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저널, 박근혜·최순실·정호성 90분 대화 녹음파일 공개

지난해 6월 15일 국정농단 의혹 사건으로 1심에서 징역 20년의 중형을 받은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 최순실 씨가 서울 서초구 서울고법에서 열린 항소심 속행공판에 출석하기 위해 호송차에서 내려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박근혜 정부의 '비선실세'였던 최순실씨가 박 전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국정 운영을 좌지우지했음을 보여주는 녹음 파일이 공개됐다.

17일 시사저널은 홈페이지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 정호성 전 비서관 등 세 사람이 취임사 내용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최씨가 주도권을 쥐고 '지시'하는 내용이 담긴 녹음 파일을 공개했다. 세 사람의 육성 대화는 박 전 대통령의 재판에서 일부 공개된 적이 있지만, 대규모 녹음 파일이 외부에 공개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

녹음 파일에 따르면,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의 취임사에 들어갈 핵심 내용부터 세부적인 표현까지 일일이 지시했다.

최씨는 우선 대통령직 인수위에서 실무진이 준비한 취임사 초안을 읽더니 "팩트가 있어야지"라며 "(준비된 초안들이) 다 별로"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취임사 초안에 들어간 복지 정책 부분을 읽으며 "이런 게 취임사에 들어가는 게 말이 돼? 너무 말이 안 돼"라고 말하며 한숨을 내쉬기도 했다.

그는 정 전 비서관에게 "딱 보면 모르냐고. 짜깁기해서 그냥 갖다 붙여가지고. 이거는 취임사가 아니라 무슨 경제장관회의, 총선에서 어디 나가서 얘기해야 하는 거지. 내가 보기엔 이거는 하나도 쓸모없다"고 짜증을 냈다.

또한 박근혜 정부의 4대 국정 기조인 경제부흥, 국민행복, 문화융성, 평화통일 기반 구축 등의 아이디어도 최씨의 입을 통해 구체화됐다.

그는 "첫 번째, 경제부흥을 일으키기 위해서 뭘 하겠다는 걸 일단 넣는데…"라고 말한 뒤 "'나는 경제부흥에서 가장 중요한 국정의 키(Key)를 과학기술·IT 산업이라고 생각한다, 주력할 것이다' 그건 어떠세요"라며 취임사에 들어갈 문장을 그대로 불러주기도 했다. 박 전 대통령은 최씨의 말이 "그게 핵심이예요"라며 맞장구만 쳤다.

최씨가 박 전 대통령의 말 중간에 끼어들거나 지시를 하는 상황도 녹음 파일에 담겼다.

특히 박 전 대통령이 "부국(富國), 정국(正國), 평국(平國)이에요. 부국이란 건 부자 나라. 정국이란 건 바른, 부패 안 하고 신뢰가 쌓이고. 그다음 편안한 평국"이라고 말하자 최씨는 "평국을 조금 다른 말로 해가지고…부국, 정국, 하여튼 이건 상의를 좀 해보세요"라고 박 전 대통령과 정 전 비서관에게 지시하기도 했다. 그러자 박 전 대통령은 "예예예"라고 답했다.

최씨는 박 전 대통령이 앞에 있음에도 자신의 지시를 따르지 않는다며 정 전 비서관에게 호통도 쳤다.

그는 자신이 취임사 내용을 얘기하는 걸 정 전 비서관이 듣고만 있자 "좀 적어요"라고 짜증을 내거나 "빨리 써요, 정 과장님!"이라고 언성을 높였다.

한편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국정농단 사건은 현재 대법원 전원합의체에서 최종 심리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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