운 개념의 치료를 만드는 것은 약하다. 아마도 의학의 역사가 짧아서일 것이다. 일본은 150년 그 이상이 되니까, 노벨상 수상자도 많다. 역사와 전통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웨덴에 친구가 있는데. 세계적 대가 소리를 듣는다. 정형외과 의사인데, 진료를 안 봐도 데이터만 가지고도 업적을 낸다. 사회적 여건이 중요한 것 같다.

우리나라는 지금까지 모방 과정에 있었다. 임상의학. 손으로 하는 것은 세계적 반열에 올라왔다. 이제는 기초적인 것을 받쳐줘야 하지 않을까 싶다. 그게 쉬운 방안은 없고 시간이 필요하다. 장기적으로 기초연구를 장려하는 분위가 돼야한다. 의료계에서는 의료 수가와 관련이 있다. 연구 한다고 환자를 덜 보면 병원에서 좋아하지 않는다. 모든 대학병원이 기초연구를 하지는 않지만. 국립대나 전통 있는 사립대학은 그런 전통을 만들어야 하지 않을까.”

- 근골격계 학문에서 요즘 뜨거운 이슈는 무엇인가?

“무엇 하나를 딱히 말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거의 모든 분야와 마찬가지로 인공지능분야와의 접목이 주 관심이라고 말할 수 있다. 또 하나는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이다. 금속이나 플라스틱으로 만든 인공관절을 사용한지 벌써 50년이 됐다. 인공관절은 노인들에는 하지만, 젊은 사람에게는 하기 곤란하다. 또 관절의 결손이 있을 때 활용할 수 있는 재생의학이 중요한 이슈로서 연구가 많이 되고 있다.”

- 이른바 4차 산업 혁명이 이 분야에도 적용되고 있다는 것인가?

“의학의 판도를 바꿔놓을 것이다. 인공지능이 발달하면 영상의학. 병리과 의사가 많이 필요 없다. 수작업은 다 그쪽에서 하고. 의사는 오류만 점검하기 때문이다. 일자리가 많이 없어질 것이다. 재생의학 판도가 바뀌면 수술이 주사 등으로 간단해 진다.”

- 그렇다면 로봇 산업도 연결될 가능성이 있지 않은가?

“'600만불의 사나이' 등 인공다리 인공 팔에 대한 연구는 미국 국방부 차원에서 활발히 연구되고 있다. 정형외과보다도 신경 쪽으로 재활과 연결돼 연구가 되고 있다.

미국은 전쟁 부상자가 많다. 따라서 의지와 관련해서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이 미국 중심으로 발달하고 있다. 미국에서 두 번째 관심사가 비만이다. 비만이 워낙 많아 왜 생기는지. 억제하려면 어떻게 하는지 연구가 활발하다. 연구는 필요에 부응하기 위해 진행된다. 인공지능이나 재생의학 모두 미래 인간의 삶을 바꿔놓는 보편적 연구라 보면 될 것이다.”

- 줄기세포를 이용한 재생의학 전문가로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성과가 있었나?

“중요한 것은 실용화가 돼야하는데. 시도는 했지만 제대로 한 것이 없다. 국제 특허를 많이 가지고 있는데, 실용화하기 위해서는 비용이나 시간이 많이 든다. 모든 사람의 로망이긴 한데. 도깨비 방망이 되는 것처럼 되진 않는다. 의사, 연구. 학회장, 모든 것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 같다. 국제적 협력 거버넌스를 비롯, 다른 사람 도와주는 것에 집중하는 것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다. 그리고 지금까지 나온 연구를 바탕으로 쉽지는 않겠지만 치료제를 만드는데. 남은 에너지를 집중하려고 한다.

- 기초의학의 중요성에 대해 강조했다. 발전시키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특히 국가 차원에서 어떤 부분이 선행돼야 한다고 보는가?

“임상의학은 전 세계에서 비용대비 효율이 좋은 분야다. 임상은 우리나라의 경우 의료보험제도가 도입돼 성공했다. 의사들은 수입이 적다고 만족 못하지만, 다른 나라에서 볼 때 의료시스템은 잘돼 있다. 기술도 뛰어나다. 기초의학은 저변에 생명공학이 바탕이 돼야 한다. 국가의 투자가 필요하다. 지금은 전자 산업으로 먹고살고 있지만, 미래가 잘 보이지 않는다. 생명과학 기초의학 분야를 쉽지 않겠지만. 적극 육성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 후학들에게 강조하는 싶은 말이 있는가?

“전 세계적으로도 발언권 있는 리더를 육성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 국제 학회장을 맡는다는 것은 하루 이틀에 이뤄지는 것이 아니다. 내가 50대 중반인데, 교육을 잘 받았다고 생각 안한다. 우리세대가 영어를 잘못하는데, 곰곰이 생각해보니 영어 교사, 영어 교육이 잘못돼서 였다. 영어를 제대로 하기 위해 영화도보고 미국 가서 연수도 했다. 젊은이들은 영어를 포함해 어학실력이 뛰어나다. 여기에 전공분야를 잘 살리면 의학 분야뿐만 아니라 다른 분야에서도 리더가 나오지 않을까 싶다.”

- 혹 모델이 되는 존경하는 학자가 있다면 누구인가?

“만나 본적은 없지만 영국의 존 찬리(John Charnley, 1912~1984)가 떠오른다. 영국의 시골의사 출신으로 정형외과 인공관절의 선구자다. 자기분야만 할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기초연구를 위해 다른 과학자들과 협력했다. 정형외과 의사였지만 금속공학 화학공학도 공부했다. 실패도 많이 했다. 시제품을 환자들에게 시술하고 욕도 많이 먹었다. 10년 동안 실패를 반복하면서 결국 지금까지 전 세계 많은 사람들에게 도움을 주는 인공관절을 개발했다. 그 분의 집념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하다.”

- 훌륭한 의사가 되기 위해 지금까지 어떤 노력을 했는가?

“특별히 준비한 것은 없다. 손기술은 하다보면, 많이 하다보면 따라간다. 수술은 손이 아니라 머리로 한다. 경험이 중요하다. 손으로 만진 경험이 뇌로 전달되고 머리를 통해 손으로 전달된다. 많은 경험을 하면 좋아진다. 처음에는 4시간짜리가 30분짜리로 줄어든다. 처음에는 망설이고하다가 시간을 보냈는데, 이제는 뻔히 아니까 30분짜리가 되는 것 같다.”

- 연구와 진료 이외 나머지 시간은 무엇을 하며 지내나?

“특별한 것은 없다. 책을 좀 보고. 역사 문화에 대해 공부한다. 요즘은 외국 학회 많이 나가지만 오래 머무르지 않고 오는데. 젊을 때는 박물관 등 그 나라 공부를 열심히 했다. 어울려 사람 사귀는 것을 좋아한다.”

- 앞으로 계획은 무엇인가?

“일할 수 있는 나이를 기준으로 지금까지 내 경력의 5/7이 끝났다. 불교에서는 '발원(發願)' 과 '회향(廻向)'이라는 말이 있는데, 이런 마음가짐으로 앞으로 지금까지의 연구결과를 상용화시켜 치료 약물을 개발하는 것이 최종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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