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의 날 22일, 전북 23개 시민단체 '새만금 전북행동' 출범 …새만금
시민생태조사단, "악취나는 썩은 퇴적물 청와대·환경부에 우편발송"

썩은 새만금호 바닥에서 채취한 퇴적물과 보통의 갯벌 비교 사진. 사진=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
[데일리한국 송찬영 환경전문기자] “1987년 대통령 공약으로 시작된 새만금 사업은 세계 최대의 생태재앙이자 전라북도 도민의 비극이다. 지난 20년간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질개선 예산을 쏟아 부었지만, 새만금 수질개선사업은 실패했다. 정부는 또 다시 올해부터 ‘스마트수변도시’라는 이름으로 국제도시 공공주도 선도 사업을 본격화하려고 한다. 정부와 개발론자들은 더 이상의 혹세무민하는 거짓 선동을 멈추어야 한다.”

지구의 날인 22일, 지난 30년간의 새만금 개발 사업으로 심각한 훼손에 직면한 새만금 생태 환경을 지키기 위해 뜻있는 지역 시민들이 이같이 다시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전북지역 시민사회단체와 시민들은 이날 오전 11시 전북 도청 앞에서 ‘2020 새만금해수유통 전북행동(이하, 새만금전북행동, 공동대표 국산·이봉원·조재웅)’을 출범 시켰다. 출범 하루 전인 4월 21일은 새만금 최종 물막이 13년째 되는 날이고, 이 날은 지구 환경보호의 필요성을 더욱 깊게 느끼게 하는 ‘지구의 날’이다.

22일 '새만금 전북행동'이 출범과 함께 새만금 해수유통을 주장하고 있다.

새만금전북행동은 이날 출범 기자회견을 통해 “새만금에 담수호를 추진했던 이유는 새만금 전체를 농지로 계획했기 때문이었지만 지금은 도시용지 70%, 농업용지 30%로 변경돼 담수호를 고집해야할 이유가 없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20년간 4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수질개선 예산을 쏟아 붇고도 새만금유역의 만경강은 최악의 6급수, 동진강은 4급수로 목표 수질을 달성하지 못했고, 바닷물이 다다르지 못하는 새만금호 상류는 최악의 6급수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또한 “지금까지의 새만금사업으로 전라북도의 수산물 어획량이 1/4 감소했으며, 이로 인한 피해액이 7조 5000억 원~15조 원에 이른다”며 “새만금사업 이후 군산과 부안, 김제의 어촌마을은 황폐화됐고, 지역경제도 최악”이라고 비판했다.

새만금전북행동은 “새만금 거짓 환상에서 깨어나 진정 전북도민에게 도움이 되는 새만금사업으로 전환해야 한다”며 “새만금에 남아있는 마지막 갯벌, 수라갯벌과 해창갯벌을 보전하는 한편, 새만금 해수유통 등을 통해 진심으로 전북도민에게 도움이 될 수 있는 새만금이 되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새만금전북행동에는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을 비롯, 전북녹색연합, 군산민들레포럼, 생명평화마중물전주지부, 생명평화정의전북기독행동 등 23개 단체가 참여했다.

한편, 이날 출범식에 앞서 새만금호의 심각한 오염상태가 세상에 알려졌다.

지난 2003년부터 17년 동안 새만금지역의 생태변화와 지역민들의 생활문화 변화상을 꾸준히 모니터링해온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은 전날 선상조사를 통해 채취한 퇴적물을 공개했다.

퇴적물은 먹물처럼 까만색으로 썩는 악취가 났다. 만경강 주변 등 4곳에서 깊이 별로 물의 염분과 용존산소 농도를 조사하고, 채니기를 이용해 바닥에 쌓인 뻘을 채취한 것이다.

조사단에 따르면 이번에 퇴적물을 채취한 위치의 좌표는 ‘북위 35도 48점 48분, 동경 126도 35점 01분’, ‘북위 35도 50점 41분, 동경 126도 32점 99분’ 등 4곳이다.

간장처럼 검게 변해버린 새만금호.정부가 수조원의 세금으로 수질 개선 노력을 해왔으나, 새만금호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라는 것이 지역 시민단체들의 주장이다.

조사 당시 수문이 개방돼 다량의 해수가 들어와 있는 상태였으며, 수문과 가까운 방조제 쪽은 물 교환이 많이 돼 깊이 5미터 바닥 층의 용존산소가 4.89ppm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수문과 떨어진 하제와 신시도 갑문 사이 지점 표층의 용존산소 농도는 10.53ppm로 양호한 상태였지만, 9m 아래 바닥층은 2.35ppm로 산소 농도가 희박한 상태였다.

참고로 용존산소량(dissolved oxygen; DO)은 물 속에 녹아 있는 산소의 양을 말하는데, 수질의 지표로 사용된다. 맑은 하천의 용존산소량은 1리터당 7~l0ppm 가량 된다.

적조현상과 같이 플랑크톤 등의 생물이 이상 증식하는 경우, 용존산소량이 매우 적어진다. 보통 물고기들의 경우 용존산소량이 4~5ppm 이하면 생존할 수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번 조사에서는 담수(민물)와 해수(바닷물)가 위아래로 나뉘는 이른바 ‘성층 현상’이 4월부터 나타나고 있는 것이 확인됐다. 성층현상은 그동안 5월경부터 심각해지는 것으로 알려져 왔다.

김종구 군산대 환경공학과 교수는 “2017~2018년 가력갑문 표층 용존산소 연속 관측 자료를 입수해 살펴본 결과, 일평균 용존산소 4ppm 이하인 일수가 32일, 2ppm 이하인 일수가 4일로 나타났는데 표층이 이 정도라면 하층은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며 “물속에 생물이 살기 위해서는 산소 농도가 가장 중요한데, 용존산소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는 새만금호 수질 개선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교수는 “그동안의 수질조사와 연구용역을 살펴본 결과, 새만금호 수질악화의 원인을 상류 오염원의 영향으로만 평가하고 있으며, 주요 오염물질로 유기물질과 영양염에 대해서만 언급하고 있다”며 “수질악화 원인인 내부의 순환 구조나 성층 시스템의 원인에 대한 평가는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수 생태계에서 가장 중요한 지표인 용존산소에 대한 언급도 거의 하고 있지 않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원들이 21일 새만금호 밑바닥에서 채니기를 이용 퇴적물을 조사하고 있다.

이번 조사단의 선상조사에 참여한 오동필 새만금시민생태조사단장은 “평소 같으면 숭어나 전어가 뛰는 모습을 볼 수 있었지만 이번 조사에서는 단 한 마리도 보지 못했다”면서 “수문과 먼 곳일수록 간장 빛의 물이 선명한 것으로 보아 육안으로도 수질상태가 몹시 나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가 새만금호에 계속해서 막대한 액수의 수질 개선 예산을 쏟아 붓는다는 계획이지만, 과연 물 밑부터 썩어가고 있는 새만금호가 목표 수질을 달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새만금호의 바닥 층이 악취를 풍기며 시커멓게 썩고 있어 정부의 담수호 조성과 수질 목표 달성은 불가능해 보인다”고 주장했다.

조사단은 “이날 공개한 퇴적물을 청와대와 환경부, 새만금지방환경청 등에 배달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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