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 16일 선고기일 잡은 후 연기…'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 판단 바뀔까

서울 중구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 전경. 사진=IBK기업은행 제공
[데일리한국 임진영 기자] 대법원이 원래 지난 16일 선고할 예정이었던 기업은행 통상임금소송 사건의 선고기일을 갑자기 연기하면서 그 배경에 대해 노동계와 산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재직 중인 노동자에게만 지급하는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기존 판례를 재판부가 변경하려는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21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대법원 1부는 홍완엽 전 기업은행 노조위원장 등 전·현직 노동자 1만1202명이 회사를 상대로 낸 임금청구 소송 상고심 사건의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재판부는 당초 예정된 선고일 하루 전인 이달 15일 선고연기를 결정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갑작스런 선고 연기에 일각에선 대법원이 '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은 통상임금에서 제외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하려는 의도에서 선고일을 연기한 게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2013년 12월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통상임금의 고정성'을 판시한 바 있다.

전원합의체는 "임금의 명칭 여하를 불문하고 근로자가 임의의 날에 소정 근로를 제공하면 추가적인 조건을 충족했는지를 따질 것 없이 당연히 지급될 것으로 예정된 임금으로서, 지급 여부나 지급액이 사전에 확정된 임금을 고정성을 갖춘 통상임금에 포함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이후 대법원과 하급심 법원들은 재직요건 정기상여금, 즉 일을 했더라도 돈을 지급하는 날에 퇴직하거나 휴직할 경우에는 받을 수 없는 정기상여금에 대해서는 "고정성이 없어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려왔다.

기업은행 통상임금 소송에서도 이는 그대로 적용됐다.

해당 소송은 2014년 6월 기업은행 전·현직 노동자 1만1202명이 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 등을 통상임금에 포함해 연장 근로수당과 연차휴가 근로수당, 퇴직금을 재산정하고 차액만큼을 추가 지급하라며 낸 소송이다.

소송 결과 1심은 "단순히 어떤 임금 항목에 '지급일 현재 재직 중일 것'이라는 요건이 붙어 있다는 이유만으로 곧바로 그 임금은 고정성이 탈락돼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할 것은 아니다"라며 기업은행 측에 총 775억여원의 법정수당과 퇴직금 등을 추가로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이에 반해 2심은 "직원들이 근로를 제공해도 지급일 이전에 퇴직하거나 휴직할 경우 상여금을 받을 수 없다면 근로 제공 시점에 이를 받을 수 있는지 확실하다고 볼 수 없어 고정적 임금으로 볼 수 없다"며 통상임금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결 내렸다.

이후 항소를 거쳐 대법원이 2017년 5월부터 이 사건을 맡게 됐다. 법조계에서는 이변이 없는 한 2심과 같은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하지만 당초 정해놓은 선고기일을 갑자기 연기하면서 노동계에서는 대법원이 다시 한 번 전향적인 판결을 내리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일선 노동 현장에서 일반 정기상여금과 재직요건부 정기상여금이 혼용되는 현실을 감안해 '정기상여금을 통상임금에서 제외한다'는 기존 판례를 변경해야 한다는 것이다.

반면, 또 다른 한 편으로는 이번 선고기일 연기가 판례 변경과는 연관이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소송 당사자가 1만명이 넘는 큰 사건인 만큼, 이를 정리하기 위해서 선고기일을 연기한 것일 뿐, 사건을 전원합의체에 넘기거나 법리적 쟁점을 다시 심리하기 위해 선고기일을 연기했다는 것이 아니라는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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