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기범 전문의, 12년간 방북해 의료지원 활동…"대북제재로 의료지원 힘들어졌다"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 디렉터가 10일 서울 수송동 연합뉴스 사옥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데일리한국 최승훈 기자]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 디렉터인 박기범 척추신경외과 전문의는 10일 "한국이 정치적으로 분열되고 어렵다는 것을 알지만 인도적으로 지원해야 할 도덕적 의무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제재 예외 목록을 작성해 여기에 포함된 물품은 자동으로 인도적 지원을 허용하는 '화이트리스트'를 만들 것을 제안했다.

박기범 디렉터는 이날 게재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최대 비극은 선한 사람들의 소름 끼치는 침묵'이라는 마틴 루서 킹 목사의 말을 인용하며 이같이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박 디렉터는 4월27일~5월4일 평양의학대학과 평양적십자병원에서 북한 의료진과 함께 6명의 환자를 수술하며 선진 의료기법을 전수하고 나왔다.

박 디렉터는 2007년부터 최근까지 20여회 방북, 북한 의료진과 함께 환자들을 진료·수술하고 강연과 콘퍼런스 등을 통해 의료 지식·기법을 공유했다.

조선중앙통신은 지난 3일 박 디렉터가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린 제21차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재미동포의학자대표단 단장으로 참석한 사실을 사진과 함께 전하기도 했다.

제21차 평양의학과학토론회가 2일과 3일 인민문화궁전에서 열렸다. 박기범 재미한인의사협회(KAMA) 북한프로그램 디렉터가 발표하고 있다. 사진=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박 디렉터는 연례적으로 열리는 평양의학과학토론회에 대해 "노무현 전 대통령 방북 한 달 뒤인 2007년 9월에 열린 토론회에는 한국 의료진 30여명도 왔는데 이후 계속 참석하지 못하고 있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올해 한국 의사들이 북한에 참석 의사를 전달했는데도 초대받지 못했다"먀 "언젠가는 한국 의사들도 이 토론회에 참석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이전에는 북한에 의료 물품·장비를 지원했지만 최근 몇 년 강화된 제재로 중단됐다고 하소연하기도 했다.

그는 평양의대에서 11년 전에 쓰던 독일 엑스레이 장비를 계속 고쳐가면서 사용하고 있는데 이번에는 필요한 부품을 구하지 못했는지 고장 난 채로 있었다고 소개했다.

그는 "북측은 '제재 때문'이라고 말하지 않았지만, 나는 '제재 때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인도적 지원은 제재 예외를 받을 수 있지만, 그 절차가 너무 복잡하고 부담된다고 밝혔다.

그는 인도적 지원을 위한 장비나 물자가 군사용 등으로 남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에는 "우리가 수년 전에 보낸 장비는 여전히 평양의대에 있다"고 일축했다.

그는 북한 의료진의 실력에 대해 높이 평가했다.

그는 "북측 의료진은 섬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활동을 정말 잘하고 기술적으로 우수하다"며 "노후화되거나 고장 난 장비로 수술을 하는 등 더 어려운 환경에서도 같은 수술을 해 어떤 면에서 우리보다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그는 북한 주민의 건강 개선을 위해 가장 필요한 부분으로 경제발전을 꼽았다.

그는 "의료체계가 부실한 근본 원인은 자원 부족"이라며 "북한이 경제적으로 발전하면 의료뿐 아니라 모든 부분이 자동으로 개선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북한이 세계보건기구(WHO)와 1차 의료기관의 응급 및 필수 외과적 치료 역량 강화를 위한 협의를 하고 있다고도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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